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도 한없이 가라앉고, 해외에서 그리고 국내에서 어처구니없이 죽고 다친 사람들 소식을 듣다 보니 


그냥 좀 격렬한 영화를 보고 싶더군요. 예전부터 봐야지 했던 영화들 세 편을 몰아서 봤어요. 


Julia(1977), Maurice(1987), Isadora(1968) 순으로 봤는데 전부 등장인물의 이름을 제목으로 한 영화들이군요. 


역시 저는 생생하고 강렬한 캐릭터가 나오는 영화에 끌리는 것 같아요. 


바네사 레드그레이브라는 배우, 참 매력적이네요. 이렇게 눈에서 광채가 나는 듯한 배우는 처음 봤어요.  


<이사도라>를 보고 나서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못 받다니 도대체 누가 받았나 하고 찾아봤는데 


받을 만한 배우가 받긴 했더군요. 그래도 이 영화로 레드그레이브가 칸 여우주연상을 받아서 좀 덜 섭섭해요. 


<줄리아>에도 바네사 레드그레이브가 나와요. 줄리아 역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고요. 


제인 폰다가 사실상 주인공이고 훌륭한 연기를 보여줬지만 바네사 레드그레이브가 연기한 줄리아의 모습은 참 생생해서 


정말 나치 하의 독일에서 지하 운동을 하는 정의롭고 굳센 여성운동가 같았어요. 


줄리아를 위해 마음 약한 릴리언(제인 폰다)이 목숨을 걸고 어떤 일을 떠맡은 것도 이해가 되고요.  


프레드 진네만 감독은 뭔가 제 마음을 울리는 게 있는 영화를 만드네요. 전에 오드리 헵번이 나오는 <파계>를 


봤을 때도 그랬고 <줄리아>도 그렇고... 이 감독 작품을 더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줄리아>를 먼저 봤기 때문에 이런 강한 역할을 한 배우가 이사도라 던컨 같은 무용수를 도대체 어떻게 연기했을까


궁금했는데 와, 멋지더군요. 영화 시작하고 조금씩 보여주는 춤을 통해 이사도라 던컨이 어떤 사람인지 단번에 알 것 같았어요. 


온몸으로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는 거침없이 자유로운 사람, 온몸에서 생명력이 솟아나는 듯한 사람의 격렬한 사랑 얘기였어요. 


저는 이런 강렬한 캐릭터를 좋아해서 앞으로도 레드그레이브의 영화들을 종종 찾아볼 것 같아요.


<모리스>는 동성애가 금지되었던 시절의 동성애를 그리고 있는데 휴 그랜트가 이런 영화에도 나왔었군요. 


모리스 역을 맡은 제임스 윌비라는 배우는 처음 보는데 영화 초반에는 어리벙벙하고 별로 매력이 없더니 


영화가 진행될수록 점점 멋있어지고 슬픈 분위기에 연기도 잘하는 느낌이어서 신기했어요. 


찾아보니 이 영화로 베니스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네요. 


동성을 사랑하는 것이 사회적인 파멸을 의미하는 시대에 그런 자신을 뜯어고치는 사람과 


그런 자신을 어쩔 수 없어서 괴로워하는 사람의 모습이 다 가슴 아픈, 아름답고 슬픈 영화였어요. 


줄리아, 모리스, 이사도라, 이 세 영화 모두 사랑에 헌신하는 사람을 그린 영화라고 생각해요. 


조금씩 다른 형태이긴 하지만 이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삶을 걸고 최선을 다해 사랑하거든요. 


마음을 흔드는 영화를 연속해서 세 편이나 보니 머리가 얼얼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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