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새 더 브레이브와 블랙스완을 연이어 봤어요

 

우선 더 브레이브. 인생이 왜 이렇게 지루할까 - 심심하다기 보다는 인생에 참 별거 없구나, 앞으로 살 날이 왜이리 기냐, 에 가까운 - 라는 푸념을 하다 친구랑 번개하듯 만나 보게 되었어요. 그간 제가 봤던 코엔형제 영화들에 비해 굉장히 따뜻한 영화였죠. True Grit, 이라는 직설적인 제목도 참 맘에 듭니다. 그러고보니 여기 나오는 인물들은 다들 그냥 직설적이고 자연산같은, 그런 사람들이라고 생각됐습니다. 악당들도 초식동물 덮치는 사자처럼, 단순하고 품위?도 있었죠. 죽을때에도 삶과 죽음이 자연의 일부라는 듯 덤덤한 편이고, 혐오감이나 비분강개를 불러일으키지 않더라구요. 주인공들은 진짜 감탄할 만 했어요. 소녀는 영민하고 순진한 용기를, 텍사스 보안관은 좀 얄팍하지만 도의적인 용기를, 무법자 보안관은 자부심과 애정에서 비롯된 용기를 보여줬어요. 찬송가 변주곡 음악이나 평원, , 달리는 말, 모두 느슨한 듯 너무 적절히 잇대어져서 마음을 채워줬어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에서도 남부지방 평원이 나왔는데, 왜 그리 분위기가 다른지. 영화 보고나서 사는데 위로받는다, 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q 블랙스완. 힘들게 하는 영화는 잘 못보는 편이라서 관심은 있었지만 안보고 있었고, 이날도 더 브레이브를 저는 한번 더 볼 셈으로 남편에게 보자고 했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 결국 블랙스완을 끊었습니다. 보고 나니 이토록 야비한 걸작’, 이라는 이동진 기자 별점평이 가장 쏙 들어옵니다. 정신적으로 억눌린 재능의 소유자가 계기를 맞아 자신의 불안한 내면이 증폭되고 스스로를 파괴하지만 한편 해방시킨다, 는 얘기는 어찌보면 흔한 멜로드라마인데, 이렇게 만들수가 있군요. 영화보던 중 친구 딸 생각도 났어요. 발레 선생님께 야단맞는게 불쌍했던 맘 약한 엄마가 엉엉 울면서 이렇게 힘들고 니가 열심히 해도 야단만 맞고 너무 맘아프고 속상하겠다, 그만하자, 라고 했을때 이녀석이 발레는 결국 보여주기 위해서 하는건데, 내가 열심히 했어도 보는 사람에게 느끼게 할 수 없다면 소용없는 거야. 괜찮아.’ 라고 했었다죠. 결국 자신은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이 안된다고 열세살 되면서 그만두었죠. 아무튼 발레가 지독한 예술이라는 건 대충 알고 있었지만 정말 지독했습니다. 새삼 배우라는 직업도 지독하겠다 싶었구요. 나탈리 포트만이 이런 배우로 컸는 지 몰랐어요. 대단했습니다. 그런말씀들 많이 하셨는데, 끝나고 나니 진짜 꼼짝 못하겠고 뭔가에서 풀려난 사람처럼 감정에 북받친 눈물이 흐르더군요. 24시를 제일 좋아하는 남편도 아니 이런 영화가, 정말 끝내준다, 며 감탄해서 더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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