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

2015.11.16 16:06

여은성 조회 수:835


  1.게오르그 짐멜은 그저 '몇 가지 간지나는 말을 남긴 사람'정도로 여기고 있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꽤나 옛날 사람이었더군요. 이건 의외였어요. 아무리 통찰력이 있는 인간이더라도 백년도 더 지난 세상에 어울리는 말을 남기긴 쉽지 않잖아요. 


 이건 아마 제가 어렴풋이, '1800~1900년대 초에는 돈의 위력이 그렇게 크지 않았을 거야.'라고 멋대로 여기고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죠. 짐멜이 살았던 그 시절엔 돈이 있어도 그냥 좀 좋은 거였고 돈만 가지고는 자신만의 왕국을 세울 정도는 아니었다고 멋대로 짐작하고 있었거든요. 


 한데 분명히 제가 느끼기엔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돈만 가지고는 존경받을 수 없었어요. 기껏해야 부러움이나 질투 정도를 사는 정도였죠. '저 사람은 돈만 많지 ~가 부족해'라는 드립도 많이 들었었고요. 그래서 뭐랄까...저는 돈의 힘이 권력이나 인맥 따위보다 더 강해진 시절이 2000년대 후라고 여기고 있었거든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노력은 해야 하고 인맥을 가진 사람은 좋은 직장에 낙하산을 보내줘도 결국은 아침에 출근도 해야 하고 낙하산을 달아준 사람의 눈치도 봐야 하니까요.


 흠.


 모르겠네요. 짐멜의 어록을 읽고 있으면, 어쩌면 2000년대 후에 그런 세상이 온 게 아니라 그냥 세상은 원래 그랬고 내가 아이에서 어른이 될 때가 그 시점이라 그때를 기점으로 세상이 바뀌었다고 멋대로 여기고 있는 건지도요. 



 2.하지만 그래도 금수저론과 헬조선론이 주요 담론으로 등장하고 돈의 힘이 강하다는 걸 모두가 더 잘 알게 된 건 200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한 인터넷의 출현과도 관련이 있다고 봐요. 예전 같으면 월세 50만원을 걱정하던 사람이 실제 부자를 볼 채널이라곤 뉴스 정도거든요. 그리고 공중파 뉴스는 지나치게 날것을 보여주는 묘사는 피했었고요.


 한데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모두가 모두에게 과시와 자랑을 할 수 있는 돗자리가 마련되었죠. 휴대폰 회사들은 더 편하게 찍어 올리라고 휴대폰에 카메라도 달았고요. 그렇게 해서, 월세 50만원을 걱정해야 하는 사람이 클릭 몇 번으로 150만원짜리 스위트룸에서 잠깐 쉬고 오는 같은 학교 학생 페이스북을 쉽게 볼 수가 있게 된 거죠. 


 그런 걸 보고 있으면 깨닫게 되는 게 있어요. 부자여서 좋은 건 짜장면 시킬 때 탕수육도 시킬 수 있거나 치킨을 시킬 때 후라이드와 양념을 둘다 시킬 수 있게 되는 것 정도가 아니라는 거요. 그걸 깨닫고 나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부자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죠 어떤 사람은.



 3.지난번 썼던 글에 어떤분이 달아 주신 개인의 영혼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든 돈이 개인을 다시금 영혼으로 돌아가게 만들 수도 있다는 말에 공감해요. 돈은 또한 오로지 개인의 가장 고유한 영역 내에서만 성취될 수 있는 가장 내면적인 것을 지키는 수문장이 되기도 한다는 말도 좋아하고요. 


 짐멜의 이런 말들은 이 세상에선 돈이 무엇으로든 환원되기 때문에 최강이라는, 저의 생각과 비슷해요. 지난번 글에 썼듯이 좋게 쓰려면 세상과 나 사이의 좋은 완충재로 써먹을 수도 있고 나쁘게 쓰려면 이 우주에서 파괴적인 힘을 가진 썅년처럼 쓸 수도 있는거겠죠.


 어쨌든 요즘은 그래요.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라도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고 다짐하곤 하죠. 밤에 피자를 먹고 싶어지면 피자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피자를 먹는 것처럼요(...) 여기서 경계해야 할 건, 피자는 몇 조각만 먹으면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데 돈은 그렇지가 않다는 거죠.


 

 4.휴.



 5.돈을 버는 과정 그것은 집을 떠나 광기의 미로를 통과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봐요. 문제는 광기의 미로에 들어갈 때의 나와, 나와서 집으로 돌아갈 때의 내가 같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거죠. 


 술자리에서 떠나지 않고 있으면 어느새 술이 나를 마시고 있는 것처럼 광기의 미로 안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면 어느새 돈이 나를 벌고 있겠죠. 


 어떤 인간은 광기의 미로 안에 집까지 지어버리고 거기서 살기도 해요. 그렇게는 되고 싶지가 않아요. 사실 예상보다 오래 머무르고 있긴 하네요. 휴. 대학생 때는 매일 아웃백에 갈 수 있을 정도만 되면 얼마나 행복할까 했거든요. 한데 미로 안에서 알게 됐죠. 아웃백은 매일 갈수있어도 가고싶지 않은 곳이라는 거요. 알게 된 건지 아니면 다른 사람이 된 건지...


 흠.


 아니면 아웃백이 그냥 맛없어진 걸수도 있겠네요. 처음 먹을 때 아웃백은 진짜 이렇게 맛있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맛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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