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30 16:45
오늘 책 사러 인터넷 교보문고에 들어가니 이런 게 떴더라고요.
갑자기 속표지가 되어버린 김경욱 작가님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ㅠㅠ
(이왕 책을 사려면 표지가 2개인 교보문고에서... ^^)
다른 서점에도 들어가 봤는데 교보문고만 이벤트 하나 봐요?
이 스페셜 이벤트로 책이 많이 팔리면 이상 작가가 다시 전면 표지모델로 부활할까요?
이상 시인의 재미있는 시 한 편 ^^
얼굴
배고픈얼굴을본다.
반들반들한머리카락밑에어째서배고픈얼굴은있느냐.
저사내는어데서왔느냐.
저사내는어데서왔느냐.
의얼굴은잘생겼을것임에틀림이없다고함은저사내아버지는워낙
은부자였던것인데저사내어머니를취한후로는급작히가난든것임
에틀림없다고생각되기때문이거니와참으로아해라고하는것은아
버지보담도어머니를더닮는다는것은그무슨얼굴을말하는것이아
니라성행을말하는것이지만저사내얼굴을보면저사내는나면서이
후대체웃어본적이있었느냐고생각되리만치험상궂은얼굴이라는
점으로보아저사내는나면서이후한번도웃어본적이없었을뿐만아
니라울어본적도없었으리라믿어지므로더욱더험상궂은얼굴임은
즉저사내는저사내어머니의얼굴만을보고자라났기때문에그럴것
이라고생각되지만저사내아버지는웃기도하고하였을것임에는틀
림이없을것이지만대체로아해라고하는것은곧잘무엇이나숭내내
는성질이있음에도불구하고저사내가조금도웃을줄을모르는것같
은얼굴만을하고있는것으로본다면저사내아버지는해외를유랑하
여저사내가제법사람구실을하는저사내로장성한후로도아직돌아
오지아니하던것임에틀림이없다고생각되기때문에또그렇다면저
사내어머니는대체어떻게그날그날을먹고살아왔느냐하는것이문
제가될것은물론이지만어쨌든간에저사내어머니는배고팠을것임
에틀림없으므로배고픈얼굴을하였을것임에틀림없는데귀여운외
톨자식인지라저사내만은무슨일이있든간에배고프지않도록하여
서길러낸것임에틀림없을것이지만아뭏든아해라고하는것은어머
니를가장의지하는것인즉어머니의얼굴만을보고저것이정말로마
땅스런얼굴이구나하고믿어버리고선어머니의얼굴만을열심으로
숭내낸것임에틀림없는것이어서그것이지금은입에다금니를박은
신분과시절이되었으면서도이젠어쩔수도없으리만큼굳어버리고
만것이나아닐까고생각되는것은무리도없는일인데그것은그렇다
하더라도반들반들한머리카락밑에어째서저험상궂은배고픈얼굴
은있느냐.
2016.01.30 19:26
2016.01.30 19:32
이미 구입을 해버려서 부들거리고 있을 뿐.
2016.01.30 20:16
아, 책을 살 분들은 벌써 사셨겠군요. ^^
이 글을 올린 덕분에 오랜만에 이상의 시를 몇 편 읽어보고 있어요.
공복
바른손에과자봉지가없다고해서
왼손에쥐어져있는과자봉지를찾으려지금막온길을오리나되돌아갔다
이손은화석하였다
이손은이제는이미아무것도소유하고싶지도않다소유된물건의소유된것을느끼기조차하지아니한다
지금떨어지고있는것이눈(雪)이라고한다면지금떨어진내눈물은눈(雪)이어야할것이다
나의내면과외면과
이건의계통인모든중간들은지독히춥다
좌 우
이양측의손들이상대방의의리를저바리고두번다시악수하는일은없이
곤란한노동만이가로놓여있는이정돈하여가지아니하면아니될길에있어서독립을고집하는것이기는하나
추우리로다
추우리로다
누구는나를가리켜고독하다고하느냐
이군웅할거를보라
이전쟁을보라
나는그들의알력의발열의한복판에서혼수한다
심심한세월이흐르고나는눈을떠본즉
시체도증발한다음의고요한월야를나는상상한다
천진한촌락의축견들아짖지말게나
내체온은적당스럽거니와
내희망은감미로웁다
2016.01.30 20:32
이상문학상, NBA, 윔블던 등에 열광하던게 언제인가 싶네요
2016.01.30 20:38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2010년까지는 읽은 것 같은데... ^^
요즘 페더러가 늙어서 테니스도 조금 시들해졌고...
피겨스케이팅에 재미를 붙여보시죠. ^^
회한의 장
가장 무력한 사내가 되기 위해 나는 얼금뱅이였다
세상에 한 여성조차 나를 돌아보지는 않는다
나의 나태는 안심이다
양팔을 자르고 나의 직무를 회피한다
이제는 나에게 일을 하라는 자는 없다
내가 무서워하는 지배는 어디서도 찿아볼 수 없다
역사는 무거운 짐이다
세상에 대한 사표 쓰기란 더욱 무거운 짐이다
나는 나의 문자들을 가둬버렸다
도서관에서 온 소환장을 이제 난 읽지 못한다
나는 이젠 세상에 맞지 않는 옷이다
봉분보다도 나의 의무는 적다
나에게 그 무엇을 이해해야 하는 고통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나는 아무 때문도 보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아무것에게도 또한 보이지 않을 게다
처음으로 나는 완전히 비겁해지기에 성공한 셈이다
2016.01.31 16:21
2016.01.31 18:20
오옷, 이상의 매력을 아시는군요. ^^
이 분 시는 꽤나 절망적인데도 묘한 유머가 있고 뭔가 신선해요. ^^
I WED A TOY BRIDE
1. 밤
작난감신부살결에서 이따금 우유내음새가 나기도한다. 머(ㄹ)지아니하여 아기를나으려나보다. 촉불을 끄고 나는 작난감신부귀에다대이고 꾸즈람처럼 속삭여본다.
「그대는 꼭 갓난아기와 같다」고……
작난감신부는 어둔데도 성을내이고 대답한다.
「목장까지 산보갔다왔답니다」
작난감신부는 낮에 색색이풍경을암송해가지고온것인지도모른다. 내수첩처럼 내가슴안에서 따근따근하다. 이렇게 영양분내를 코로맡기만하니까 나는 자꾸 수척해간다.
2. 밤
작난감신부에게 내가 바늘을주면 작난감신부는 아무것이나막 찔른다. 일력. 시집. 시계. 또 내몸 내 경험이들어앉아있음즉한곳.
이것은 작난감신부마음속에 가시가 돋아있는증거다. 즉 장미꽃처럼……
내 가벼운 무장에서 피가좀난다. 나는 이 상채기를 고치기위하여 날만어두면 어둔속에서 싱싱한밀감을먹는다. 몸에 반지밖에가지지않은 작난감신부는 어둠을 커―틴열듯하면서 나를 찾는다. 얼른 나는 들킨다. 반지가 살에닿는것을 나는 바늘로잘못알고 아파한다.
촉불을 켜고 작난감신부가 밀감을 찾는다.
나는 아파하지않고 모른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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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처럼 이상문학상 작품집 내용보다 표지에 더 관심이 있는 분은 별로 안 계신가 봐요?? ^^
댓글도 없고 심심하니 이상 시인의 시나 한 편~~
캄캄한공기를마시면폐에해롭다. 폐벽에끌음이앉는다. 밤새도록나는몸살을앓는다.
밤은참많기도하더라. 실어내가기도하고실어들여오기도하고하다가잊어버리고새벽이된다.
폐에도아침이켜진다. 밤사이에무엇이없어졌나살펴본다. 습관이도로와있다.
다만내치사한책이여러장찢겼다. 초췌한결론위에아침햇살이자세히적힌다.
영원히그코없는밤은오지않을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