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의 이야기...

2015.11.13 16:15

여은성 조회 수:1137


 1.아더왕 전설에 따르면, 가웨인이란 기사는 태양이 중천에 뜬 정오에서 3시까지의 힘이 정점에 달해 누구도 상대할 수 없었다고 하죠.



 2.가웨인과 이 글은 관계없지만 그냥 예를 들어봤어요. 우리를 최대로 고조시키는 어떤 것에 대해 써보고 싶어서요. 


 최근 쓴 글에 유일하게 기분이 좋을 때는 도파민이 방출될 때라고 쓴 적이 있어요. '그게 어떤 때지?'하고 누군가 묻는다면? 강원랜드를 다니지 않는 사람이 일상에서 도파민을 느낄 일이라곤 뭐가 있겠어요. ??뿐이죠. 가웨인의 힘을 고조시키는 건 태양이고 저의 감정을 고조시키는 건 도파민인 거죠.



 3.미리 써둬야겠네요. 이 글의 주인공이 저인 것 같은 분위기지만, 아니예요. 예전에 언급되려다 만 어떤 곳의 어떤 사장이예요. 어쨌든, 어떤날이었어요. 도파민을 느낀 어떤날이었죠.


 감정이 고조되는 것과 정점에 달하는 것은 좀 다른 문제예요. 교만함과 기쁨이 정점에 달하면 나는 듯 기분이 좋긴 하지만...너무 많은 것은 어쨌든 덜어내어져야 하죠. 


 그리고 고조된 감정을 소모하는 건 게임 캐릭터가 게이지를 소모해 필살기를 쓰는 것과 비슷하죠. 게임 캐릭터가 필살기를 쓰는 것과 다른 점은, 하려고 해서 하는 게 아니라 그냥 그 감정이 방출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온다는 거예요. 기행이라는 형태로요.



 4.흠.



 5.어떤 술집에 가서 일단 뭔가를 시켰어요. 뭔가를 부탁하려면 부탁을 거절할 수 없을 정도의 뭔가를 시키는 것...그게 규칙이죠. 그리고 가위를 좀 달라고 했어요. 주방에서 쓰는 게 아니라 문구용 가위로요. 머리를 자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누군가가 머리를 자른 가위가 주방에서 쓰여지면 다른 고객들이 짜증날 거 같아서 문구용 가위로 꼭 달라고 부탁했어요. 물론 그들은 거절하지 않았죠. 아니면 못한 거거나.



 6.그리고 거리에 나가 밤거리의 바람...내음과 굉음...지나가는 사람들의 이상해하는 시선 뭐 그런것들을 느끼며 머리를 잘랐어요. 그렇게 머리를 다 자르고 나니 기분이 좀 정상으로 돌아왔어요. 마침 지나가는 외국인에게 "Do you like Kimchi?" 한마디 해주는 건 잊지 않았고요. 



 7.그리고 돌아와 보니 종업원들은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하긴 머리를 자르는 데는 오래 걸리니까요. 술을 시켜놓은 사람이 도망을 간 건지 나가서 머리를 자르고 있는 건지 한쪽에 돈을 걸라고 하면, 보통 사람들은 도망 쪽에 돈을 걸 테니까요.


 칭찬은 좋은 거예요. 기분을 좋게 만들죠. 그 방엔 사장이랑 아가씨 몇명이 있었는데 다들 제게 머리를 너무 잘자른다고 칭찬해 줬어요. 미용실에 갈 필요도 없을 것 같다고요. 사장 한명만 빼고요. 사장은 웃지도 않고 칭찬하지도 않고 그냥 가만히 날 바라보고 있었어요. 그래서 모두를 내보내고 뭐 할말이 있는 거 같으니 해보라고 했어요. 사장은 지금까지 본 것 중에 가장 싸늘한 표정으로 대답했어요.


 "난 은성씨가 참 좋아. 똑똑하고 멋진 면이 많아. 그런데 다시는 그런 건 하지 마."


 그때는...그냥 피식 한번 웃고 나도 사장님을 좋아한다고 했어요. 하지만 짜증나는 충고를 참아줄 만큼은 아니라고 했어요. 그러자 사장도 씩 웃고는 다시...뭐랄까. 다시 사장으로 돌아갔어요. 날 상대로 장사하는 그 사람으로요.


 

 8.요즘 이런저런 모임에 나가곤 한다는 말을 했었죠. 요즘은 그때 그 사람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 알 것도 같아요.


 내가 내게 잘보일 이유가 없는 사람들 사이에 가서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고 행동을 하면 칭찬 대신 다른 것이 돌아올 거라는 예언 같은 거였어요 그때의 그 말은.


 예전에 한번 그를 주인공으로 한 글을 길게 써보고 싶었는데 언젠간 기회가 있겠죠. 이 글은 통찰력이 주제인 글이군요 끝까지 쓰고 보니. 고조와 방출에 관한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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