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처음 야구장에 가본 후기

2016.07.15 13:30

김마리 조회 수:1605

야구에 관심 가진지 1년만에 난생 처음으로 야구장엘 다녀왔습니다.

5시 반쯤 잠실 야구장 앞에 도착했는데 외야석 표만 있다더군요. 기대에 부풀어서 간 것이니만큼 우리는 비싸더라도 좋은 좌석 있으면 거기 들어가기로 했었는데...

할 수 없이 7천원짜리 표 사서 들어갔습니다. 

공연 보러 가면 항상 가운데 자리가 좋은 자리니까 야구장도 그런 줄 알고 외야 전광판 옆 쯤 자리를 잡았지요. 근데 아니더군요. 

투수가 던지는 공이 잘 들어가는지는 내 눈의 렌즈를 조절해가며 열심히 보면 좀 보였지만, 사실은 투수로 누가 나오는지도 전혀 알 수가 없었어요. 

몇 회가 지나 화장실 댕겨오던 애인이 저 옆쪽으로 가면 전광판이 보여서 누가 뭐하는지 알 수 있더라고 말하더군요. 아아 진작 알았더라면...

항상 똘똘하게 잘하는 이용규 선수 뒤통수는 아주 잘 봤습니다.

외야쪽으로 날아오던 공이 시야에서 사라지는 경험도 몇 번이나. 어어 공이 이쪽으로 날아온다 싶은데 순간 싹 없어지는 것이 꼭 잘 날아다니던 모기가 잡으려면 순간 사라지는 것 같더군요. 수비하는 선수들은 대체 그런 공을 어떻게 보고 잡는 걸까요. 


7회쯤 지나 엉덩이도 배기고 해서 자리에서 일어나 외야 가장자리 맨 뒤로 가서 전광판도 보고 하면서 관람을 했더니 좀 파악이 되더군요.

그런데 그런 옆 쪽 자리에서는 또 투수가 던지는 공이 안보입디다. 그냥 심판이 볼이라면 그런가보다 스트라잌이라면 또 그런가보다.

가장자리쪽은 응원석이 가까와선지 분위기가 또 다르더군요. 집단적으로 노래하고 구호하고 율동하고... 아니 이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것들을 다 알고 온단말인가! 

TV로만 볼 때는 응원 소리가 그렇게 큰 지, 집단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지 몰랐었어요. 공연 보러갈 때는 저도 한 떼창 하는 사람입니다만, 야구장에 오는 사람들도 좋아하는 팀에 대해서는 그에 못지 않은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정말 생경했던 장면 하나.

경기 시작 전에 애국가가 나오고 많이들 일어서더군요. 

우리에겐 느닷없이 느껴지는 상황이기도 했고 알았더라도 그랬겠지만 일어서지 않았습니다. 

국가대항 경기도 아닌데 매 경기마다 국가제창 한 번씩 하고 시작한다니 전혀 몰랐습니다. 제가 TV에서 야구를 항상 중간부터 봐서 몰랐던 걸까요. 선수들은 매일같이 그 의식을 한 번씩 하고 경기를 해야 한다니 좀 싫겠다 뭐 그런 얘기를 애인과 했습니다. 


전반적인 야구장 분위기는 나쁘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야구팬들에게는 해방구같은 느낌이랄까.

열광하는 분위기, 여름 초저녁의 산들바람, 넓고 푸른 구장에서 열심히 뛰는 선수들을 뭉뚱그려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게임 자체에 대한 집중과 파악은 TV가 훨씬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컴백홈 해서 TV에서 심야에 재방송 해주는 걸 다시 보고 경기를 오히려 더 이해했죠.

그래도 TV로 보는 것보다는 좀 더 설레임이 오래가네요. 마치 공연을 보고 나면 그 가수의 음악을 더 찾아 들으려 하는 것처럼.

그러니 이렇게 후기까지 열심히 쓰고 있으니... 


한화가 서울에서 경기를 하게 되면 또 가긴 할 것 같습니다.

자리가 좀 별로였어도 생각보다 흥분되고 즐거운 저녁 시간이었어요. 물론 한화가 이겼기 때문에 더 그렇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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