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의 이야기...

2016.05.24 02:29

여은성 조회 수:942


  1.비지니스바에서 일하는 사람 중에는 이화여대를 다니는 사람의 비율이 정말 많구나 하던 때가 있었어요.



 2.물론 그건 사실이 아니었죠. 이화여대를 다니거나 다녔다고 주장하는 바텐더들 중에 정말로 이화여대를 다니거나 다녔던 사람은 거의 없었어요. 하긴 처음부터 눈치챘어야 했던 거예요 이건. 현실에서 이화여대생을 만나게 되는 경우의 수와 너무도 차이나는 바에서의 경우의 수를 의심했었어야 했죠. 흠. 그렇지만 저는 착하니까요. 그리고 예쁜 여자를 의심해서 얻을 게 뭐가 있겠어요? 예쁜 여자를 의심하는 건 예쁜 여자가 돈 얘기를 꺼낸 후에 해도 충분한 거니까요. 


 

 3.뭐 어쨌든 이리저리 다니면서 가짜 이화여대생은 질리도록 보고 난 어느날...또다시 자신이 이화여대생이라고 주장하는 바텐더를 만났어요. 그 여자가 거짓말을 잘 못하는 건 아니었어요. 다만 그냥 수학적으로만 생각해 봐도, 이 바텐더는 이화여대생이 아닐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런 잘못된 행동을 하는 여자에게 일침을 놓고 싶어졌어요. 


 '이봐, 너 이대 안나왔잖아. 왜 이대를 나왔다고 하는 거야?'라고 하자 여자는 잠시 고민하는 것 같다가 이대를 나온 건 거짓말이라고 인정했어요. 죄송하다고 하는 여자에게 그래서 잘 설명해 줬죠.


 요즘 입결표를 보면 이대는 저 아래에 있다고요. 이제 이대는 별로 좋은 학교가 아니고, 그러니까 거짓말을 할 거면 서울대를 나왔다고 거짓말을 하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걸 말이예요. 이제 별로 들어가기 힘든 학교도 아닌 이화여대를 계속 주워섬기는 여자들의 안이함에 일침을 놓고 경종을 울리고 싶었거든요. 시대에 맞춰 전략 수정을 하지 않는 안이함에 말이죠. 



 4.휴.



 5,잠시 후 사장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이화여대 얘기를 꺼냈어요. 지금의 이화여대는 사장님이 알던 이화여대가 아니니 학벌 뻥을 치려는 직원이 있다면 이화여대 대신 서울대를 대라고 가르치라고 말이죠.


 그러자 사장은 여은성씨는 모르겠지만 이곳에 보통 오는 나이대의 남자들에게는 이화여대라는 것이 아직 큰 의미가 있다고 했어요. 이화여대라는 이름값은 그들에겐 아직 프리미엄이라고요. 그 말을 듣자 아하 내가 하나만 생각하고 둘은 생각 못했구나 싶었어요.  



 6.그런데 사장의 표정이 잠깐 어두워졌어요. 그리고 '그런데 우리 가게에 이화여대라고 뻥치는 애가 있어?'라고 되물어왔어요. 아니라고 했지만 이미 정황증거로  눈치챘을테니 그 바텐더는 한소리 들었겠죠...이런. 


 

 7.언젠가 썼듯이 사람들은 그저 잘 살아남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 뿐이라고 봐요. 거짓말은 그 중에선 그렇게 나쁜 일도 아닌 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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