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잡담...(말들)

2016.07.15 02:41

여은성 조회 수:724


 1.아침에 매니저들과 피트니스 근처를 자전거로 도는 모임이 있었어요. 몇 번 참여하다가 그만뒀는데 어느 날 자전거라이딩을 마치고 총지배인과 같은 엘리베이터를 탔던 일이 기억나요. 나는 총지배인에게 대체 왜 한국의 호텔들은 죄다 말도 안 통하는 외국인들을 총지배인으로 고용하는지 묻고 싶었지만 영어 문장을 만들 수가 없어 입을 다물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가 묻지도 않은 말을 하기 시작했어요.


 -난 ㅂㅂ에 있는 ㄹㄷc에 살아. 아내랑 애들 둘이 있어. 오늘같이 라이딩을 하는 날은 차를 두고 자전거로 출근해.


 뭐 이런 말이었어요. 그 다음에 잘은 기억 안 나지만 한국 생활과 자신의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를 몇 마디 더 한 것 같아요. 왜냐면 그다음 내가 한 말이 '나는 메르세데스가 좋더라고.'였으니까요. 그러자 그가 벤츠를 가지고 있냐고 물었어요. 나는 아니고 삼촌이 가진 걸 보고 그런 생각을 했다고 말했어요. 그리고 엘리베이터 층 수를 보니 아직 시간이 조금 있었어요. 이 자가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했으니 나도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해서 천칭의 균형을 맞추고 싶어졌어요. 그가 왜 하필 삼촌이냐는 듯이 '삼촌이?'라고 물었던 것 같고 나는 '응. 내 아버지는 어렸을 때 죽었거든.'이라고 대답했던 것 같아요. 


 휴.


 그 다음의 말을 이어가기 전에 지배인이 'I'm sorry'라고 말할 기회를 주기 위해 잠깐 말을 끊었어요. 그가 'I'm sorry'라고 말했고 나는 다시 말을 이어갔어요. 


 -괜찮아. 그게 나를 강한 쪽으로 바꿔줬거든. 그런데...나를 이상한 쪽으로도(odd) 바꿔놔버렸어.

 

 말을 마치고 나서 weird라고 말했어야 했는지 odd라고 말했어야 했는지...어느 쪽이 맞는 표현이었을지 곰곰이 생각하다가 그와 헤어졌어요.


 영어라서 반말로 썼어요.



 2.뭐 위에 한 대화는 특별히 감출 만한 대화에 속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어쨌든 임금님 귀가 당나귀 귀라는 종류의 말을 하려면 그곳은 대나무숲이 아닌 듣는 귀가 있는 곳이어야 해요. 듣는 귀가 없으면 그건 혼잣말에 지나지 않죠.


 하지만 가까운 사람...우주가 끝날 때까지 관계가 지속되어야 하는 사람에겐 말할 수 없어요. 그들과는 계속 관계를 지속해야만 하고 그걸 잘 하려면 소름끼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되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지나가는 관계의 사람에게 말할 수도 없어요. 그들은 내가 누구인지 어디 사는지 다 아니까요. 그들에게 소름끼치는 사실을 말해주는 건 총알과 과녁 둘 다를 제공하는 것과 같은 일이죠. 


 그리고 듀게 여러분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사람들에게 총알과 과녁 둘 다를 건네주는 게 멍청한 짓이라는 걸 꼭 체험을 통해 알 필요가 없죠. 여러분을 위해 이렇게 친절히 글로 써주는 제가 있으니까요.



 3.그래서 그런 말을 하는 대상은 절대로 내가 누구인지 알아낼 수 없을 누군가여야 하죠. 서울의 어떤 곳에서 일하는 어떤 사람이 그 사람인데, 가끔씩만 가곤 해요. 두 가지 짜증나는 점이 있거든요. 한 가지는 가는 데 너무 오래 걸린다는 거예요. 정확히 말하자면 가는 게 짜증나는 게 아니라 오는 게 짜증나는 거지만요. 또 한 가지는 술마시러 가면 종이에 낙서를 하곤 하는데 그곳에선 손이 근질거려도 그럴 수가 없다는 거죠. 내가 그린 낙서를 인터넷에 올려서 혹시 이 낙서를 그린 사람이 누군지 아는 녀석이 있느냐고 물어볼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짓을 할 사람처럼 보이진 않지만 이 소름끼치는 세상에선 확신할 수 있는 게 없어요.



 4.휴.



 5.그런데 혹시 아는 분 계세요? 왜 한국의 호텔들이 말도 안 통하는 외국인 총지배인을 고용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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