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향소)

2016.09.20 13:58

여은성 조회 수:720


 1.친구가 인터넷의 젠더논쟁을 보고 물었어요. 왜 인터넷에서 싸우는 사람들은 상대의 뒤통수를 때릴 수 있을 때 할 수 있는 만큼 세게, 최대치의 힘으로 때리냐고요. 그야 나도 모르죠. 나는 상대가 자발적으로 보여주는 뒤통수는 때리지 않으니까요. 누군가를 쳐야 할 때 세게 때리는 편도 아니고요. 그래서 모르겠다고 대답했어요. 


 그러자 친구는 다른 질문을 해왔어요. 저들은 왜 갑자기 젠더이슈에 대해 저토록 치열하게 논쟁적이 된 것 같냐고요. 그래서 대답해 줬죠. '그들은 돈도 권력도 없으니까. 기분이 나아질 만한 뭐라도 해야겠지.'



 2.친구에게 말해 뒀어요. 어느날 내가 죽어도 전혀 슬퍼할 필요가 없다고요. 사실 자살한 사람은 전혀 슬프지 않아요. 슬퍼하는 건 주위사람 뿐이죠. 


 사실 그렇잖아요. 지나가는 자동차에 치여 죽든 흘러가는 시간이 축적되어 죽든 무언가에 살해당하는 거란 말이죠. 죽기 싫은데 죽는 거란 말이예요. 하지만 자살한 사람은 최소한 죽고 싶어서 죽은 거잖아요. 다행히도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미움당하는 상태이니 죽을 때 이것저것 재볼 필요가 없어요.


 

 3.갑자기 이런 얘기를 하다니 뭔가 안좋은 일이 있는 건가? 라고 갸우뚱한다면...당연히 아니예요. 만약 감당할 수 없는 안좋은 일에 짓눌려져서 목숨을 끊는다면 그것도 타살이죠. 자살처럼 보이겠지만 실제로는 타살인 거예요. 뭐 지금은 원하는 만큼 좋지는 않지만 적어도 살아오면서 겪었던 날들 중에서는 좋은 편이예요. 그래봐야 천국과 지옥 사이의 회색 지대에 있는 거지만요. 가끔 돈을 내고 유사 천국을 경험하고 다시 대기소로 돌아오는 생활을 해요. 


 대기소에 앉아 있다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을 하게 돼요. 어쩌면 희망이라고 하는 녀석이 나를 속이는 중일 수도 있겠다고요. 혹시 어쩌면 이곳이 대기소라고 이름지어진 지옥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거든요. 만약 그런 거라면 이 지옥을 만든 어떤 녀석은 정말 똑똑한 거예요. 나를 괴롭히는 데는 정말 최적의 지옥이니까요. 절대로 죽게는 만들지 않는, 힘든 시간을 계속 겪으며 살아있도록 농도를 조절하고 있는 거죠. 나는 여기서 약간만 더 힘들어지면 금방 자살...타살 당해 줄 거라는 걸 잘 이해하고 있는 녀석이예요.



 4.휴.



 5.이상하게도...요즘 상쾌한 기분을 느끼는 순간은 안전하지 않을 때예요. 한밤중에 신논현역에서 그냥 몇 정거장 거리를 걸어서 돌아가기로 결정하고 걸어가는데 한참 걷다 보면 어느 순간...그냥 택시를 탈 걸 하는 후회가 들어요. 그런데 그런 기분이 드는 곳은 반드시 택시가 다니지 않는 곳이거든요. 그러면 어쩔 수 없이 다시 걸음을 뗄 수밖에 없어요. 그런 순간에 갑자기 매캐하기도 하고 아련하기도 한 밤의 공기 냄새가 느껴지며 혼자 남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또는 술을 마시고 들어왔다가 새벽 3시쯤에 한강 자전거도로에 자전거를 끌고 나올 때예요. 그럴 때는 카드고 휴대폰이고 아무것도 가지고 나가지 않거든요. 사람도 자동차도 다니지 않고 들리는 소리라곤 아주 가끔 먼 도로에서 자동차들이 내는 굉음이 산란되며 흩어지는 소리뿐이죠. 그러면 어린 왕자가 밤에 홀로 겪었던 사막이 이런 곳이 아니었을까 하는 기분이 들어요. 만약 여기서 크게 다쳐버린다면 나를 도와줄 수 있는 것들은 너무 멀리 있는 곳에서 천천히 객사해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뭔가 기분이 좋아요.



 6.돈을 소중히 여기는 이유는 그것만이 내가 가진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예요.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겐 제로로부터 나를 복구해 줄 만한 어떤 것이 아무것도 없어요. 고부부가치 기술도 없고 매력도 없고 괜찮은 인격자라는 평판도 없죠. 괜찮은 말주변이나 하다못해 열심히 뭐라도 할 수 있는 근성도 없어요.


 어떤 사람은 가끔 이런 말을 해요. 좋아하는 여자가 자신을 좋아하는 건지 자신의 돈을 좋아하는 건지 알 수가 없어서 괴롭다고요. 그러면 나는 확실하게 말해 줘요. 네가 가진 것 중에 좋은 게 돈 말고 대체 뭐가 있냐고요. 뚱뚱하고 키작고 못생긴 네게 여자가 찾아오는 이유가 돈 말고 정말 하나라도 있다고 손톱만큼이라도 믿느냐고 말이죠. 자신의 돈을 좋아하는 건지 전전긍긍해하지 말고 네게 아직 돈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감사하며 살면 된다고 일깨워주곤 해요. 기분나쁜 말 같겠지만 그래도 그는 나의 친구거든요. 누군가는 그에게 기분나쁜 말을 해줘야만 해요. 기분나쁜 말을 주기적으로 들려주지 않으면 녀석은 흐리멍텅해질 거니까요. 그리고 기분나빠지는게 흐리멍텅해지는것보다는 나은 거죠. 그가 적어도 수백억원을 가지기 전까지는 그는 기분나쁜 상태여야 해요. 수백억원을 가진 뒤에는 흐리멍텅해져도 냅둘거예요.


 물론 그 사람은 똑똑해요. 하지만 자신에 대해 생각해볼 때 냉소적일 수 있느냐와는 다른 문제니까요.



 7.어제는 쿠팡에서 영양제를 사려고 쿠팡에 가입했어요. 그리고 한가지 사실을 재확인했어요. 할 줄 아는 게 없다는 거요. 휴. 카드를 인터넷에 등록해서 쇼핑을 하려했는데 뭔가...너무 복잡해서 못했어요. 그래서 폰결제로 지불하려고 했는데 그것도 붙잡고 늘어지다가 결국 못했어요.


 그리고 술을 마시며 결심했어요.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요.


 열심히 산다는 건 온라인 카드 결제를 배우거나 폰결제를 배우겠다는 게 아니예요. 앞으로도 절대 안배울 거예요. 온라인 카드 결제나 폰결제를 배우지 않고도 잘 살려면 정말로 열심히 노력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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