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바낭] 어..? + 상사 vs 후배

2016.07.13 17:52

가라 조회 수:1563


1. 


지난번 글의 댓글에 CEO 한테 이상한(?) 건이 하나 떨어졌다고 썼었는데요.

CEO 가 원하는 방향으로 간략한 자료를 만들어서 올렸고 임원회의에서 검토해서 결정이 났다고 합니다.


그래서 상사님에게 실행계획을 세우고 실제 진행을 하라는 지시를 받고, 사전 관련 부서와 협의를 하고 최종적으로 상사님에게 몇가지 옵션을 들고 결정해달라고 갔는데요... 

'그런데, 이렇게 바꾸는게 맞는거야?'

'CEO 지시사항으로 사업부장님들이랑 다 합의본거 아니신가요?'

'지시사항이라고 이렇게 하는게 맞는건가?'


어..?

이게 대체 또 뭔 시추에이션이란 말인가...

CEO 지시사항이라 무조건 추진해야 한다고 할땐 언제고...

관련 실무자들 불러다가 이거 꼭 해야 한다. CEO 지시사항이다 등등으로 약을 실컷 팔아서 업무 분배 하고 계획도 세웠는데...


그래서 결론은 CEO 지시사항을 무시하고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설계하라고 합니다. CEO가 모르는 분야이니 만큼 맞는 방안을 만들어서 다시 검토 받아야 한다고.. ㅇㅎㅎㅎㅎㅎ

아니 그럼 엊그제 말해줬어야지!!!  


그래서 제로베이스로... 머리를 비우고 태업중입니다. 오늘 오후 들어 내내 놀았네요.





2.

제 상사님은 임원이 아닌데요. 직책은 임원 직책이에요.

드라마에 재벌 2세들이 주로 맡는 직책인 '실장'입니다.

옛날에는 이사님이 실장이었는데 구조조정+조직개편하면서 실의 구성이 3개팀, 5개 파트에서 2개팀, 4개파트로 축소되고 이사님이 관계사로 보내지고 저희 팀장이 실장 겸직입니다. 그러니, 제 상사님은 이사를 달 예정이던지... 아니면 다른데서 이사가 실장으로 오고 팀장으로 다시 강등당하던지 할 상황이 높은 것이지요. (회사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연말 정기인사때 이사를 달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만...)


보통 이런 경우 더 높은 직급으로 불러드리는게 일반적인 사무실 예절이라고 생각하고, 회사 사람들이 다들 실장이라고 부릅니다만...

후배 직원은 꿋꿋이 팀장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 대리, 높은 직급으로 불러드리는게 예의 아닌가? 다들 실장님이라고 부르는데 팀장님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어?' 라고 물어봤습니다. 

'팀장/실장 겸임이니까 팀장도 맞잖아요. 저는 팀장님일때부터 같이 일해서, 팀장님이 버릇이라 그래요' 

'나중에 이사 달면 그땐 겸임도 아닐텐데 미리 불러드리지 그래'

'에이.. 우리 팀장 이사 못 달것 같은데요.'

......

어?



그래서 팀원들과 상사님의 관계를 찬찬히 관찰해봤습니다.

상사님은 자신이 임원은 아니지만 직책이 임원급 직책이므로 임원처럼 대해주길 바라는 것 같아요. (군대식으로 표현하면 부장(진) 이랄까...)

그런데, 옛날에 이사님이 실장일때랑 다르게 대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상사님은 자기를 그렇게 대하지 않는 것같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저는 그때 다른 팀이었으니 정말 다른건지는 모르겠지만요. 특히나 제가 위에 언급한 후배는 '실장은 무슨 실장. 팀장이지..' 하는 식으로 대하는게 좀 티가 난달까요.

저야 뭐 중간에 이미 '실장님'일때 와서 나름 실장급 의전은 해준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요..

다른 팀원들도 대놓고 티내지는 않는 것 같거든요. 그런데 이 친구만 티가 좀 납니다.


회식 문제도 결국은 의전문제랑도 연관이 되는 것 같단 말입니다.

옛날에 '이사'가 퇴근 시간 다 되서 '오늘 회식하자' 라고 하면 다들 군말없이 따라갔는데...

'부장'이 퇴근 시간 다 되서 '오늘 회식하자' 라고 하면 '회식은 좀 미리 말씀해주시면 안되요?' 하고 안가니까... 


그런데, 이 후배가 우리 사업장에 몇 안되는 여자입니다. 

그래서 이 친구 빼놓고 다니면 다른 팀에서 '야, 가과장.. 너 왜 ***대리는 왕따 놓고 다니냐.. 좀 챙겨' 이런 소리 나옵니다.

회식하는데 저나 다른 남자 팀원 참석 안하면 티가 안나는데 이 친구가 참석 안하면 티가 확 나는것이죠.

그렇다보니 상사님도 이 친구는 좀 더 신경써서 대우하고요. 예전 이사님도 이 친구는 좀 각별하게 대했다고 하고..


'난 우리 팀장 싫음..' 이라고 티를 내는데, 상사는 '쟤를 안 품으면 다른데서 말 나오니..' 하고 챙기려는 상황입니다.

아마도, 이 상황은 내년초 상사님이 이사 승진을 할때까지 계속 될 것 같아요. (아니면 다른데서 이사가 실장으로 오고 상사가 강등 당하던지..)


다른 팀원들은 '과장님이 선임이니 콘트롤 좀 해봐요..' 하는 눈치고요..

옆팀 팀장도 '가과장이 그팀 선임이니 중간에서 잘 좀 해봐..'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남녀를 떠나서 5년이나 이 보수적인 회사를 다닌 친구가 평가권자인 상사를 저렇게 대하는데 과장 나부랭이가 얘기한다고 들어먹을리도 없고, 나보고 어쩌라고?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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