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천황이 곧 퇴위할 모양이네요.

2016.07.14 19:00

Bigcat 조회 수:7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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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9년, 아키히토 천황과 미치코 황후 (당시는 황태자 부부)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japan/752303.html


(한겨례 기사입니다.)


일왕이 집착하는 ’상징 일왕’이란 무슨 뜻?


일왕, 양위 의사 밝히며 ‘상징 일왕’ 언급
역사에 대한 반성 담긴 표현
아베는 거꾸로 일왕을 ‘일본국 원수’ 지위 변경 원해




아키히토 일왕이 지난 13일 “살아 생전 왕세자에게 왕위를 물려주겠다”는 의향을 밝혔다는 사실이 공개되며 일본 열도가 큰 충격에 빠졌다. 일왕이 이런 판단을 내리게 된 이유는 뭘까.

 14일 일본 언론을 통해 유일하게 공개된 일왕의 발언은 “헌법이 정한 상징으로서의 업무를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일왕의 지위에 있어야 한다”는 내용 뿐이다. 표면적으로는 올해 82살로 고령인 일왕이 체력적인 이유로 더 이상 공무를 수행할 수 없으니 왕위를 아들인 나루히토(56) 왕세자에게 물려주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 발언 속엔 ‘헌법이 정한 상징’이라는 묘한 표현이 포함돼 있다. 1989년 왕위에 오른 아키히토 일왕은 즉위 후 1년 뒤인 1990년 “일본국 헌법에 정해진 일본국의 상징이며 일본국 통합의 상징으로서 현대 시기에 적합한 일왕의 직무를 수행하고 싶다”고 말했고, 2009년 11월에도 “지난 20년 동안 국민의 상징으로서 바람직한 일왕의 존재양식을 추구하면서 오늘까지 살아왔다”는 철학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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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황태자 나루히토와 마사코 황태자비



 일왕이 굳이 퇴임 의사를 밝히며 ‘상징 일왕’이라는 개념을 다시 꺼내든 것은 그가 현행 ‘일본국헌법’(1946년 제정)에 대해 갖는 강한 애착 때문으로 보인다.

일본을 결국 전쟁의 참화로 이끌고 만 ‘대일본제국헌법’(1889년)의 1조는 “대일본제국은 만세일계의 일왕이 이를 통치한다”고 씌여 있다. 이에 견줘 전후 만들어진 일본국헌법의 1조는 “일왕은 일본국의 상징이며, 일본국민통합의 상징이다. 이 지위는 주권을 가진 일본 국민의 총의에 근거한다”고 되어 있다. 세계 2차대전에서 참패한 일본인들이 이 조항을 통해 일본의 주권자는 일왕이 아닌 국민임을 명확히 선언한 것이다. ‘통치자’의 지위에서 내려온 일왕은 일본의 ‘상징’적인 역할에 머무르게 된다.


 일본 헌법이 일왕의 지위를 ’상징’에 한정한 것은 일본이 지난 전쟁의 참화로 빠져든 가장 큰 이유가 옛 헌법이 일왕에게 부여한 ‘절대적 지위’에 있었다고 봤기 때문이다. 옛 일본 헌법은 4조에서 “일왕은 국가의 원수로 통치권을 총람한다. 이 헌법의 조문에 의해 이를 시행한다”며 일본이 입헌군주국임을 명확히 했지만, 동시에 11조에선 “천황은 육해군을 통수한다”는 조항을 삽입했다. 통수권, 즉 군에 대한 명령권을 갖는 것은 일왕 뿐이라는 선언이었다.


 문제가 터진 것은 1930년 런던 해군군축 조약을 둘러싸고 터진 ‘통수권 논란’이었다 이 조약에 의해 해군이 보유할 수 있는 함선 수가 제한되자, 일본의 우익들은 헌법에 보장된 일왕의 통수권을 “정부가 침범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 조약의 책임자였던 하마구치 오사치 총리가 우익들의 총격을 받았고, 이후 등장한 이누카이 쓰요시 총리도 관동군이 상부 허가 없이 1931년 저지른 만주사변의 승인을 거부하다 청년 장교들에게 살해당한다. 이후 1936년 터진 2·26 쿠데타를 계기로 일본의 의회 정치는 사실상 막을 내리고, 군부의 폭주가 시작됐다. 헌법학자인 고바야시 세쓰 게이오대학 명예교수는 지난 3월 발간된 <헌법개정의 진실>이라는 대담집에서 “통수권의 독립이라는 근거로 군대가 일왕의 이름을 내걸기만 하면 그 시점에서 누구도 손을 댈 수 없게 됐다. 그 결과 군부가 함부로 만주에서 전쟁을 시작했고, 그로 인해 국가 전체가 슬금슬금 전쟁에 말려들어 그렇게 처참한 패전을 겪게 됐다”고 지적했다.


 일왕의 이번 퇴위 의사 표명이 현행 평화헌법에 대한 일왕의 의사가 반영된 것이라 판단할 순 없다. 다만, 아베 총리가 개헌 논의의 베이스(기초)로 삼겠다는 2014년 4월 자민당의 헌법개정 초안엔 일왕의 지위를 일본국의 상징에서 “일본국의 원수이며 일본국과 일본국민의 통합의 상징”으로 변경하고 있다. 이 헌법이 뜻하는 원수(元首)가 어떤 의미인지는 명확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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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후미히토 황자와 황자비 키코 가와마사



 일왕의 퇴위 의사 표명에 대해 일본 정부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아베 총리는 14일 기자들과 만나 “여러 보도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사안의 성격상 코멘트를 피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말했고, 궁내청에 사실 관계를 확인할 계획도 “특별히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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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요약하면(어느 분 표현대로) 아베총리가 헌법개정의 꼼수를 부리면서 현 천황을 이용하려고 하자 천황이 조용히 재를 뿌린 것이군요. 그 심정도 이해가 됩니다. 현 일본헌법에 의하면 국민의 선택에 의해 국가의 상징으로 조용히 살고 있는 자기네들을 '국가의 원수'로 만든다면서 이용하려고 하는 게 뻔히 보이는데,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그런 정치게임에 놀아나겠어요. 그랬다가 잘못해서 분노한 일본 국민들이 행여나 공화국이라도 수립하겠다고 나서는 날에는......



 정치란 생물이쟎습니까...앞일을 어찌 안다고....ㅋ



어느 땐가 이토오 히로부미가(...예,여러분이 아시는 그 분 맞습니다;;) 메이지 천황(1852 ~ 1912)을 앉혀두고 조용하지만 독한 경고를 한적이 있습니다.


" ....폐하, 무슨 일이 있더라도 폐하는 정치에 관여해서는 안됩니다!.... 정치란 결과에 책임이 따릅니다. 결과에 책임을 지는 자만이 정치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폐하는 하늘을 대리하여 여기 계시는 것입니다.....따라서 폐하가 정치에 관여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한 폐하의 신성성은 유지될 수 없습니다.....부디 저의 고견을 명심하시고 이점 언제나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워낙 인상이 깊은 얘기여서 이 구절이 잘 잊혀지지 않았었는데(황후의 초상, 와카쿠와 미도리, 2007) 언젠가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정도전이 이성계에게 이 말을 할 때 진짜 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원작자 선생도 나랑 같은 책을 봤네...) 여튼 일본 황실도 은근 재밌는 동네입니다. 저렇게 처신 잘하는 인간들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



 1930년대부터 일본의 우익 군부세력이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죠. 이 때 사건들 보면 진짜 가관입니다. 육해군의 장교들이 육군대신과 해군대신들(각부 장관들), 심지어 총리까지! 대검으로 베어 죽이지를 않나...(무려 그 대신들의 집에 쳐들어가서 말입니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나요? 명성황후가 어디서 암살됐더라...) 만주에서는 조선군이(그러니까 식민지 조선땅에 주둔한 일본군을 말합니다) 제멋대로 만주사변을 일으키면서 그 지역을 점령하고 만주국이라는 '괴뢰국'을 세우지 않나... 이거 군부 쿠데타 맞습니다. 그런데 당시 일본 정부는 군부가 두려워서 이런 공공연한 반역행위를 제때 다스리지 못하고 질질 끌려다니기만 했죠. 이후 일어난 비극이야 뭐...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었던 건 어떻게 일본의 군부가 그렇게 독자적으로 날뛸 수 있었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단순히 군기가 문란해서?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저 문제가 된 메이지 헌법 조항을 보니 그제야 이해가 되더군요. 천황이 군통수권을 갖는다는 조항이 있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실제 천황은? 구중궁궐에 갇힌 제사장에 불과하죠. 실제로는 군의 통수권을 운용도 할 수 없는 존재에게 군의 최고 지휘권이 있다고 하니, 야심 많은 군부의 장교들이 날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거죠. 이거야 말로 일본의 군대란 국민의 대표인 의회의 지배를 받지 않는, 그냥 독자적인 존재라고 명시한 것이나 다름 없으니 말입니다.


 한 편으로는 메이지 유신의 진정한 성격도 보입니다. 혹자는 이들을 '새로운 쇼군'이라고 칭했는데, 근대헌법 제정 과정에서 군부를 의회의 지배에서 따로 독립시킨 것만 봐도 그 속성이 능히 짐작이 되는군요.






여튼 아베총리가 어찌 나오려나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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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에 나오는 인형부터 황실 사람들 모두 헤이안 시대(794~1185)의 대례복을 입고 있습니다. 이 또한 일본 황실의 특이한 점의 하나죠.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일본의 기모노는 에도 시대(1603~1868)의 것인데 이들 황실 사람들은 에도 시절의 기모노가 아닌 헤이안 시절의 고대 예복 차림인 것입니다. 헤이안 시대 이후 최초의 무사정권인 가마쿠라 막부가 성립되면서(1192) 일본은 기나긴 무가 정권의 시대로 돌입하는데, 구궁중궐에 남아있던 황실 사람들은 변함없이, 그러니까 이후 1천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헤이안 시절의 기모노 차림 그대로입니다. 한국으로 치면 고려와 조선이 번갈아 한반도를 통치하는데도 신라 왕실은 그대로 남아 변함없이 그 시절 옷차림을 하고 자기들끼리 살아간다고 봐도...




이건 뭘 의미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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