짧은 총선 후기

2016.04.14 13:40

샌드맨 조회 수:1540

어제 늦게 자는 바람에 몸은 찌뿌둥한데 마음은 참 개운하군요 ~_~ 어쨌든 새누리 저지라는 최대의 소망을 이루었으니까요. 그냥 각 당에 대한 생각이라면


1. 새머리

: 개헌 저지선을 넘냐 못넘냐 하던 것들이 제1당까지 빼앗기며(뭐 복당으로 곧 회복하겠지만) 나가리되는 걸 지켜보니 참 쌤통이군요. 특히 이 과정에서 김문수, 오세훈, 이재오, 이인제 등까지 나가리되었다는 게 하이라이트입니다. ...나경원, 안상수와 김석기가 수도권에서 건재하다는 건 참 찝찝하지만 세상만사가 모두 뜻대로 될 수는 없죠. 유승민의 향후 행보가 참 흥미로운데, 1당마저 잃어 한 석이 아쉬운 새머리에서 과연 손을 먼저 벌릴 것이냐가 궁금하군요. 개인적으로는 복당해서 친박 & 비박 박터지는 내분에 휩싸이고 분당 & 대선 때 각자 후보를 내어 쪼개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이건 그냥 이뤄지기 어려운 희망사항이겠죠. 하지만 여전히 새머리의 35% 정도 콘크리트 지지층은 깨지지 않았습니다. 또 이번 총선에서 '여당놈들은 마음에 안 들고 차마 야당놈들 찍을 수는 없고...' 하며 투표를 포기한 지지층도 좀 있는 것 같은데 이들이 대선 때도 같은 선택을 할지 미지수. 여소야대의 천금같은 기회를 이용해 이명박근혜의 실정과 비리를 최대한 탈탈 털고, 어지간한 사람은 새머리의 이름만 들어도 혐오감을 느끼도록 만들어 완전히 주저앉힐 필요가 있습니다.


2. 더민주

: 좀 복잡합니다. 그토록 바라던 외연확장 & 수도권 기반 전국구 정당을 이루는데 성공했는데 정작 본가가 털림;; 그렇다고 국민의 당을 탓할 수도 없는게, 더민주의 호남 전멸 위기감 때문에 지지자들이 결집한게 유래없는 수도권 대승의 큰 원인 같거든요. 그리고 그 '외연확장'이란 게 결국 5공인사를 모셔온 보수화고. 새머리는 영남 수구당으로 찌그러지고, 중도보수 더민주와 새로운 리버럴 정당이 경쟁하는 것이 진보진영의 오랜 꿈이었는데, 이게 되다 만 듯 기괴한 형태군요. 새로운 세력이 출현하긴 했는데 리버럴 정당이 아닌 호남 보수당(국민의 당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현 지지기반 은 보수성향이지만 차마 새머리에 표를 줄 수 없어 민주당 찍었던 사람들이죠)이고, 오히려 우클릭한 더민주가 수도권 기반의 리버럴 정당 포지션을 차지해버렸습니다. 진보 : 보수 : 수구 구도가 아니라, 보수 1 : 보수 2 : 수구의 대결구도. 총선엔 이겼지만 오히려 전체적인 진보진영은 퇴색한 듯 찝찝한 기분입니다. 그래도 어쨌든 집토끼의 반발을 사면서까지 산토끼 잡으러 갔던 것이 성공했고, 이 분위기를 이어가면 대선까지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새머리의 콘크리트 지지층은 무시할 수 없으므로, 콘크리트 35%를 제외한 모든 세력이 혐오감에 등돌릴 때까지 새누리당을 털어야 해요. 문재인이 좀 복잡한데, 왜 괜히 정계은퇴 얘기는 꺼내가지고...=_=; 당이 대승을 거두었는데도 호남의 참패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한다니 참 얄궂군요. 어쨌든 약속했던 사항이니 한동안 푹 쉬다가 대선을 앞두고 극적으로 귀환해 지지층 결집의 바람몰이 & 킹메이커의 역할을 해줬으면 합니다. 좋은 사람이지만, 피를 흘려야 할 난세의 왕으론 부적합하거든요.


3. 국민의당

: 이번 선거의 가장 큰 수혜자로 볼 수 있고, 정말로 실질적인 캐스팅보트를 쥔 만큼 안철수의 입지를 다지는데는 성공했는데, 수도권 진보층으로부터 비토 역시 확인됐죠. 이제 그토록 주구장창 까던 양당제에 맞설 3당 세력을 확보했으니, 앞으로 행보가 중요하겠군요. 기반이 호남이니 새누리와 쉽게 연대하진 않으리라 기대하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더민주와 연합해 정권심판에 설 것 같지도 않습니다. 정치는 타협이지만, 타협하고 양보해서는 안 될 가치들도 많죠. 양비론이나 기계적 중립이 아니라 진짜 합리적 보수의 역할을 해주길 바랍니다. 캐스팅 보트를 이용해 차별금지법 등에 더민주의 멱살잡고 끌고 간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지만, 뭐 기대하긴 어렵겠죠.


4. 정의당

: 아쉽지만 분명 반발짝이나마 더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그리고 범야권이 승리했을 때 그나마 군소 진보세력에게도 기회가 돌아가므로, 이번 결과는 희망적라고 믿고 싶어요. 다만 우클릭한 더민주와 국민의 당 모두 정의당과 적극적인 연대를 할 것 같진 않아 거대 새누리당에 맞서기 위해 함께 싸울 때보다 더 외로운 처지에 놓이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듭니다. 정의장이 제3당 포지션이었다면 모든 게 완벽했을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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