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제목 그대로입니다. 성희롱 피해 그거 ‘내가 강해질 문제’정도 생각했는데, 정신과 전문의한테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진단을 딱, 받았습니다. ‘트라우마’라고 하면 정말 다른 나라 얘긴 줄 알았는데(심지어 저 자신이 임상심리사임에도!)내 얘기였네요.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이 정말 맞는게, 그 진단을 받고 나니 너무 많은 것들이 정리가 되더라고요. 지난 1년간의 저를 돌이켜보니 아래와 같이 행동하고 있었습니다.

 

-매일 아침 알람벨을 ‘괜찮아 괜찮아’라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내 목소리로 해 놓음

-매일 아침 거울을 딱 봤을때 얼굴이 흉측하게 뭉개져있을까봐 걱정하고 있었음

-체중이 20kg이나 불어났고 폭식을 중단하지 못함

-가만히 앉아 있다가도, 하다못해 그냥 누워있다가도 에 들었던 성희롱 발언이 생각나 갑자기 온 몸이 수치심에 마비되는 느낌

-성적인 자신감이 엄청나게 줄어듦(한 때는 어느 연예인 못지않다는 자기인식이 있었음)

-사람들을 매우 무섭게 대함 예민대왕이 됨

 

근데 진짜 기특한게 저 와중에도 이러고 있었습니다

 

-한 순간도 단기, 장기 목표를 잊지 않고 해내든 못 하든 어쨌든 최선은 다 함

-업무로 크게 인정받으며 직장생활 중

-개인위생 유지에 매우 힘씀

-나와 같은 피해자들을 여러가지 방법으로 돕고 있었음

-나 자신을 매우 열심히 보듬고 섬기고 아껴주고 있었음

-무엇보다, 무엇보다, 저런 고통 자체를 내 인생으로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음

 

어쨌든 일단 의사 입에서 트라우마 소리까지 나온 이상, 비록 무려 1년 전의 이야기긴 하지만 저도 뭐든 하기로 했어요. 꿈틀, 하기로. 그냥 이런저런 말씀 대신 참 애썼고 잘 하고 있다고 한 말씀만 해주시면 제가 너무 행복할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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