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

2016.05.29 23:15

여은성 조회 수:826


 1.어렸을 때 어린왕자를 읽을 때 어린왕자가 어느 별의 술꾼에게 한 '왜 술을 마시는가?'라는 질문이 인상적이었어요. 물론 그 때 그랬다는 거고 지금은 전혀 인상적이지 않아요. 어린왕자 녀석은 그냥 조건반사적으로 질문을 해대는 못된 버릇을 가져서 질문질을 마구 해대는 거였어요. 그런 꼬맹이가 근처에서 알짱거리면서 술을 왜 마시느냐고 물어보면 한마디로 대답해 줄 거예요.


 "마약은 불법이고 술은 합법이니까. 멍청한 꼬마놈아."

 


 2.파파이스가 우리 동네에 좀 생겼으면 하던 때가 있었어요. 파파이스 케이준 통 샌드위치가 너무 맛있어서 압구정로데오에 갈 때마다 반드시 들르곤 했죠.


 이 부분은 언젠가 쓴 것 같은데...어느날 파파이스가 우리 동네에 생겼고 너무 기뻐서 2주일동안 거의 한번도 안 빠지고 매일 가서 사먹었어요. 문제는 너무 많이 먹어버려서 질리게 됐고 그냥 가끔씩 사다 먹는 정도의 버거가 됐죠. 그리고 우리 동네에 버거킹이 생겼으면...하고 바라곤 했어요.


 어느날 우리 동네에 버거킹이 생겼는데 문제는, 파파이스가 있던 그 자리에 들어왔어요. 버거킹도 처음엔 기뻐서 마구 먹다가...이제는 거의 안 먹어요. 패스트푸드를 먹을 거라면 맥도날드나 롯데리아를 먹죠. 


 휴.


 요즘은 신도림 테크노마트에 있는 파파이스를 가곤 해요. 거기서 케이준 통 버거세트를 먹으며 다시 우리동네에 파파이스가 들어왔으면 하고 바라긴 하지만 무리겠죠. 점포수 현황을 보면 차라리 맘스터치가 들어오는 게 더 가능성이 있을테니까요. 타코벨이나 파파이스같은 유니크한 프랜차이즈가 근처에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예요.



 3.한때 알던 한량이 있었어요. 그에게 종종 연락이 와 압구정로데오에서 커피나 한잔 하자고 하던 때가 있었어요. 압구정로데오에 주르륵 늘어선 오픈카페 중 한곳에 앉아 뭔가 마시던 그 순간이 지나고 보니 꽤 좋았어요. 상권이 몰락해서 나른해진 분위기도 좋았고 하여간 뭔가 평화로웠어요.


 이젠 그 한량도 여유가 없는지 연락이 안 오고 그 커피숍도 사라졌어요. 


 인생에서 행복한 건 어떤 조건이 맞춰진 어떤 순간인 것 같아요. 돈을 많이 벌어서 주위의 몇몇 사람들을 챙겨줄 수 있게 되면 그 상황과 그 순간을 재현해 볼 수 있으리라고 믿고 있어요. 길가 쪽 테이블에 앉아있는데 하늘이 어둑어둑해지던 어떤 순간이 오래된 사진처럼 마음속에 남아 있어요



 4.휴.



 5.사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버전의 내가 되었으니 행복도 새로운 행복을 찾아야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하지만 어디에 가느냐, 무엇을 하느냐, 누구와 있느냐 세 개의 조건 중 이제 가장 달성하기 어려운 건 누구와 있느냐가 되어버렸으니까요. 한때는 앞의 두 개가 가장 해내기 힘들었고 누구와 있느냐가 제일 쉬웠거든요. 시간이 지나고 사회로부터 떨어져나와 보니 누구와 있느냐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게 됐어요.


 위에 말한 파파이스매장처럼 말이죠.



 6.어떤 곳에 혼자 가면 경쟁하듯이 돈을 쓸 때도 있어요. 왜냐면 애초에 돈지랄을 하러 온 건데 그걸로라도 1등을 해보고 싶어서겠죠. 하지만 괜찮은 사람과 있으면 그냥 몇천원짜리 음료수를 손에 들고 몇 시간씩 때울 수도 있죠. 뭔가 대단한 대화를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7.내일은 다시 월요일이네요. 멈춰있던 룰렛이 돌아가기 시작하는 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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