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황후를 위한 파반느

2015.10.12 11:32

Bigcat 조회 수: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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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충동적으로 보고 왔습니다.

 

사실, 평소 엘리자베트 황후에게 관심은 있어서 이것저것 자료들을 찾아보곤 했었는데, 어제 딱 제가 사는 지역에서 이 공연을 한다는 걸 생각하니까, 아니 이 문화 볼모지에서! 그럼 서울까지 갈 것도 없쟎아! 하면서 예술의 전당으로 달려갔네요.

저 혼자였으니까 티켓은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습니다. ( 물론 좋은 좌석은 아니었습니다만....그렇다고 배우들 얼굴도 안보이다니...ㅠ...급하게 가느라 오페라 글래스 대여를 또 깜박함...아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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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옥주현 주연으로 봤습니다. 역시 명불허전....음악도 워낙 좋았지만 이 분 노래도 좋아서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죽음과 엘리자벳 - 헝가리 왕비가 된 이후)

 

듣자하니, 저 캐릭터 '죽음'이 화재가 많이 되더군요. 극중 가상의 인물이지만 사탄도 아니고...그렇다고 엄숙한 죽음의 신도 아니고...굉장히 카리스마 있고 (근데 오스트리아 버전 보니까 무슨 악당 같음...-_-;;) 멋지더군요. 극중에서 황후와 로맨스를 나누는 캐릭터가 바로 이 죽음인데 - 내가 기대했던 안드러시 백작 어디갔어...ㅠ...- 대충 검색해 보니 이 캐릭터에 다들 관심이 많으시더군요. 누가 이 역할을 맡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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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고 보니 포스터도 '죽음'이 그녀와 함께....

 

 

 

 

Elisabeth+Japan+%C2%A9+TOHO+Theatrical+D

 

 시어머니 조피 대공비 ( 19세기인데 혼자서 16세기 드레스를 입고 있네요. 저 메디치 칼라...-_-;;)

 

 

사극이다 보니 화려한 의상과 무도회 장면들도 많이 나옵니다.

스토리 때문에 종종 후기를 보니 말들이 많긴 하더군요. " 뭐냐, 이 막장은..."

그러니까 그 놈의 시월드 얘기가 여기도 있습니다. 19세기 유럽 황실에서 시월드라니...-_-;;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황후 엘리자벳의 불행의 8할이 무려 그 시월드에서 연유하는 겁니다! 그래서 그런가 시어머니 조피 대공비는 무서운 시어머니를 떠나서 가끔 아저씨 목소리까지 나오더군요. (대체 이건...;;)

그러다 보니 남편 요제프 황제는 무슨 답답한 마마 보이처럼 나옵니다. 그래서 많이들 의아해 하시더군요. 뭐 이런 막장 스토리가 이렇게 인기냐...그냥 한국 드라마랑 대체 뭐가 다른데? 그런데 제가 보기엔 아무래도 그래서 인기가 더 많은거 같은데요^^;; 막장이 원래 더 재밌쟎아요ㅋㅋㅋ

하지만 음악의 힘을 무시할 순 없죠. 스토리야 흔한 황실의 비사일 뿐이고 이 작품은 뮤지컬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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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연 왈츠의 나라 오스트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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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조를 타도하자! 새로운 세상이 여기있다!)



하지만 시대가 시대다 보니 이런 혁명과 무장 봉기에 대한 장면들도 심심치않게 나옵니다. ( 심지어 공산주의자들이 노동자들과 함께 시위하면서 붉은 기를 흔드는 장면들도 나옵니다! 그도 그럴것이 극도의 빈부격차 때문에 당시 제국의 수도 비엔나만 해도 인구 절반이 절대빈곤에 시달리고 있었으니까요....그러게 노동착취 좀 작작들 할 것이지....-_-;;)

 황후 엘리자벳의 시대는 민족주의와 자유주의가 온 유럽에 요동치는 시대였습니다. 그리고 무려 여기는 바로 '제 민족의 감옥' 오스트리아 - 헝가리 제국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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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시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제국은 소수의 독일인들이 (그러니까 오스트리아인들이요ㅋ) 주변의 중부 유럽 제민족을 모두 장악하여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제국의 영역은 실로 광대하여, 남부 독일 일부와 북부 이탈리아와 스위스 그리고 체코와 헝가리, 크로아티아, 루마니아 그리고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까지 영유하여 동쪽으로는 러시아 제국과 남쪽으로는 오스만 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었죠. 소수의 독일인들이 이렇게 많은 민족들을 꽉 잡고 있으니 심지어 같은 독일인들도 (스위스 사람들이요;;) 제국의 지배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을 치는 상황이었습니다. (프리드리히 쉴러의 희곡 윌리엄 텔을 한번 생각해 보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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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의 '완전 독립' 보다는 제국 내에서의 '자치권'을 얻는 것으로,

가운데의 붉은 코트를 입은 사람이 안드러시 백작인가 보군요.

 ( 허긴 제국 내에서 독일인과 함께 지배민족이 되는 기회를 얻었는데, 무리하게 큰 희생 치르면서 종속의 사슬을 끊느니...걍 사슬을 황금 사슬로 바꾸는 것도.....아, 아닙니다......ㅋㅋㅋ....그래도 그 사슬이 진짜 황금인지 도금인지도 봐야하는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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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병원을 방문한 엘리자벳 (조정연)

 

불안한 나라 사정과 불행한 가족사가 겹쳐 극도의 우울증에 시달리는 황후의 모습. 겉으로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여인이지만 실은 안으로부터 죽음의 고통에

시달리는 딱한 여인입니다. 사실 19세기의 유럽을 비롯해서 당시 어느 나라에도 왕실이나 귀족가문엔 하나쯤은 이런 인물들은 있었을 겁니다. 왜냐구요....

계속되는 시민혁명으로, 국민이 더 이상 '왕정'과 '신분제 사회'를 원치 않는다는 것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었으니까요.

국민이 원하지 않는데 이들이 더 세상에 존재할 이유가 있을까요? ( 잘못했다간 대혁명 때의 루이 16세나 마리 앙투아네트처럼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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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황후 엘리자벳의 비극이나 그의 아들 황태자 루돌프의 죽음도 그런 측면에서 봐야합니다. 루돌프는 딱하게도 아버지와 계속해서 대립하다가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 문득 영조와 사도세자 생각이 남...;;)

 

극중에서 내내 황제 프란츠 요제프는 유약한 사람으로 나옵니다만, 이 양반 실제는 전혀 그런 사람 아니었습니다. 다만 시대가 중세나 절대왕정 시기가 아니어서 그 내면의 잔혹성이 보이지 않았을 뿐이죠. 그의 치세 기간 그가 행한 정치적 행적을 살펴 본다면 그가 어느 정도는 유연한 사람이지만, 결국은 '메테르니히'의 충실한 제자일 뿐이라는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는 확고부동한 보수반동주의자였습니다. 시민혁명과 민족국가 수립에 일생 동안 단호히 맞선 그의 패기는 정말.........-_-...;;)

 

 그는 결코 단 한번도 자신의 제국이 가진, 제 민족에 대한 지배성에 그 어떤 의심도 품은적이 없습니다. 자기네 독일인들, 그러니까 오스트리아 제국 신민들이요...이들에 대한 확고한 권위도 한번 의심해본적 없구요. 첨언하자면, 당시 그의 오스트리아 황실이 유럽에서 가장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집안이었습니다. ( 아무리 귀족 집안이라 해도 작위를 받은지 최소 5대조 이상은 되어야 황궁 출입이 가능할 정도였으니까요 >.< ) 호족 따위는 인정 안하겠다는 저 패기!ㅋㅋㅋ

 

 집안 분위기가 그러니까 어쩔 수 없었던거 아니냐구요? 아니오! 황제 본인이 그런 체제의 열렬한 수호자였는데요, 뭘...;; 극중의 저 시집살이가 진짜 시어머니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건......아니겠.......;; 물론 당연히 아닙니다^^;; 황후가 자녀들에 대한 육아권을 빼앗긴 건 바로 황제인 남편의 의지가 없었으면 절대 불가능한 일입니다. 정말 어처구니 없긴한데, 그는 자신과 정치적 견해가 다른 아내가 자식 키우는 걸 우려한 나머지 저런 어처구니 없는 일을 묵인한 거죠. 참...;;

그러니까 엘리자벳 황후는 황제가 가장 걱정하는 세력인 민족주의와 자유주의 사상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그녀가 유럽 민족주의의 전초지 같았던 독일 출신 귀족이란걸 생각해보면 답 나오는 얘깁니다. 여성이라 이런 정치적 견해가 겉으로 분명히 드러나 보이지 않았을 뿐이지, 그녀가 각별히 애정을 쏟아부은 헝가리와의 관계를 생각해 보면 당시 주요한 사상적 조류였던 민족주의에 한참 경도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엘리자벳은 제국 내에서 가장 반발이 크고 독립의지도 컸던 헝가리를 계속 제국 내에 묶어두기 위한 방편으로 제시된 '자치권'방안을 적극 지지합니다. 그녀는 헝가리 귀족 안드러시 백작과 협력하여 헝가리에 광대한 자치권 부여와 함께 오스트리아와 이중제국을 만드는 작업에 적극 참여하였고 제국의 헌법을 전제군주제에서 입헌군주정으로 만드는 일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 그리고 훗날 아들을 하나 더 낳아서 그 아이를 내세워 헝가리를 완전 독립국의 입헌군주국으로 만들 계획도 세웠죠. 그래서 지금도 헝가리 세게드에는 황후 엘리자벳의 동상이 서 있습니다. 그녀는 한 마디로 오늘날 헝가리 민족주의의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무려 외국 지배자가요^^;;.....그런데 남말할게 아니네요. 우리에게는 맥아더가 있다! -_-;; )

하지만 이런 일련의 조치들은 제국의 상황을 간신히 진정만 시킬 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니었죠. 헝가리만 진정시키면 뭐합니까...그 밖에 다른 민족들이 이 일을 환영할까요? 아니죠...당연히 다들 난리가 났습니다. 특히 체코 - 보헤미아 쪽이;; 헝가리가 독립을 위한 반란을 일으켰을 때 제국의 편에 서서 누구보다 열씨미 헝가리 민족주의자들을 제압한 크로아티아의 반발도 엄청났구요....결국 이런 문제들이 누적되어 1차 대전 이후로 제국은 해체의 길을 걷습니다. 그럼 황실은....-_-;;.....

 

 

 ( 이런 상황인데, 대체 어쩌다가 천하의 절대 군주 프란츠 요제프 폐하께서 어머니 치마 폭에 싸인 남자로 그려진 건지.... 이 대사 나오는데 정말...." 어머니야, 나야! 선택해! ".....-_-;;)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이런 요소들이 극중의 재미를 끌어가는 요소인가 봅니다. 뮤지컬 보는데 골치아픈 정치 얘기 계속하면....안되겠죠....ㅋ

 

엘리자벳

 

 아름다움으로 남편을 압도하고 마침내 항복을 받아내는 엘리자벳....그러니까 관객을 압도했다구요^^;; 이 장면에서 옥주현의 가창력에 감탄....객석에서 박수와 환호성이 쏟아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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