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

2015.10.19 02:37

여은성 조회 수:1292



 1.흠...조금 신변잡기적인 이야기인데,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깨닫는 중대한 사실이 있죠. 어차피 나는 노벨상을 못 탈 거라는 거요. 


 

 2.뭐 언제나 나쁜 상황 속에서도 위안거리는 찾아낼 수 있어요. 노벨상을 못 탄다는 건 오늘 하루, 노벨상을 타기 위한  힘든 노력을 안해도 된다는 거거든요. 때워져야만 하는 오늘 하루를 대충 때워내기 위한 뭔가를 하다가 잠들면 되는 거죠.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것도 아니고 일정한 지점에 안착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헛도는거죠. 헛도는 것과 헛된 희망을 가지고 어딘가로 향해 가는 것...둘 다 별로죠.


 

 3.이런, 좀 염세주의적이네요. 하지만 이 세상을 살면서 어떻게 염세주의자가 안 될 수 있겠어요. 살면서 배운 건 언제나 과도기라는 거에요. 휴. 저는 언제나 과도기가 지나가기를 바랬지만 과도기는 끝나는 법이 없어요. 과도기가 끝나면 곧바로 다음 과도기가 시작되는 거죠. 


 휴.


 과도기라는 건 무언가가 확립되어가는 시기를 일컫죠. 한때는 과도기에서 역동성을 찾아볼 수 있던 시기도 있었지만 요즘 확립되어가는 건 그냥 먼지가 되어가는 걸 바라보는 것뿐이예요. 모든 건 확실하게 먼지가 되는 거고 지금은 먼지가 되어가는 과도기인거죠. 여기서 유일하게 시도해 볼 수 있는 건 모든 게 먼지가 되어가고 있다는 걸 잠깐이나마 잊게 만드는 것들을 돈을 주고 사는 거죠. 


 

 4.흠.


 

 5.가끔 위험에 대한 이야기를 했죠. 옛날, 위험에 처해 있었던 시기는 이런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어요. 매일 매일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궁리를 하고 살았죠. 여기서 말하는 위험은 부자유예요. 가끔 짤막한 시간이 나면, 이 부자유로부터 벗어나서 안전하게 된 나를 상상하곤 했어요. 그때는 부자유로부터 벗어난다는 미션이 늘 24시간 있었던 거죠.


 하지만 정작 생각을 할 여유가 많아지니...소름끼치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거죠. 거시적인 위험은, 나는 하루하루 먼지가 되어가는 과정 속에 있는 거고 이 위험에선 벗어날 수가 없다는 거죠. 패리스 힐튼이 영원히 살고 싶다고 한 건 맥락은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녀도 이런 위험을 인지한 거겠죠.


 따져 보면, 매일 매일 아주 천천히 먼지가 되어간다는 공포를 잊게 해주는 무언가가 있었던 시절도 크게 나쁘진 않았던 거 같아요. 당시엔 대비되는 것들이 있었거든요. 미션이 계속되는 와중에도 작은 위로가 되어주는 무언가가 군데 군데 있었어요. 이전에 말한 김밥천국 스페셜세트 같은 거요. 그건 진짜 좋았어요. 그걸 먹기 위해 몇백원씩 모으곤 했죠.


 

 6.이렇게 이 글을 끝내면 너무 우울하니...뭐 쓰긴 써야할텐데.



 7.아, 결혼 얘기를 써보죠. 결혼이라...결혼이 가져올 비참한 결과들을 감안해보면, 결혼한다면 지루함만큼은 확실히 해결될거예요. 


 결혼을 하지도 않았지만 절대로 나는 결혼생활을 참아내지 못할 거라는 걸 이미 너무 잘 아는 거 같아요. 그런데 이상한 건, 사실 살면서 계속 무언가는 참아야 하잖아요. 실제로 살아오면서 말도 안 되는 것들을 다 참아내며 여기까지 온 거고요. 


 한데 한번 인내력을 잃고 나니 다시는 인내력을 되찾을 수가 없다는 걸 스스로 느끼고 있어요. 다시 한 번 인내력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에 몰아넣어진다면 그건 나에게나 이 세상에게나 절대 좋지 않게 끝날 거 같아요.


 흠.


 결혼 얘기가 아니라 인내력에 대한 얘기가 되어버렸네요. 그냥 막 쓰다 보면 늘 이상한 곳으로 얘기가 흐르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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