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 "캐롤(Carol)"을 다시 생각합니다. 뉴시스가 제공하여 조선일보에 실린 캐롤 리뷰에는, "(캐롤은) 무너져가는 결혼생활을 일으켜보려고 하지만, 남편보다 테레즈에게 더 끌린다"고 나와 있어요. 하지만 영화 "캐롤"에서 캐롤은 결코 무너져가는 결혼생활을 일으켜보려고 하지 않아요. 기자가 영화를 제대로 보지 않았군요. 캐롤은 남편 하지가 원해서 파티에 한 번 참석할 뿐입니다. 파티에서도 남편은 "당신은 항상 무리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야 (제가 의역함)"이라고 말하지만, 캐롤은 그냥 귀찮을 뿐이예요. 


캐롤의 남편 하지는 부유하고, 힘있고, 잘생겼고, 캐롤을 학대하는 것 같지도 않으며, 캐롤을 깊이 사랑하는듯 한데, 캐롤은 왜 이혼을 원할까요? 캐롤의 예전 연인이었단 애비가 하는 말에 힌트가 있죠. 


"당연히 캐롤이 갈 데가 없겠지. 그 동안 당신은 캐롤을 당신 외에는 아무런 인간관계가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놓았잖아." (정확한 쿠오트는 아닙니다)


캐롤이 입은 모피, 캐롤이 낀 장갑, 캐롤이 타는 자동차, 캐롤이 사는 장난감, 캐롤의 수트 케이스, 핸드백, 커다란 다이아몬드 반지와 잘 정돈된 피부는, 캐롤이 누린 1952년 상류층의 부를 짐작하게 합니다. 그러나 캐롤은 하지에 의해서 갇혔다고 느끼고 그래서 캐롤은 하지를 떠날 수 밖에 없는 거죠. 테레즈를 사랑하기 때문에 하지를 떠나는 게 아니예요. 테레즈를 사랑하기 전에 캐롤은 이미 하지와 이혼소송을 시작했죠. 


2. 영화 "룸"을 본 뒤 너무나 충격 받아서 소설 "룸" 오디오북을 들었습니다. 소설도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놓더군요. 도서관에 이 책 대출신청을 하고 기다리고 있어요. 


영화를 본 뒤 친구와 대화를 했어요. 

친구: 어떤 영화였니?

- 무서운 영화였다.


친구: 누가 죽더냐?

- 아무도 안죽는다.


친구: 귀신이 나오더냐?

- 귀신 안나온다.


친구: 그런데 왜 무서운 영화냐?

- 모든 어머니들의 공포를 집합해서 보여준다. 납치당하는 딸. 납치당하는 나. 고립된 환경에서 납치범의 아이를 임신하고 아이가 괴물이 되지 않게, 정상으로 자라게끔 키우는 상황. 성인 인간과 아무런 관계를 맺을 수 없는 상황. 영양 발란스가 나쁜 음식을 아들에게 줄 수 밖에 없는 엄마. 생필품을 강간범에게 의지해야하는 여자.


3. 트위터의 hubris2015 (김동조씨)가 다음과 같은 트윗을 올렸습니다. 


지금 한국의 기준 금리는 1.5%. 3년 국고채 금리는 1.56%. 10년 국고채 금리는 1.98%. 물가가 한국은행의 타겟을 아래로 벗어난지는 3년 가까이 되어 간다. 기준 금리가 너무 높다. 우리는 일본의 20년 전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



이 트윗을 보고, 이 잃어버린 20년동안 일본인들은 어떻게 살았나 궁금해지더군요. 만일 한국이 일본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거라면, 일본인들이 어떻게 살았나 자세히 알아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수진박사의 "'잃어버린 20년'간의 일본인의 경제생활"을 보니, 대략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 잃어버린 20년간을 전체 4개 기간으로 나눴을 때, 1기에는 저축률이 올랐으나 2기에서 4기까지는 저축률이 내려갔다. 저축을 할 여력이 없었던 것이다. 

- 교통 통신비가 꾸준히 올라갔다

- 교육비와 보건의료비의 경우, 부자와 가난한 사람 사이에 큰 지출격차가 있었다. (가난한 집 자식들이 교육을 통해 잘살기 어려워질 거라는 함의. 가난한 집의 경우 병원비 지출도 줄일 것)

- 디스카운트 스토어, 양판 전문점 이용율이 높아졌다. 

- 저가 상품들이 히트쳤다. (반액 버거, 유니클로, 100엔숍, 280엔 소고기 덮밥) 

- 럭셔리 물품 (보석, 악기, CD, 신사복) 매출이 줄어들었다. 

- 유통업체의 자체브랜드 상품 매출이 늘었다. (싸고 브랜드 이름이 없는 것) 

- 반면, 가격이 비싸더라도 충분히 질이 높으면 사는 경향이 있었다. (조금 무리해서 즐기는 조금 비싼 맥주나 조금 비싼 케익, 조금 비싼 샴푸같은 것)

- 가격이 싼 한국으로 여행오는 일이 늘었다. 


Fukao et al. 논문을 읽어보니, 

- 1995년을 기점으로 일본 기업의 저축은 늘었고, 일본 가구의 저축은 심각하게 줄었습니다. 기업은 돈을 쌓아두고만 있고 개인은 소비를 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네요. 

- 일자리로 봤을 때, Full time으로 고용된 사람들이 확연히 줄었고, 전체 노동인구가 줄었고, 파트타임도 줄었고, 자영업은 줄긴 했지만 비슷했습니다 (1970-2010 트렌드).


이건 논문은 아닌데, 가끔 일본 만화를 읽어보면, 아무것도 아닌 남자가 갑자기 행운을 맞는 내용이 있습니다. 길을 가다가 할머니를 구해줬는데 그 할머니가 알고보니 빌라를 소유하고 있다는 이야기지요. 그래서 착한 마음을 가진, 그러나 능력은 없는 남자를 빌라 관리인으로 고용하는데, 빌라에는 예쁜 여자들이 가득해서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이 생긴다는 내용입니다. 이런 줄거리는 여러가지로 변형이 되요. 빌라 주인이 여중생이고 나는 직장 다니는 인기없는 남자라든가 (만화 "집주인씨는 사춘기") 하는 식으로. 


이런 만화들은 사실 한 발짝 떨어져 보면 서글픕니다. 주인공 남자가 자기의 능력을 그저 빌라에서 고장난 전구를 가는 정도, 집세를 거두고 정원을 정돈하는 정도로 평가하고 있고, 자기 인생의 중요한 문제들 - 일자리라든가 여자라든가 하는 게 야심없이 해결되죠. 패기라곤 없는데 그게 현실적인 행복이란 듯이 보여줍니다. 


4. 요즘 기분이 다운되면 틀어보는 빅토리아 시크릿 -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Sexy Back"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TZAEDYA8n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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