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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는 세탁공장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근엄한 목소리의 중년남성 음성이 배경으로 깔리는군요. 요지는 여성에게 투표권을 주지 말라는 얘긴데, 정치같은 끔찍한 진흙탕에서 여자들까지 끼어서 싸우는 건 못보겠다는 얘기죠. 그런 얘기야 워낙 원론적인 얘기라 새로울 것도 없지만 지난 100년 동안 노동자와 농민 남성들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기 위해 저들이 어떻게 해왔나 생각해 보면 정말 쓴웃음 나오는 소리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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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나 20세기 초의 영국을 묘사할 때는 거대한 공장과 굴뚝 혹은 빈민가가 마치 병풍처럼 펼쳐집니다. 이제는 이런 형상들이 이 시절 영국을 상징하는 하나의 이미지가 된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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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공장에서 일하는 모드는 남편과 어린 아들이 있는 평범한 노동자 여성입니다. 어떤 글들을 보니 중산층의 평범한 여성이라고 하던데, 중산층? 그건 아니죠. 어떻게 보면 모드는 노동자들 중에선 하층민에 가깝습니다. 이 시절 여성의 직업 중에서 가장 힘든 막노동이 바로 '세탁부'였거든요. (심지어 엄마가 세탁부 일을 한다고 하면 아이들이 학교에서 가난뱅이라고 왕따를 당할 지경...물론 노동자 계층이 많은 지역의 초등학교는 제외하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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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모드에게 어느 날 다른 세상에 사는 듯한 여성 하나가 나타납니다. 백작의 딸이라 귀족 신분인데다 남편이 하원의원에 내무부 장관이기도 한 호튼 부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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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튼 부인은 상자를 아무렇게나 쌓아 만든 연단에 올라 세탁공장 여성들에게 연설을 하고 있습니다. 총리에게 전할 선거법 개정 안건을 위해 재무부 장관과 의원들 앞에서 증언할 사람이 필요한데 바로 이 공장에서도 증언을 해 줄 지원자를 찾고 있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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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상류층 귀부인인 호튼 여사의 연설은 노동자 남성들에게 비웃음만 사고 있었죠. "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더 많이 일하면서도(세탁공장에서 말이죠) 남자들 보다도 충분한 급료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한번도 일해본적 없쟎아!"



감독의 인터뷰를 보니 원래는 참정권 운동 지도자들이었던 중산층과 상류층의 지식인 여성들을 중심으로 한 영화를 기획했다가 각본을 쓰는 단계에서 방향을 틀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좀 거칠게 말하면 바닥에서부터 시작하기로 했답니다. 당시 여성 노동자들 중에서 가장 열악한 위치에 있었던 세탁 노동자 여성들을 중심으로 말이죠. 제 개인적 견해를 말씀드린다면 이런 기획은 성공적으로 보입니다. 현실적인 느낌이 확 다가온다고나 할까.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1919년)






 그래서 재무장관과 국회의원들 앞에서 증언을 하게 된 모드. 정면에 보이는 분은 당시(1912) 영국의 재무상 로이드 조지입니다. 웨일즈 출신의 입지전적인 인물로, 당시 집권당이었던 자유당의 지도부를 맡아 '인민예산' 법안을 만들어 국민보험(1909)과 실업보험(1911)을 도입하는 등 훗날 영국의 복지국가 토대를 만든 분이죠. 1차 대전 중에는 군수상과 총리를 지내면서 전시내각을 이끌었고...여튼 대단하신 분입니다.


 

이 분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여기에....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42282

 

나는 왜 계급 투표가 부러운가

 

 

 

http://www.hani.co.kr/arti/culture/religion/659425.html

 

깨어있는 사람들이 만든 평등 자유의 복지 국가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1863~1945) 총리는 1908년 재무장관 시절 영국의 첫 사회보험인 노령연금을 시행하면서 복지국가의 문을 열었다. 노인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면서 우체국으로 달려나갔다. 1909년엔 건강보험 등 재원 마련을 위해 부자증세와 누진세 도입을 뼈대로 한 인민의 예산’(People’s Budget)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로이드 조지는 수백만명의 고통을 경감시키기 위해 소수의 쾌락에 과세함으로써 빈곤에 대한 타협 없는 전쟁을 완수하기 위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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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대단하신 분들 앞에서 증언하게 된 모드. 당시 자유당은 파격적인 복지 예산을 만들어서 귀족과 상층 부르주아들을 압박하고 있었는데 여기에 중산층들까지 가세하는 모양세였죠. 그런 덕분에... 지난 선거에서(1910) 그만 보수당 보다 겨우 2석을 더 확보해 간신히 승리한 터라 노동당과 연정을 통해 정부를 구성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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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자유당이 이제는 여성들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겠다는군요. 여성 노동자들이 처한 혹독한 노동 조건과 이에 대한 처우 개선을 위해 '여성 참정권'이 과연 필요한 것인지 그 당사자들의 직접적인 얘기를 듣고 싶다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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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드는 원래 동료 대신 대타로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거리에서 폭력 시위를 할 정도로 적극적인 동료가 정작 남편의 폭력 때문에 이 자리에 나올 수가 없었거든요. 처음엔 메모에 적어준 대로 얘기하려던 모드는 어느샌가 스스럼없이 자신의 생각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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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드는 참정권 운동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동료들을 많이 만나게 됐는데 약사 선생도 그 중의 하나였죠. 원래 의사 지망생이었던 그녀는 결국 의대 입학이 좌절되어 대신 약사의 길을 걷게되었다고 말합니다. 20년도 훨씬 전 그러니까 약사 선생이 젊은 시절 그랬다는 얘깁니다. 현재는(1912) 법이 개정되어 영국의 의대에도 많은 여학생들을 볼 수 있죠. 아이러니한 얘긴데, 이 시기 미국을 비롯한 많은 서구 국가들은 여성들에게 대학의 입학을 허용하고 의사나 법조인 혹은 사업가가 되는 것도 허가했으면서도 정작 '참정권' 만은 주지 않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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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들의 의견을 진지하게 듣고 총리에게 전해서 선거법 개정을 논의하겠다는 재무상의 믿음직한 말을 들으니 뭔가 희망이 보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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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가 노동자 여성을 중심으로 방향을 틀면서 캐릭터 상 가장 축소된 인물이 이 짤의 맨 오른쪽에 있는 호튼 여사입니다. 호튼 여사는 가장 열성 당원들 중의 하나로 실제 역사에서는 폭력 시위 때문에 수 차례 체포되면서 옥고를 치렀고 옥중에서는 끔찍한 단식투쟁도 감행했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아쉽게도 주변 인물로만 나옵니다. 할 수 없죠... 영화가 그 모든 얘기를 다 담을 수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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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참정권 운동의 수장인 에밀리 팽크허스트입니다. 경찰의 추적을 피해서 지지자들을 위한 기습 연설회를 가졌습니다. 그는 연설 도중 이렇게 외칩니다. "남성들이 자유를 위해 싸울 권리가 있든 여성들에게도 그와 같은 권리가 있습니다!" 1912년은 지난 반세기 동안의 여성 참정권 운동이 급격한 전환기를 맞은 해로 기억됩니다. 이 때부터 평화적이었던 여성들의 참정권 요구가 폭력 시위로 바뀌기 시작했거든요. 도저히 말로는 안통하는 현실을 여성들이 깨닫기 시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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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크허스트의 야간 집회에 참석했다가 경찰에 연행되는 모드. 경찰들은 심지어 이들을 집시법 위반으로 잡아넣지도 않습니다.  "각각 집 앞에 떨어뜨려 놔..... 남편들이 알아서 벌을 주겠지." .... 참 딱한 일인것이 이 시절 참정권 운동을 하는 여성들은 경찰의 추적을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체포와 구속 수감도 숱하게 일어났지만 일반 폭력사범일 뿐 '정치범'으로 인정도 못 받았다는 겁니다. '미친여자'라고 비웃음 당하는게 일이었고요. 어디서 많이 들어본 얘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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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놀랍게도 재무상 로이드 조지는 총리와 여성참정권에 대한 논의를 해본 결과 여성들에게 참정권을 부여할 어떤 근거도 도출해낼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나서는 분노한 여성들의 고함 소리를 들으며 도망치듯 자리를 떠나고 마는데....당시 자유당의 총리 애스퀴스나 재무상 로이드 조지 그리고 그 밖의 자유당 의원들이 왜 그런 결론을 내렸는지는 짐작이 갑니다. 로이드 조지와 윈스턴 처칠(여러분들이 아시는 그 분 맞습니다.)은 보수당에 맞서 빅토리아 시대 이래로 진행된 끔찍한 영국의 빈부격차를 해결하기 위해 '인민예산'같은 엄청난 견적의 정책을 내놓고 귀족들이 포진한 상원과 힘겨루기를 하면서 힘겨운 정치 싸움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이들의 복지 정책에 중산층이 집단 반발하면서 자유당에 등을 돌리고 보수당으로 대거 지지층이 이탈하는 결과를 빚고 말았죠. 그 결과가 앞서 말씀드린 지난 선거입니다. 1910년의 선거에서 자유당은 보수당 보다 겨우 2석을 더 얻는데 그쳤고 할 수 없이 노동당과 연정을 해서 겨우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죠. 그러니 이런 마당인데 만약에 여성에게까지 참정권을 허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중산층에 이어서 노동계층의 남성들 표까지도 자유당에서 우수수 떨어지는 소리가 제 귀에까지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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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정치가들의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경찰의 해산 명령을 여성들은 듣지 않습니다. 여기 모인 여성들이 그런 정치 게임을 따질 상황도 아니고...총리 관저앞에 모여든 여성들은 실망감과 허탈감 그리고 분노로 술렁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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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경찰들은 무력을 써서 모여있는 여성들을 해산하기 시작합니다.







앞으로 펼쳐지는 장면들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현재 한국 사회에서도 숱하게 볼 수 있는 풍경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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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자하니 영국의 현역 특수부대원들이 경찰역을 맡았다는 얘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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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어른이 되고 난 뒤 서양근현대사를 이리저리 살펴보면서 가장 놀라웠던 것 중의 하나가 (그러니까 종교재판과 마녀사냥 다음으로 말이죠;;) 바로 이 참정권 운동이었습니다. 앞서 제목으로도 달았었지만 이건 정말 한국인은 경험해 본적이 없는 역사적 사건이죠. 여러분들도 다 아시겠지만 한국인들은 지난 1948년에 미군정의 명령으로 남녀 모두 보통선거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듯이 선거권이 주어졌죠. 그러니 우리 한국인들은 시민권을 위해 투쟁한 역사를 경험해 보지 못한 것입니다. 이는 실로 현재 한국 사회의 뇌관이라는....


 사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그럼 서양의 남성들은 처음부터 모두 선거권을 갖고 있었을까요? 서양도 남성우월주의 사회니까 당연히? 그런데 안타깝게도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지난 1789년의 프랑스 대혁명 이래로 왕과 귀족을 처형한 뒤 세력을 장악한 부르주아들은 남성의 대부분인 노동자와 농민에게 선거권을 주지 않기 위해 일정 이상의 세금을 낼 수 있는 남성들만이 투표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었고 이는 필연적으로 소수의 돈 많은 남성들만 정치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그러자 국민의 대다수인 노동자 농민 남성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맞서서 일어났죠.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진행된 극단적인 빈부격차는 뭔가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노동자와 농민 모두를 굶겨죽일 정도로 혹독하게 진행되었거든요....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모든 남성들이 선거권을 가져서 정치적인 발언을 통해 해결을 해야 할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그 굵직굵직한 시민혁명사의 핵심은 바로 남성들의 선거권 투쟁이었던 겁니다.


 프랑스는 1848년에, 영국은 1895년에 각각 모든 남성들이 보통 선거권을 얻었죠. 그러니 여러분들이 세계사 시간에 들어왔을 7월 혁명(1830)과 2월혁명(1848) 모두 실은 남성의 선거권 투쟁이 핵심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이 영화 개봉으로 이런 저런 기사들에 달린 댓글들 보니 뭔가 착각하는 남자들이 많더군요. 그들은 남자들이 군복무를 하기 때문에 정치적 권리가 주어진 것이라고 제멋대로 생각하고 있더란 말입니다. 그런데 참 미안한 일인데, 세상 어디에도 남자들이 군복무 했다고 그냥 정치적 권리를 준적은 없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시민권 말인가요? 그것도 팔랑크스 진법이 위력을 발휘하면서 발언권이 높아진 평민남자들이 귀족들과 이후 '혹독하게 싸워서' 얻어낸 겁니다! 이 갈등 상황이 내전 직전까지 치닫자 아테네의 정치가 솔론이 특단의 조치를 취하는 일련의 개혁 과정에 들어갔죠) 전쟁 나면 남자들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동원되는게 일상인데 전쟁터 다녀왔다고 투표권 줬으면 세상에 무슨 걱정...


 그렇기 때문에 서양의 남성들은 19세기 내내 투표권을 얻기 위해 혹독하게 싸워야 했습니다. 남성들이 투표권을 달라고 거리로 뛰어나오면 정부는 어떻게 대응했을까요? 다들 익히 아시는 대로 경찰과 군인들까지 동원한 무자비한 피의 진압이 뒤따랐습니다. 노동자와 농민 남성들이 우리에게도 투표권을 달라고 외치면 그들에게 날라든 건 군경의 총검이었죠. 이 과정에서 숱한 남성들이 죽어간 건 뭐 더 말할 것도 없고...(영화 레 미제라블에 이 광경이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무수한 바리케이트 항쟁들이 어떻게 진압됐는지...1832년 6월 봉기, 왕정을 무너뜨리고 공화정을 수립하려고 했죠)



남자들이 투표권을 요구할 때는 심지어 총검으로 죽이기까지 했는데, (영국에서 모든 남성의 투표권을 외친 차티스트 운동가들에게는 각각 징역 20년형의 오스트레일리아 유형 선고됐죠...1848) 여자들한테는 그렇게까지 안하니 시대가 진보하긴 한 건가...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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