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은 아니고 싶은... 희망

2015.04.23 22:10

컴포저 조회 수:1294

1.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스스로에 대한 자정능력을 잃은 것 같아요. 저 자신이라고 예외는 아니고 

타인의 결점을 묵과할 수 없는 마음, 지적하지 않고는 못베기는 마음, 자기 자신과 타인의 관계를 재정립할 기회를 잃고 

도덕적, 사회적 우위에서 남의 문제점을 고쳐준답시고 쓰고 말해야 직성이 풀리는 거죠.

그런데 그 결과가 정말 서로에게 좋다는 보장은 없었고, 실제로도 없었고요.


2.

앞가림을 못하는 건 타성에 짓눌려서 자기 자신을 확립할 시간이란 게 없는 것 같습니다. 

가령 지금의 저는 듀나게시판에서 글을 쓰는 컴포저란 닉네임을 가진 유저지만, 다른 사이트에서 별개의 ID로 인격이 분열되어 있고...

결정적으로 사회적으로는... 백수잖아요. 사회적 지위는 구직포기자. 


뭔가 일다운 일을 하고 있지만 휴일의 습관처럼 하루의 1/8은 인터넷에서 무차별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아무런 사회적 생산에 도움이 안되고 있죠.

그러니까 하루 3시간...그런 3시간이 365일 반복되다 보면 1년 중 1달 반은 인터넷만 하는 셈이잖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을 하면서 특별히 삶에 도움이 되는 정보나 뉴스를 접하진 않고 자기만족을 위해 사용하는 만큼

오히려 화가 나는 정치뉴스와 현실과 동떨어진 편견과 피상적인 관념만 붙잡고 

이게 세상의 문제이자 곧 나의 문제라며 동일시하고 해결할 유일한 창구인 마냥 동어반복을 하게 된 건 아니었나 싶습니다.


지금와서 떠오른 김영하의 스마트폰이란 도구에 대한 지적은 반만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도구가 아니라 그걸 다루는 인간의 심리와 이성적 행동이죠.

기술의 발전 속도는 획기적으로 빨라졌지만, 생활양식의 변화나 학문적, 인성적인 발달은 뒤떨어졌기 때문에 저는 인터넷의 화두에 계속 머물고 있었던 거죠.


예전에 듀게에서 어떤 분하고 다툰 적 있으면서 참 모욕적인 말을 들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지적하는 주제나 태도는 일그러져있을지 몰라도 그분이 지칭한 말은 객관적으론 맞거든요.

옛날에 어떤 과거가 있었고... 그런 걸로 변명하려고 해도 주먹이 운다에서 천호진씨가 했던 말처럼 "세상에 사연 있는 사람이 너 하나만 있는 건 아니"죠.

그런데도 현실을 외면하고 그냥 지금도 듀게에 와서 글을 쓰고 있는데.. 

왜 이런 글을 쓰냐면 그냥... 왠지 이 글을 쓰지 않고 듀게를 떠나면 안 될 것 같아서요.



3.

그러니까 모든 문제를 해결할 마스터키가 있다면 기본베이스는 나 자신인 것 같아요. 다만 모든 문제를 혼자서 해결하고 싶은 게 아니라..

때로는 다른 사람의 도움도 받고 주변 사람들이 미덥지 못해도 그게 우리가 속한 소속이라면 타인을 교정할게 아니라 저 자신을 교정하되, 

서로 상대의 좋은 면을 보고 상생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래요.


그래서 저는... 그런 행동들 이전에 액정 바깥으로 시선을 돌려서 

다시 생소하고 낮선 타인들과 만나면서 살아보려고요.


지금까지 인생에서 있었던 일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내 삶에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이제는 좀 알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인지 기대할 순 없겠지만


지금 이 시간이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세상을 위한 길임을 믿고 헛되지 않도록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감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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