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월급)

2016.01.31 14:05

여은성 조회 수:1551


 1.요즘은 월급이란 걸 받고있어요. 그야 많다고 할 만한 돈은 아니지만 월급을 받지 않던 시절엔 늘 궁금했거든요. 월급을 받는다는건 정말 좋은 일 아닌가? 하고요.


 왜냐면 월급을 받는 사람들은 그 달...한달동안 아주 큰 삽질만 하지 않으면 정해진 날에 자동으로 돈이 생겨나는 거잖아요. 월급 77만원이라고 하면 77만원 어치의 땅콩도 아니고 77만원 어치의 햄버거도 아닌 77만원의 돈! 77만원의 유동성이 꼬박꼬박 지급되는 거예요. 저는 그 달에 아무리 열심히 돈을 벌어보려고 해도 삽질을 해버리면, 차라리 아무것도 안한 것만 못한 게 되어버리거든요. 아무것도 안하면 삽질도 안하는대신 돈도 없는 거예요. 그래서 월급을 받는다는건 정말 마음 편한 일 아닌가? 싶었어요. 한달 내내 미친듯이 노력하고도 오히려 돈이 플러스가 아니라 마이너스가 될 때도 있으니까요.


 

 2.그런데 월급을 받아보니까...후...뭐랄까...월급이란 건 완전 그거예요. 매드맥스에서 이모탄 녀석이 잠깐 열어주는 물 폭포요. 이게 얼마만의 물이야! 하고 물을 받으러 달려가보면 이미 펌프는 잠가진 거예요. 그리고...내가 그 물을 얻기 위해 뛰었던 것에 비해선 너무 보잘것없는 물 한바가지가 손에 들어오는 거죠. 그리고 일단 손에 들어온 물을 정신없이 벌컥벌컥 마시다가 퍼뜩 깨달아요. 다음 번 물 폭포가 떨어지는 날은 한달이나 남았다는 걸 말이죠.



 3.그리고 뭘 사려다가 한번씩 생각해 보게 되곤 해요. 예를 들어 1만 7천원짜리 순살파닭치킨을 사먹는다고 쳐요. 월급을 받기 전엔 1만 7천원은 그냥 1만 7천원이었어요. 하지만 이젠 1만 7천원이 월급 전체의 몇분의 몇인지 따져보게 돼요. 내가 받는 월급으로 한달에 몇 개의 치킨을 사먹을 수 있는지요. 그리고 더 무서운 건 1만 7천원이 정확히 계량된다는 거예요. 나의 얼마만큼의 시간과 얼마만큼의 노력이 1만 7천원인지 이미 가치가 매겨져 있으니까요. 그래서 치킨 하나를 사먹을 때도 '이게 나의 n시간과 n노동력이로구나.'하는 생각이 들면 어쩐지 씁쓸한 듯한 기분이 들죠.



 4.휴.



 5.어렸을 때였다면 이런 글을 마무리하면서 '그러니 돈 아까운 줄 알고 검소하게 써야겠다는 교훈을 얻었어요.'같은 헛소리를 했겠죠. 어른이 되고 나서 깨달은 건 이 사막같은 세상에서 돈은 물이라는 거예요. 충분한 물을 가지고 충분히 물을 섭취하며 살아가지 못한다면 나는 소름끼치는 사람이 되어버릴 거예요. 물을 얻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벌이는 소름끼치는 사람 말이죠. 소름끼치는 일을 벌인 다음에 '목이 너무 말라서 그랬어. 목이 너무 말라고 그랬다고!!! 목이 마르다는 게 어떤 건지 니들이 알기나 해?'라고 해봐야 감옥에 가는 걸 면할 수는 없겠죠.


 월급을 받으며 얻은 교훈이라면 임모탄 조 같은 놈들이 가끔 열어주는 물 폭포를 믿으면 안된다는 거예요. 나만의 물주머니를 찰 궁리를 늘 하며 살아야 한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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