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테러, 민중 궐기, 세월호

2015.11.16 00:12

칼리토 조회 수:1678

13일의 금요일을 일부러 노렸음직한 테러가 일어났습니다. 무고하게 희생된 인명들이 안타깝고 증오와 보복을 부를 수 밖에 없는 테러에 분노가 치밀지만 한편으로 피로 피를 씻는 이 소모전의 이유와 향후 진행방향에 대해서도 마음이 쓰입니다. 그나마 안전하다 했던 유럽내에서도 이런 대형 테러가 일어난다면 대테러 전선에서의 움직임은 앞으로 더 잔인하고 치밀해질 수밖에 없겠죠. 그리고 또 그 과정에서 더 큰 저항을 부를테고.. 종국에는 전술핵이 쓰인다거나 치명적인 생화학 무기가 등장할 지도 모릅니다. 좋은 해결책은 과연 없는걸까요?


광화문에서는 민중 궐기 대회가 있었습니다. 주최측과 경찰 추산이 반이상 나지 않는걸 보니 많이 모이기는 했나 봅니다. 마음은 광장으로 내보내고 몸은 아이들을 데리고 주말을 보냈습니다. 집에서는 김장도 했구요. 예견된 진압과 저항에서 젊은 시절을 보냈던 80년대 후반의 최루탄 냄새가 알싸합니다. 그때는 화염병과 벽돌 투척이 빠지지 않았지요. 진압을 하는 쪽과 당하는 쪽 모두에게 피해가 발생했었습니다. 지나고나니.. 소모품으로 이용당했다는 자각을 한 친구도 있고 그 과정을 입신의 발판으로 삼은 선배도 있으며 그래도 옳은 일을 했고 우리가 싸워서 얻은 민주주의라는 생각도 조금은 있습니다. 


요즘 정권에 편향된 시각으로 본다면 어떤 경우에도 절차적인 정당성을 지켜야 하고 결코 폭력은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고 하겠지만 말이죠. 피아를 가리지 않고 폭력에는 반대하는 편입니다만.. 그런 식이라면 3.1운동도 불법 시위요. 안중근 윤봉길 의사도 테러리스트고.. 일제하의 안정된 경제, 정치, 사회적 발전을 끝낸 8.15 광복은 아쉬운 역사적 결과일 지도 모릅니다. (네.. 그래서 요즘 역사를 되돌리려는 노력이 짠하죠..) 조만간 광주 민주화 운동도 폭력 사태로 원위치되고 민주화를 위해 젊음과 자신의 안온한 미래를 내던진 선배들도 폭력전과자에 다름 아닌 세상이 올거라는 예감이 듭니다. 앉아서 공자왈 맹자왈 옳은 소리를 하는 사람에게도 이유야 있겠지만 평생 방구석에서 갑론을박하는 사람들에게 무슨 자격이 있어 그딴 소리를 하냐고 물어보고 싶기는 합니다. 


그와중에 다시 세월호를 기억합니다. 페이스북 프로필이 자유 평등 박애를 의미하는 프랑스의 삼색기로 물들어가지만.. 정작 세월호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정부의 개입 여부를 따지는 목소리는 예전보다 덜합니다. 뚜렷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민간인을 120명 이상을 죽인 파리의 참사에는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누가 그랬는지, 왜 그랬는지, 책임자는 누구이고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며 정부는 얼마나 거기에 책임감을 가지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지에 대해서는 망각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참고로 세월호의 희생자는 말 그대로 무고한 민간인 295명입니다. 


저는.. 박근혜 정권이 어떤 면에서는 IS보다 더 사악하고 악랄하며 염치없는 인간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하나 둘도 아니고 벌어지는 모든 일에서 이러기도 힘든 일이죠.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하는 사람에게도 나름대로의 명분은 있습니다. 전후 맥락을 싹 다 잘라먹고 비난만 일삼는 사람은 거악에 동조하는 부역자라는 생각이 슬며시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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