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안철수가 싫으냐고요?

2016.04.16 20:45

bankertrust 조회 수:3260

1. 이번 총선의 결과를 보고 너무나 행복합니다.  여론조사보다는 분명 야당의 성적이 좋을 거란 막연한 생각을 했지만, 이 정도의 결과가 나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박근혜의 실정과 오만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와 적개심은 인터넷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현실에 실재하는 광범위한 것임을 확인했고, 우리나라 국민들의 민도가 이 정도로 높은 것인지 정말 몰랐습니다.


2. 아래에 왜 안철수를 싫어하는가에 대한 질문 글이 있었고, 이에 대한 여러 답글들이 달렸습니다.  질문글을 올리신 분에게 댓글이 충분한 설명이 되었는지 모르겠으나, 2012년 대선 직전 저 자신은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로 썼으나, 그러나 많은 분들의 공분(?)을 산 안철수에 대한 저격 글을 올린 사람으로서 2012년의 안철수와 2016년의 안철수를 비교하는 것도 의미있을 것이고, 왜 안철수와 같은 정치인이 "개자식"인지 저의 관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글을 써 봅니다. 


http://www.djuna.kr/xe/index.php?mid=board&search_keyword=bankertrust&search_target=user_name&document_srl=5072833


3. 정치인이란 자신이 현시대의 문제의식을 제기하고, 그 문제의식에 대해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라고 생각합니다.  박정희의 "잘살아보세", DJ의 "남북화합과 IMF극복", 노무현의 "권의주의와 지역주의 타파" 모두 당대의 절박한 문제를 제시하고 임기 동안 최우선으로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 3인의 정치지도자들이 후세의 국민들에게 인정받는 이유는 이 과제에 대한 상당한 성과를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조차도 "건설경기(라 쓰고 내 집값이라 읽는다)부양으로 잘 살아보세"란 선명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임기 동안 이 과제에 쉴새없이 매진해 왔습니다.  물론 이명박은 정치라는 공익의 영역을 사익의 추구라는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방법으로 일관해왔기 때문에 그에 대한 평가는 다들 아시다시피 입니다.


4. 안철수가 제시하는 시대의 문제의식은 무엇인가요?  "새정치"  그의 주장에 따르면 새누리의 집권 연장은 반대한답니다.  그리고 야당 역시 낡고 무능하여 이를 대체할 새로운 정치세력이 필요하답니다.   그럴 듯하게 들립니다.  그렇다면 누가? 어떻게? 무엇을?  안철수가 대중 정치에 참여한지 4년이 지난 지금도 안철수는 구체적인 그림을 보여준 적이 없습니다.  많은 발언을 해왔지만 그 발언의 대부분은 기존 양당에 대한 양비론적 비난이었지, 자신이 생각하는 새로운 사회에 대한 비전을 들은 기억이 없습니다.  혹시 안철수의 비전에 대해 "양당 기득권 철폐"말고 우리 사회의 무엇이 가장 문제이고 자신은 어떤 방식으로 이에 대한 개선을 추구하겠다는 그의 생각을 알고 계신 분이 있으면 댓글로 저의 무지에 따끔한 교훈을 주시기 바랍니다.


5. 안철수가 그리는 사회에 대한 총체적 그림은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지만, 분명 민주당의 중간적인 위치보다는 분명 오른쪽인 것 같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노동관도 보다 오른쪽 같네요.   복지에 대한 그의 태도도 민주당보단 오른쪽인 것 같은 인상이 있습니다.  제가 이런 미지근한 말밖에 못하는 이유는 제가 그를 알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기 보다는, 한번도 특정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보여준 적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사회관은 민주당보다는 새누리에 가까워 보입니다.  게다가 포스코이사회장, 서울대 교수 등 청와대(MB정부)의 (전폭적) 동의 없이는 불가능한 경력을 연속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왜 이 사람이 야당의 포지셔닝을 가지고 있는지 나름대로 이 사람에 대해 알아보면 볼수록 궁금해 집니다.


6. 경력이 마음에 않들어도 정치권에 들어왔으면 잘하면 되는거죠.  근데 그의 레토릭과 달리 그의 새정치는 전에 볼 수 없는 참신함 보다는 이제는 그가 구태스럽다는 기존 정치인들도 잘 않하는 오래된 구태를 속성으로 보여주시네요 (송호철 철새질, 대선 단일화시 정몽준보다는 훨씬 못한 구질구질한 행태).  네 어차피 대선은 패했으니 다음을 기약해서 잘하면 되죠.   민주당에 입당(합당이라고 했지만)해서 대표로서의 그의 의사결정과 행태는 매우 어지럽습니다. 천정배의 광주 공천을 좌절시켜 천정배가 뛰쳐나가게 만들었고(그런데 지금은 같은 당에, 이런게 새정치!) 공천도 당선 가능성이 매우 낮고, 명분도 뭔지 모르는 사람들로...   대표를 던지고 나가서의 행동은 더욱 어지럽습니다.  문재인이 제안한 혁신위원장은 거절하면서,  혁신전대만이 유일한 혁신 방안이라고 이거 않하면 탈당하겠다고 하더니 탈당을 했습니다.


7. 이후의 과정을 다 잘아실 겁니다.  그의 주위에 있는 김한길, 정동영, 박지원, 천정배, 김성식, 그리고 호남에 집중된 주로 기존 국회의원이었던 23명의 국회의원들.  이들의 면면이 새정치스러운가요? 새누리와 비슷한 사회 경제 포지셔닝을 가진 당수와 호남 지역 정당.  이게 안철수가 줄기차게 4년을 주장한 결과물입니다. 이 기괴한 조합의 정치세력이 과연 한국 사회의 발전을 위해 얼마나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8. 그가 무능해서 그의 정치활동이 한국사회에 별 기여를 못한다고 해서 이렇게 따로 제가 글까지 쓰면서 욕을 하진 않습니다.  무능하고 한심한 정치인들은 널리고 널렸고 제가 아무리 듣보잡이더라도 저의 아까운 시간을 그런 부류의 정치인의 한심함을 알리기 위해 쓰고 싶진 않습니다.  그의 진짜 문제는 그가 목표로 하는 집권(자기가 대통령이 되는게 새정치라고 안철수는 굳게 믿고 있을 겁니다.)은 현 집권세력을 대체할 현실적인 유일한 대안 세력(민주당)을 무력화하고 정계개편을 통해 어디가 여이고 어디가 야인지 정체성의 혼란이 오는 정치지형을 만들어 그 폐해가 몇십년 이상을 갈 수 있는 위험한 방법에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2012년 몇개의 글에 제가 안철수에 대해 그렇게 비토를 하고, 안철수로 단일화하면 박근혜를 찍겠다고 자신있게 주장한 것은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면 후일이라도 확실히 도모할 수 있지만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면 박근혜 비슷한 정치를 5년 겪다가 100%의 확율로 박근혜의 집권을 맞게 되고 그 이후의 정체성조차도 지리멸렬한 야당으로는 정권교체를 꿈도 꿀 수 없는 상황까지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12년에 이런 주장을 하니 당시 저에게 거의 쌍욕 수준의 댓글을 다셨던 어떤 분도 지금은 안철수보고 남자 박근혜라고 하네요.


9. 이런 이유로 저를 포함한 (일부) 사람들이 안철수를 매우 비판하고 싫어합니다.  이명박이나 박근혜의 집권은 그 자체로는 국민들의 괴로움을 가중시키나, 사회가 나가는 방향에 대해 긍적적 성찰과 계급적 선명성을 강화시키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러나 안철수의 집권은 대안세력에 대한 총체적 회의와 무력감으로 기존 집권세력이 아무리 개판쳐도 정권이 유지되는 일본같은 사회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그의 집권은 절대 막아야 합니다. (집권할 것 같지도 않지만)


10. 왜 안철수를 싫어하는가에 대해 "안철수가 친노세력의 집권에 방해가 되어서"따위의 댓글 다시는 분들은 그분들이 어떤 분들인지 잘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스스로 살아온 인생에 대해 성찰이 필요한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부 그런 유치한 생각(문재인의 집권에 방해가 되어)을 하는 친노라는 부류의 사람도 없진 않겠으나, 적어도 새누리에 동의하는 정치관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안철수의 총체적 난국의 정치 행태에 대해 표현하는 혐오감이 일부 정치인의 유불리로 이해하는 수준의 공감능력은 사회생활이 매우 난감한 수준이 아닌가 합니다.  새누리에 동의하는 국민의 입장에서 안철수는 나쁘지 않은 정치인입니다. 그것이 비례대표의 표로 나타난 것이고.. 


11. 안철수가 새누리쪽으로 정치를 시작했다면 전 그 사람을 그냥 하나의 정치인으로 생각했을 겁니다. 그러나 그의 정치 방식은 MB보다도 훨씬 더 공익을 훼손하고 국민들을 기만하는 방식으로 집권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의 정치 행태를 통해 적지 않을 사람들이 그의 정체에 대한 혐오감을 표시하고 있고, 이러한 혐오감은 적어도 새누리에 동의하지 않는 국민이라면 매우 정당할 것입니다.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