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징수)

2016.08.11 10:41

여은성 조회 수:565


 1.휴...일어났네요. 휴대폰에 비유하면 요즘은 배터리가 20%정도만 충전되면 다시 나가곤 해요. 예전에는 90%에서도 나가지 않고 반드시 체력이 100%충전되어야 나가곤 했는데 말이죠.


 최근 20년동안 영화관에서 존 적이 2번정도밖에 없는데 그게 내 정신력이 강해서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정신력으로 잠을 쫓는 능력이 있어서 잠들지 않는 거라고 말이죠. 그런데 요즘 영화관에서 연달아 잠자고 보니 그냥 체력이 잘 충전되어 있어서 그랬던 거구나 하고 알게 됐죠. 예전 친구였던 사람들이 영화관에서 잠을 잘 때마다 정신력이 약해서 영화관에서 잠을 자는 거라고 핀잔줬었던 게 조금 미안해요.



 2.요즘은 좀 낫지만 한참 폭주하던 예전 어느날 친구가 내게 물었어요. 


 '자네 요즘 왜 그러고 다니나?'


 라는 말이었죠.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야 별것 아닌 말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친구는 그의 페이닥터 친구가 개업의를 준비해야 할 돈을 모으지 않고 월급이 나오는 족족 모조리 유흥에 털어넣는 걸 몇 년이나 바라보면서도 한 마디도 안 한 인간이거든요. 그 페이닥터 친구가 페이닥터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어진 나이가 될 때까지도 말이죠. 개업할 돈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업계 기준으론 나이든 페이닥터를 써주는 곳을 찾으러 다니는 것조차 무심하게 바라볼 뿐이예요. 그런 인간이죠.


 휴.


 그런 냉혈인간의 입에서 단 몇개월만에 '자네 요즘 왜 그러고 다니나?' 라는 말이 나오게 만들 정도였으니...당시의 불꽃놀이가 얼마나 심했는지는 짐작갈 만하겠죠. 어쨌든 그래서 친구에게 말해 줬어요.


 나는 잊어버리거나 흘려보내는 게 싫다고요. 대체로 사람들은 어느날 어떤것을 놓쳤다면 그냥 안 한 걸로 치지만 나는 그런 것들을 끝까지 쫓아가서 반드시 받아내고야 만다고요. 이전에 듀게에 쓴 어깨빵 놀이(내게 어깨를 비켜주지 않은 녀석을 다시 따라가서 반드시 한대 치면서 지나가는 놀이)도 그런 것의 일종이죠. 


 놀지 못한 수많은 날들도 마찬가지예요. 다가오는 허들을 피하느라 바빴거나 아니면 자원이 모자라서 놀지 못한 날들을 전부 기억하거든요.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 태웠어야 할 장작을 버리지 않고 마음의 창고에 쌓아놓은 걸 태우는 것 뿐인데 친구의 눈에는 제어가 안 되는 것처럼 보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친구에게 최근의 행동들은 완전히 통제되고 제어되고 계산된 행동들이니 전혀 걱정하지 말라고 했어요. 친구는 그러냐고 하고는 어깨를 으쓱했어요.



 3.대체 왜 이글의 소제목이 징수인 거지...싶겠지만 이제 나와요. 


 생일 파티요. '끝까지 쫓아가서 반드시 받아내고야 마는' 나는 그동안 못 했거나 제대로 못 한 생일 파티를 전부 꿰고 있거든요. 그리고 그 생일 파티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착잡해했던 아이에 대해서도 아직 잘 기억하고 있어요.


 한데 문제는...그 아이가 이젠 정말로 거의 소멸되어가는 걸 느끼고 있어요. 아마 몇 년 안에 그 아이는 정말로 내 안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릴텐데 그 전에 생일 파티를 전부 해주지 못하면 그 아이가 생일 파티를 끝까지 쫓아가서 반드시 받아낼 기회나 방법은 이제 없는 거예요.


 휴.


 그래서 제작년부터 생일 주간이란 걸 운영하고 있어요. 문자 그대로 생일이 있는 주 내에서는 계속해서 생일 파티를 하는 거죠. 한데 생일 주간을 운영해 보니 생각보다 횟수를 채우기 힘들더군요. 템포를 올릴 필요가 느껴져서 올해부터는 생일 월간으로 업그레이드했어요. 생일 주간을 생일 월간으로 늘려 보니 생각지 못한 문제가 여기서 또 하나 있긴 했어요. 



 4.휴.



 5.왜냐면 늘 가족과의 생일파티를 시작으로 생일파티 릴레이를 시작했거든요. 당연한 거죠. 우주의 중심인 가족을 내버려두고 다른 인간들과 생일파티를 한다는 건 말도 안 되잖아요. 휴. 만약 그런 짓을 했다가 충성심을 의심받기라도 하면 모든 게 끝이니까요.


 그런데...생일 주간 때야 며칠 생파를 좀 앞당긴다고 해도 별로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았지만 생일 월간을 가동하는 올해부터는 8월이 되자마자 생일파티를 하자고 해서 가족분이 의아해했어요. 아직 생일날까지는 한참 남지 않았냐고요.


 나는 뭔가 그럴듯한 이유를 이리저리 댔지만 사실 나는 가족분에게 내가 진짜 이유 말고 그럴듯하게 보이는 이유를 댈 때의 버릇을 꽤 오래 전에 들켜버린 상태예요. 다른 사람이라면 충분히 속일 수 있었겠지만 가족분은 속지 않았어요. '이 생일파티를 일찍 하는 것도 뭔가 일반적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무슨 이유가 있는 거겠지?'라고 가족분이 물어왔어요.


 휴.


 그래서 그냥 그렇다고 대답하자 그럼 알겠다고 하고 생일 식사를 했어요. 



 6.사실 생일파티를 일찍 해서 또 문제인 건 미역국 문제예요. 생일 때 주로 가는 곳이 있는데 거기선 생일이거나 생일에 가까운 날에 가면 미역국 상차림을 줘요. 그런데 이렇게 한참 전에 가버리면 다다음 주가 생일이니까 미리 미역국을 좀 달라고 할 수가 없잖아요. 휴. 어쨌든 생일에 미역국을 먹는다는 전통과 가치를 지키기 위해-끝까지 따라가서 받아내기 위해- 미역국을 꼭 먹는 편인데 거기서 미역국을 못 먹었으니 다른 곳에서 미역국을 한번 먹어야 해요. 



 7.아 아닌가? 이젠 친구가 아니니까 별로 미안하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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