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단평.

2016.04.14 08:47

잔인한오후 조회 수:2944

아무도 예상 못했던 결과가 나왔네요. 저는 SBS에서 보고 있었는데, 드론이 출구조사 결과를 가져와서 발표되는데 믿기질 않더군요. 보통 선거 결과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말하지 않는데, 이번엔 정말로 할 말이 없겠구나 싶었어요. 예상되었던게 다 틀렸으니까요. 이제부터 할 것은 현재 자료를 가지고 현재 결과에 껴 맞추는 거죠. 일단 D-1에 발표했던 선거 예측들을 찾아서 조금만 나열해봤어요. (아무래도 흑역사 퍼레이드...)


리얼미터 - 새누리 170 - 155 / 더민주 105 - 90 / 국민의당 35 - 25 / 정의당 10 - 5 / 무소속 12 - 8

한길리서치 - 새누리 160 - 150 / 더민주 100 - / 국민의당 40 - 35 / 정의당 8 - 7 / 무소속 10 - 

글로벌리서치 - 새누리 160 - 155 / 더민주 100 - 90 / 국민의당 30 - / 정의당 5 - 4 / 무소속 10 - 10

오피니언라이브 - 새누리당 150+ / 더민주 100 / 국민의당 30 

새누리당 - 새누리당 145 / 더민주 100 / 국민의당 35 / 정의당 - 7 


실제 - 새누리 122 / 더민주 123 / 국민의당 38 / 정의당 6 / 무소속 11 


보면서, 이 결과에 대해 사람들이 댓글을 다는데 '왜 국민의당이 이렇게 높게 책정되어있냐'고 역정 내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그런데 결과만 놓고 봐서는 국민의당은 거의 맞췄죠. 달라진 점은 새누리당에서 더민주로 20석 가까이 넘어갔다는 거죠. 그러니까, 이걸 아무도 예측 못한 거에요. 6시 이후 결과를 보면서, 사람들의 반응이 급반전되는 모양새가 많이도 나오더군요. 저도 정말로 놀랐으니까요. 그래서 정말 주변 이야기를 듣고 대략적으로 짐작하는 정알못이구나, 생각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지난 대선 때도 이야기했는데 표차이가 얼마 안나는 승리를 지도에 단색으로 칠하는게 말이 되는가 싶어요. 의원들은 지역에서의 승리보다, 지역에서 승패를 가른 표의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를 생각해야 될 때라고 생각이 드네요. 또 아무래도 이번 결과를 통해서, 민주당 지지자 - 호남 지지자(?) 가 확실하게 갈릴 기분이에요. 저는 그런 글까지 봤네요, 다 좋은데 호남에서 더민주가 패배해서 문재인이 총선에 나오지 못하게 된게 화가 난다는 글.


그리고 전 그런 기억들이 떠올라요. 지난 대선이 끝나고 난 듀게에서였는데, 그 전까지 말이 없었던 박근혜 지지자들이 글을 올렸었죠. 전 그 기분을 알것 같더라구요. 결과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조용히 있다가, 내 심정적인 상황과 결과가 (어떤 협소한 부분에서만) 똑같이 나오니까 저도 '내가 뭐랬어!'라고 말하고 싶은 욕구가 손끝까지 차오르더라구요. 그런데 뭐 그만두기로 했어요. 그랬으면 선거 전에 썼어야죠.


제가 이번 선거에서 기대하고 봤던건 하나였어요. 원외 정당이 원내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인가. 지역의원은 이미 한쪽으로 완전 우세가 나왔었거든요. 그런데 뭐, 아시다시피 원내진입 정당은 없네요. 다행이도(?) 기독자유당은 떨어지구요. (기독자유당은 이미 원내정당이였으니까 뭐.) 지역별 비례대표 투표비율 결과나 보면서 생각 좀 하려구요.


이번 결과는 정말 신기하게 나왔어요. 새누리당을 제외하면 모든 인사들이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결과 같아요. 전부 실익을 챙겼죠. 그래서 그런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같은 결과에 대한 다른 해석이 잔뜩 나오게 될 것 같아요. 진짜 황희정승같은 결과라니. 저에겐 모든 국회의원들을 긴장시키는 파란이 일어났기 때문에 매우 만족이에요. 앞으로 어떻게 하는지 보면 되겠죠, 다들 원하는걸 얻었으니까요. (새누리당과 원외정당들만 빼고.) 새누리당은 어떻게 참회/혁신(?)하는지 더민당은 (일단은) 제1정당으로 뭘 할 수 있는지, 국민당은 캐스팅 보드를 쥐고 정말 하고 싶은걸 할 수 있는지.


모든걸 다 떠나서, 한국은 참 다이나믹해서 좋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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