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언덕)

2016.12.26 17:01

여은성 조회 수:714


 1.스트레스가 쌓이네요. 사람들이 왜 스트레스가 쌓이냐고 물어보면 대답해줄 말이 하나밖에 없어요. '살아있으니까.'라는 대답이요.



 2.일을 하고 나니 심심하지도 않을 정도로 피곤해요. 사라져 버리고 싶을 정도의 피곤함이요.



 3.이럴 때는 언젠가 말했던 감...눈덩이를 떠올려 보곤 해요. 언젠가 떨어질 거라고 한 눈덩이 말이죠. 그야 이제는 눈덩이가 언제 떨어질지와 눈덩이의 크기는 어느 정도일지 대충 다 나온 상태예요. 오차야 있겠지만 0하나 차이 정도의 오차는 아닐거고요. 


 그리고 이제는 잘 알아요. 눈덩이가 떨어지면 나는 어딘가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쉬면서...그 눈덩이를 먹으며 살지 않을거라는 거요. 어딘가의 언덕 위로 눈덩이를 가지고 올라가서 굴리겠죠. 만약 잘 풀려서 더 큰 눈덩이가 되더라도 한 두입 먹고 다시 언덕 위로 올라가서 굴릴거예요. '딱 한 번만 더'라고 중얼거리며 말이죠.


 왜냐면 가진 게 눈덩이밖에 없는 사람은 눈덩이를 먹으며 살아갈 수가 없거든요. 눈덩이 말고도 괜찮은 걸 가진 녀석들은 눈덩이를 굴리지 않고 인생을 즐기며 살아갈 수도 있을거예요. 그런데 가진 게 눈덩이 하나밖에 없는 사람은 불안한 거예요. 눈덩이는 먹으면 먹은 만큼 사라지는데 이 눈덩이를 다 먹어 버리면 자신은 이 세상에서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잘 아니까요. 


 눈덩이를 늘 가졌었던 놈들이야 그걸 모르고 눈덩이를 먹으며 살겠죠. 왜냐면 말이죠, 애초에 모르면 불안하지도 않거든요. 하지만 눈덩이가 없다가 있게 된 녀석은 눈덩이가 사라지면 아무도 자신을 돌아봐주거나 불러주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어요.



 4.휴.



 5.누군가가 내게 말했어요. 그러면 눈덩이를 굴려보는 대신에 너 자신을 굴려보는 건 어떻겠냐고요. 그러면 분명 보람 같은 감정이 느껴질 거고 불안함 같은 감정들은사라질 수도 있다고 말이죠.


 그야 맞는 말이예요. 어떤 사람들에게는요. 하지만...나는 스스로 굴러서 뭐가 될 사람이 아니란 걸 잘 알아요. 나는 굴릴 눈덩이가 더이상 없게 되면 언덕에서 나를 굴리는 대신 언덕에서 뛰어내릴 거예요. 


 이건 어쩔 수 없어요. 주제에 안 맞게 자의식을 너무 키워놓은 사람들은 스스로 구를 수 없는 거예요. 이 세상엔 그런 사람이 아주 많이 있죠. '나는 스스로 구르기엔 너무 대단한 사람이야.'라고 말하며 주위 사람들을 괴롭게 만드는 녀석들 말이예요. 녀석들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에 민폐를 끼치곤 하는 놈들이예요. 왜냐면 자의식이라는 게 세상이 이쪽을 돌아보도록 만들지 않으면...스스로 견딜 수가 없게 되거든요. 그래도 눈덩이가 있는 동안에는 나름대로 우아하게 세상이 이쪽을 보도록 만들 수 있어요. 그러나 눈덩이가 없으면 소음을 내거나 기행을 부리거나 하는 방법밖에 남지 않죠. 그 지경까지 몰려버리면 그냥 나와, 나를 겪어야 할 세상을 위해서라도 뛰어내리는 게 좋은거예요.



 6.내가 아는 한에서는, 세상이 이쪽을 돌아보게 만들거나 이름을 불러주게 만들려면 빛을 내거나 눈덩이를 던지거나인데 그 두 가지 중 하나도 정말 갖기 어려운 거예요. 


 하하, 매번 어디선가 뛰어내린다던가 하는 소리를 하지만 사실 그러고 싶지 않아요. 그런 상황에 몰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힘들게 노력하는 거 아니겠어요? 그런 말을 부정적인 의미로 쓰는 건 아니예요. 일기장에 쓰는 각오의 표시같은 거죠.



 7.휴...나가봐야겠네요. 찬 공기를 억지로라도 마셔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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