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01 01:05
엊그제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를 굉장히 재밌게 읽었어요.
그래서 오랜만에 세계문학전집에 실려있는 소설들을 읽어야겠다는 의욕이 치솟는 중이고요.
제가 소설을 읽은 게 언제였나 찾아보니 작년 5월에 존 쿳시의 <철의 시대>를 읽은 게 마지막이더군요. orz
소설에 대한 목마름이 생겼을 때 열심히 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오늘 책을 왕창 빌려왔어요.
일단 제 목표는 이틀에 한 권 독파이고 앞으로 1주일간 제 독서 계획은 다음과 같습니다. ^^
7/1~2 바덴바덴에서의 여름 (레오니드 치프킨, 260쪽)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평론가인 이장욱 작가의 번역인데 도스토예프스키에 관한 소설이라니 몹시 궁금해요.
수전 손택의 서문까지 포함해도 260페이지 정도니 이틀이면 되겠죠. ^^
=> 기대한 것보다는 재미 없었어요. ^^ (비도 쏟아지는데 <삶의 한가운데>로 건너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죠.^^ )
이 소설에서 '나'는 치프킨이고, '그'는 대부분 도스토예프스키를 지칭한다는 걸 염두에 두고 읽으면 누가 누군지
초반에 덜 헷갈려서 좀 더 집중해서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처음에 60페이지 정도까지 시베리아 간수 얘기 나올 때
재밌다가 한동안 재미 없다가 150-200페이지 정도 도스토예프스키의 도박벽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서 아주 재밌어지다가
다시 재미없어져요. ^^ 간질에 시베리아 유형에 도박벽까지 도스토예프스키도 참 인생의 밑바닥까지 갔던 사람이군요.
문학은 고통 받은 사람이 뭔가를 할 수 있는 흔치 않은 분야인 것 같기도 해요. ^^
7/3~4 삶의 한가운데 (루이제 린저, 380쪽)
제목이 왠지 통속적일 것 같아 안 읽고 있던 소설인데 정열적인 사랑 이야기라니 갑자기 관심이 생겼어요.
=> 164페이지까지 읽었어요. 그리 힘들이지 않고 읽히는 소설이긴 한데 왜 니나라는 여성 캐릭터를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
슈타인의 편지와 일기를 통해 묘사하려고 했는지 잘 모르겠어요. 여성작가인 루이제 린저가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니나를
묘사하는 게 더 제 마음에 와닿았을 것 같은데... 아니면 1인칭 관찰자 시점인 니나의 언니의 관점에 좀더 집중하거나...
아직까지는 니나라는 캐릭터가 저에겐 그렇게 생생하거나 매력적이지 않네요. ^^
다 읽었어요. ^^ 저에게 좋은 소설은 인간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주거나 감정적인 통렬함을 안겨주거나 아름다운 문장으로
사로잡는 소설인데 이 소설은 별로 해당사항이 없군요. ^^ 니나라는 캐릭터에 별로 매력을 느끼지 못해서 그녀에게 매혹된
슈타인의 심정에도 별로 공감할 수가 없었어요. 저에게 이 소설은 어쩐지 통속적인 소설 이상이 되지는 못하는 것 같네요.
그래도 제 마음에 들었던 부분 ^^ "아무도 행복하지 않은데 왜 나는 행복하려고 하는가? 어떤 권리로 나는 이 세상에서 예외가
되기를 기대하는가. ... 어느 누구의 소망도 이루어지지 않는데 왜 나의 소망은 충족되어야 하는가? 내가 그것을 끈질긴 인내로
추구했기 때문에? 아무도 공적에 따라 보답을 받지 못한다." (p. 221)
7/5~6 말테의 수기 (라이너 마리아 릴케, 300쪽)
일기 같기도 하고 시 같기도 한, 작가의 내면을 파고드는 소설일 거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 오늘 드디어 계획 완수 못하나요?? ^^ 160페이지까지 읽었는데 아까부터 윔블던 테니스 보느라 바빠요. ^^
이 책은 욕심을 버리고 반만이라도 이해해보겠다는 작은 소망으로 읽고 있어요. ^^
테니스 경기 끝나면 다 읽어야지 했는데 결국 5세트까지 가는군요. 페더러 화이팅!!! ^^
7/7~8 인생의 베일 (서머싯 몸, 330쪽)
이번에 <달과 6펜스>를 읽으며 서머싯 몸의 소설을 왕창 읽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사랑의 상처와 극복, 성장을 위한 여정'이 [옮긴이의 말]의 제목이군요.
결혼 생활의 환상이 깨지고 외도의 아픔을 겪으면서 긍정적인 여성성을 모색해 나가는 여주인공의 얘기래요.
해당되는 책을 다 읽었으면 읽었다는 표시를 하도록 하죠. 가능하면 본문이나 댓글로 간단하게 감상도 쓰고요.
이렇게 듀게에 광고를 하고 읽기 시작하면 조금은 더 부지런히, 꼼꼼하게 읽게 되지 않을까요. ^^
듀게분들께서 재미있게 혹은 감명 깊게 읽으신 세계문학전집에 실린 (혹은 실릴 만한) 소설이 있으면 추천해 주세요.
저는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 뭐 이런 쪽을 몹시 좋아하지만 (도스토예프스키의 <지하생활자의 수기> 같은...
<달과 6펜스>도 그런 쪽인 것 같고요.) 다른 듀게분들께 깊은 영향을 준 책이라면 제 취향이 아니더라도
기꺼이 즐겁게 시도해 볼 거예요.
제가 읽으려고 계획 중인 소설을 읽으셨던 분들은 "내 인생의 소설이다." "순식간에 읽힌다." 등등 격려의 말씀을 해주시면
독서 계획을 완수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고요. "읽었는데 심심했다." "별볼일 없었다." 등등 부정적인 평도 제 계획을
과감하게 수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
2016.07.01 01:26
2016.07.01 01:36
캔터베리 이야기나 데카메론은 제목부터 뭔가 지루해 보이는데... ㅠㅠ
캐서린 맨스필드는 이름도 처음 들어봐요. ㅠㅠ 나쓰메 소세키 소설 <마음>은 재밌게 읽었고요.
이제보니 김전일 님은 독서광이셨군요. 저는 고등학생 필독도서부터 읽어야 할 듯 ㅠㅠ
2016.07.01 01:53
뭐 금박 장정의 세계 문학 전집을 읽던 세대였으니...어릴때 남의 번역으로 읽던 "세계 명작" 두어권을 내가 번역하게 되었을 때 실로 기분이 묘하더군요
2016.07.01 01:31
^.^
2016.07.01 01:42
<불안의 서>는 제목이 멋져서 예전에 빌려다가 대충 읽었어요. ^^ 올여름의 목표는 세계문학 읽기여서
헤세의 <황야의 이리>부터 읽어야겠네요. <제5도살장>과 <당신 인생의 이야기>도 기억해 놓을게요.
제목을 기억해 놓으면 언젠가는 읽게 되더라고요.
(<달과 6펜스>도 작년 여름에 잔인한OO 님이 추천해 주신 책 ^^)
2016.07.01 08:26
올 여름에 한길사에서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이야기 시리즈를 출시할 예정인데, 정말 인생소설이에요. 전 영문으로 먼저 읽었는데, 간만에 잠들때까지 읽고 새벽에 일어나서 읽고 회사 점심을 거르면서 읽는 소녀시절 같은 몰입의 경험을 했어요. 이러면 관계자 같지만, 관계자는 아니고 책이 너무 좋아 관계자가 되고 싶었지만 한발 늦었던 사람입니다ㅠㅠ
2016.07.01 09:11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생각나게 하는 제목인데 찾아보니 역사서는 아닌 것 같네요. ^^
4부작으로 된 여주인공의 인생 얘기인 것 같은데 좋은 소설이라는 얘기가 많아서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요.
요즘 여자를 주인공으로 해서 삶에 대해 쓴 소설이나 영화를 보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들어요.
듀게에는 출판 관련해서 일하시는 분들이 꽤 계시는 것 같은데 실제로 읽고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하셔서
추천하신다면 관계자여도 저는 상관없어요. ^^
2016.07.01 09:37
여자의 삶을 중심으로 한 세계현대소설이라고 하니 이자벨 아옌데의 <영혼의 집>이 생각나네요. 라틴문학, 마술적 사실주의, 현대사 배경, 페미니즘문학, 가족-세대 서사라는 키워드를 갖고 있어요. 전체적으로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과 많이 유사하고 또 그만큼 많이 비교가 됩니다. 마르케스가 부계를 따라간다면 아옌데는 모계를 따라가요. 저는 <백년 동안의 고독>은 중간까지 읽다 말았는데 <영혼의 집>은 졸린 눈 부비면서 밤새 재미있게 읽었어요.
2016.07.01 10:34
예전에 듀게분들의 응원 덕분에 <백년의 고독>을 끝까지 읽었던 게 기억나네요. ^^
그때 <영혼의 집>이 더 이해하기 쉬울 거라고 추천해주셨던 분이 계셨는데 아직 못 읽었어요.
이번에 드디어 읽게 되려나요?? <백년의 고독>보다 재밌게 읽으셨다니 무척 안심이 됩니다. ^^
다음 주에 읽을 소설로 일단 <황야의 이리>, <영혼의 집1>을 찜해놓았습니다.
2016.07.01 13:17
2016.07.01 14:43
영화 <영혼의 집>에 대단한 배우들이 많이 나와서 보고 싶은데 전에도 전반부 영상을 못 찾았고
좀 전에 다시 찾아봐도 여전히 찾을 수가 없네요. 어찌어찌 하면 볼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 ^^
얼마 전에 서머싯 몸의 <인간의 굴레에서>를 영화화한 베티 데이비스의 1934년 영화를 봤는데
재밌었어요. 같은 작가의 작품을 영화화한 The Letter(1940)와 The Razor's Edge(1946)도 재밌을 것
같고요. 소설 <인간의 굴레에서 1, 2>도 빌려놨는데 권당 500페이지 정도지만 잘 읽히겠죠?? ^^
2016.07.01 10:20
책읽기는 아날로그 시대의 산물 같은.
아날로그 시대에 다시 살고 싶습니다,
돌아가게 해줘
2016.07.01 10:44
가끔 좋은 책을 읽고 나면 드는 생각인데 고전은 일당백인 것 같아요.
한 권이 백 권의 값어치를 하니 돈도 절약하고 시간도 절약하고 몹시 실용적인 선택이죠. ^^
오랜 시간을 통해 검증되었으니 실패할 확률도 적고... 가끔영화 님도 같이 읽어요. ^^
디지털 시대인데 책도 다 ebook 형태로 나와서 넷플릭스처럼 한 달에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아무 책이나 다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2016.07.04 06:36
2016.07.04 14:29
요며칠 병원에 입원한 가족의 간병인으로 활동하느라 듀게에도 자주 못 들어왔네요. ^^
좀 전에 이번 주말부터 읽을 황야의 이리, 영혼의 집 1, 2, 멋진 신세계를 도서관에서 빌려왔어요.
듀게에 광고하고 읽으니 확실히 열심히 읽게 돼요. ^^ 한 권 끝낼 때마다 간단하게 후기 올릴게요.
2016.07.05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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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어요 캔터베리 이야기나 데카메론부터 스땅달...위고..셰익스피어..디킨즈...캐서린 맨스필드 단편집이랑 나쓰메 소세키 대표작 좋아합니다. 루이제 린저는 헤세와 쌍벽을 이루는 필독서 분위기였는데 김일성이랑 북한 찬양하다 인기가 떨어졌나...뭐 그런 기억이 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