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일로 이 동네에서 비교적 큰 규모로 개봉했습니다. 메이저 극장 체인 한 개에 상시 상영작으로 걸렸어요. 다른 메이저 체인에서는 특정 지역 극장에서 상영중이고요.  그래서 시드니 온 이후 처음으로 한국과 시간차 없이 영화를 봤습니다. 일요일 밤에 남자 친구랑 오붓하게…


영화를 참 깔끔하게 잘 만들었습니다. 예측이 뻔한 클리셰를 무진장 끌어다 쓰면서도 2시간 20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을 전혀 지루하지 않게 처리해냈더군요. 시대배경과 장면처리 등 영상미도 괜찮았고요. 그리고 대사 하나 하나가 굉장히 의미 깊었어요. 특히 '대장 우리 잊으면 안돼'라고 말하는 장면은 마치 현시대를 살고 있는 한국인 전부에게 던지는 대사같아서 저도 좀 울컥 했습니다.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결말 처리도 괜찮았습니다. 역사적 맥락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친구 마저도 나쁜놈을 죽여서 통쾌했다고 하더군요. 


종전 70주년이라고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70주년만 죽어라고 홍보해대는 미디어와 인터넷에 내심 심술이 잔뜩 난 상태였는데 뭐 그래봤자 메이저 개관에서 개봉했다고 해도 한국 사람들이나 보러갈테니까요. 더 확대된다고 해봤자 한류의 영향권내에 있는 중국인과 동남아시아인들 정도?


영화를 워낙 잘 만든 탓에 훈계가 아닌 방식으로도 메시지 전달을 굉장히 잘 한 것 같아요. 그 메시지가 감독이 의도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제가 받은 메시지는 뭐냐 하면 굉복군에 대한 직접적인 조명입니다. 왜 지금까지 우리는 광복군을 직접 다룬 영화나 드라마가 거의 없었을까? 일제 강점기가 배경인 이야기는 많고 독립군도 숱하게 등장하지만 그들은 대부분 조연이나 엑스트라에 불과했죠.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군대가 있었다는 것은 역사책에서 한 줄 배운 것 외에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왜 이제서야 그들의 이야기가 등장했을까요? 


1930년대의 서울과 상해를 굉장히 낭만적인 모습으로 그려낸 것도 굉장히 좋았습니다. 

결론: 재미있어요. 돈과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았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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