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16 13:49
혹시나 해서 말씀을 드리자면 우울증 판정은 서울의 어떤 종합 병원 정신과에서 검사 끝에 받은게 2011년도이고요, 그 당시 한 달 정도 프로작을 먹다가 수능 가까워져서 중단했습니다. 그리고 프로작을 또 먹고 싶은 생각은 없고요.
위에 수능 이야기에서 짐작하실 수 있듯이 나이가 많지는 않고요, 사실 나이가 젊으면 감정 기복이 많아야 되는지 적어야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고민이 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1. 하루가 너무 길게 느껴진다 (때로는 1분이 1시간처럼 잘 안 가는 기적도 일어나는데 그게 무슨 병은 아니고요 그냥 별로 즐겁지 않아서인 것 같습니다) 2. 감정 기복이 느껴지지 않고 무슨 연애니 지인 간의 로맨스니 하는 나이대에 무슨 task처럼 주어지는 것들 조차 다 사람들이 농담하는 것 같습니다. 혹은 그냥 저 말고 죄다 감정기복이 강하셔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런데 우울증 환자라는 진단까지 받았는데 이 부분에서 제가 객관적일 리가 없지 않습니까?
뭘 어떻게 해야 할까요? 참고로 제가 지금 되게 잘 모르시는 분들이 호도할 만한 이미지의 우울증 환자는 아니고요, 흔한 자살시도 하나 안 해봤습니다. 잘 울지도 않고, 화도 안 내요. 인터넷에서는 화 내도 실제로는 화를 안 내거든요. 아니면 못 내던가요. 혈압 올라가는 걸 버티기 싫기도 하고, 언성 높이는 게 귀찮기도 해서요.
울지도 웃지도 않고 화도 안 내는 상태로 살아오고 있는데 뭐 그런 걸 가지고 이상하게 보시는 분들은 솔직히 그쪽이 판정만 안 받았고 자기들의 정신건강에 자부심만 있을 뿐 다른 문제가 저보다 심하게 있으시다는 생각을 하는 건 일부 사실이고요.
다만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되고 새로운 것에 흥미도 안 생기고 그렇다고 해결책이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아서 고민상담 겸 글을 올려봅니다. 그리고 병원 통원치료를 딱히 고려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2015.11.16 14:06
2015.11.16 17:00
그게 꼭 나쁜건가 싶기도 한데요. 오히려 감정기복으로 주변사람 피곤하게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나요. 장점으로 승화시키면 오히려 대적할 사람이 없을 정도로 침착하고 냉정하게 상황인식할 수 있고 판단내릴 수도 있다는 건데 전 오히려 부럽습니다. 감정노동 같은 일도 냉정하게 대처하실 수 있지 않을까요. 시장성을 생각한다면 경쟁력이 큰 능력이라고 생각됩니다.
2015.11.16 19:27
위의 말씀처럼
1. 일단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2. 장기적이라해도 일시적인 상태일 수 있습니다. 특히 대학생활 하시고, 직장생활 하시면 분노유발자들을 만나며 의도치 않게 감정의 다이나믹을 겪으실 겁니다. (대학생활, 직장생활이 필수라는건 절대 아닙니다) 연애도 시작이 어려우시더라도 한번 하시면 상당한 감정변화를 겪죠. 적어도 내가 아직 겪어보지 않은 상황이라면, 그 이후에도 계속되는지 확인 후에 고민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3. 인터넷에서는 화 내신다고 하니 감정변화가 있으신 것 맞네요. 실제 생활에서 인터넷만큼의 감정변화를 겪지 않는 사람 많구요,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4. 뭔가 변화를 원하신다면, 약간 억지로 운동이나 취미를 붙여보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5. 저도 하루가 너무 길어요.
개인적으로 느끼기엔 약간 애늙은이 같은 캐릭터가 아니실까 싶네요. 아무튼 이 글로만 본다면 그렇게 걱정하시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2015.11.16 22:10
고민이 되신다고 하니 만약 병원에서 심리검사 후 10분에서 15분 정도의 간단한 면담만 있었던 거라면 심리상담 한 시간 정도는 경험삼아 받아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진단 기준상으로는 그 정도만 되어도 우울증 진단이 내려질 수는 있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병원은 기준과 증상에 따라 사람을 구분해 내고 재빨리 약처방을 하는 쪽에 초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상담 전문가랑 같이 생활의 세세한 부분이나 감정과 생각의 흐름 같은 것들을 꼼꼼하게 따져보면 좀 더 객관적이면서도 주관적으로 납득이 가능한 판단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네요. 학생이시고 학교에 심리상담실이 있다면 재미삼아 한 번 가보시는 것으로 충분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2015.11.16 23:51
불편하시면 그때 다시 얘기해봅시다. '나 이렇게는 못살아' 이런 상태가 되어야 어떤 처방이든 먹힙니다.
마음을 바꾼다?는 것은(원하시는 것이 어떤 상태인지 본인이 모르시는데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 시간과 돈, 노력이 많이 드는데 지금 이상태에서는 세가지 다 조금 하다 그만두실 것 같아요.
그러면 불신만 커지고 '나 해봤는데 별거 아니고 다 소용없더라~' 라는 이명박식의 자신감만 높아지게 되지요.
그리고 지금 이 사회는 그냥 얼음덩어리로 사는게 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2015.11.17 03:19
부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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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에 대해서 무척 공감합니다. 나 자신이 사람이 아니라 인조인간이고 어린시절 기억만 주입받았나 싶게 그런 문제에 대해서 무심한 편이었고요. 이 문제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이 감정기복이 너무 심한데 대해서 40대가 된 지금도 가끔 놀랍니다. 지식욕이 강하고 의욕을 느끼는 취미와 직업이 있어서 시간이 길게 느껴진 적은 없네요. 어렸을 때는 나만 너무 감정이 없는 듯해서 사람흉내를 낸다는 기분으로 느껴야 할 것 같은 감정을 따라하기도 했는데, 나이가 들어서 보니 어느 정도는 감정이 느껴지도 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가족과 몇몇 친구를 제외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큰 관심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