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혹은 시트콤 시대의 종말

2016.12.26 19:51

skelington 조회 수:3477

크리스마스 연휴중에 요즘 제일 인기 드라마라는 도깨비 1,2회를 봤습니다.

보면서 느낀건 드라마 전체에 시트콤스러움이 느껴진다는 것이었어요.


이 드라마는 명목상으로는 환타지나 로맨스 장르를 다루지만 딱히 진득하거나 진지하지는 않아요.

공유는 도깨비, 김고은은 도깨비신부, 신부가 가슴의 칼을 뽑으면 영생의 고통이 끝난다는 중심 플롯이 초반에 이미 설정처럼 제시됩니다.

후반부를 위해 플롯의 전개는 극도로 유예되고 그 빈자리를 이미 설정처럼 완성된 캐릭터를 이용한 파편화된 코믹한 상황극들만이 펼쳐지는 형식입니다.

이건 분명 시트콤의 전형적인 전개방식이죠.


예를 들어 이동욱이 육교위에서 유인나를 만납니다. 얘기도중 유인나가 넘어지려하자 이동욱이 허리를 받쳐 구해줍니다.

일반적인 드라마라면 인물이 넘어지는 사건 설정을 복잡하든 간단하든 하게 마련이죠. 하물며 김병욱 시트콤에서도 누군가가 밀치거나 구두가 삐끗하거나 합니다만 여기서는 말그대로 '그냥' 넘어집니다. 이유나 상황따위는 상관없고 '남자가 여성을 로맨틱하게 허리를 안아 구해주는 상황'의 기표만을 순수하게 즐기라는 얘기입니다. 로코의 역사속에서 이미 수천 수만번이나 반복된 상황이니까 일종의 하이퍼링크만을 보여주는 것이죠.


생각해보면 한시간짜리 형식의 시트콤이 없었던게 아니었죠. 예전에 노도철의 '프란체스카'나 '소울메이트'가 있었지만 조금 호흡이 늘어지는 인상이 있었어요.

'드라마같은 시트콤'은 분명 그당시에는 조금 부담스럽고 익숙치 않았어요.

하지만 몇년새 김병욱의 시트콤이 인기가 식으면서 장르 자체의 존폐가 우려됨과 동시에 시트콤 형식의 '응답하라' 시리즈가 성공하면서 '시트콤스런 드라마'가 익숙하게 되어버린 상황처럼 느껴져요. 마치 예능국에서 드라마국으로 부서이동 혹은 업무변화가 된것 같네요.


2편까지 시청후 느낀 점은 

이후의 내용은 유튜브에 올라오는 짧은 클립들을 보는게 이 드라마에 더 적절한 시청방식같다는 점입니다.

결론은 좀 당황스럽지만 정말 우리는 30분짜리 시트콤 시대의 종말을 목도하고 있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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