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작이고 런닝타임은 2시간 3분. 장르는... 진지하게 제목에 적어 놓은 저대로라고 생각하구요. ㅋㅋ 스포일러는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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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개봉 제목은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이었죠. 뭐... 나름 수입사의 고민이 잘 드러나는 제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ㅋㅋ)



 - 1960년대 미국입니다. 주인공은 무슨 극비 과학 실험 시설 같은 곳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언어 장애인 샐리 호킨스님이시구요. 시절이 시절이니 장애만 해도 힘들 텐데 고아라서 가족도 없고 대체로 인생이 외롭습니다만, 그래도 퇴근해선 이웃 사는 동병상련 고독 아저씨와 옆방 가족마냥 가깝게 지내고, 출근해선 수화도 할 줄 알고 맘도 넓은 직장 동료 아줌마와의 우정 덕에 아주 극단적으로 외롭진 않게 그냥 삽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시설에 무슨 정글인지 어딘지에서 잡아왔다는 양서류 인간이 끌려 오고. 샐리 호킨스가 이 양반에게 호기심을 갖고 접근하다 급기야 호감을 품게 되네요. 하지만 시설에선 우주 진출 계획을 위해(?) 이 양서류를 해부해버리기로 결정하고, 그걸 알게 된 주인공은 이 양반을 빼돌릴 계획을 세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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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끝까지 보고서도 끝내 정은 안 가던 양서류맨. 그래도 좀 멀리서 보면 폼은 나기도 하구요...)



 - 제목에 변태... 라고 적어 놓았는데요. 표현이 좀 과할 수도 있긴 하지만 뭐 기예르모 델 토로가 본인 취향, 본인 페티쉬에 집착하는 사람이라는 건 다들 알고 있지 않습니까. 괴물 좋아하고 로봇 좋아하고 뒤틀리고 괴상한 이미지를 폼나고 예쁘게 만들어내는 게 주특기구요. 그리고 역시 다들 아시다시피 이 영화에선 평소보다 한 발짝 더 나가기도 했구요. 괴물과 '사랑'하는 사람 이야기는 흔했지만 괴물과 '섹스'하는 사람 이야기는 그리 흔치는 않으니까요. 하물며 본인이 적극적으로 괴물을 유혹해서 연애하고 섹스하는 이야기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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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어려운 일을 기어코 해내고야 마는 캐릭터님. 저 차림새랑 머리띠까지 샐리 호킨스랑 너무 찰떡이지 않습니까.)



 - 근데 뭐 따지고 보면 결국 미녀랑 야수랑 연애하는 그거랑 전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사랑에 겉모습은 중요하지 않다'는 매우 진부한 테마를 그냥 극단까지 밀어 붙인 거고, 그걸 디즈니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뿐이죠. 그리고 그 수위 조절도 상당히 절묘합니다. 19금 수준인 건 맞는데 과하지는 않게, 그리고 그림도 참 예쁘게 둘의 사랑을 보여주고, 그 다음엔 너무나 한 점 티 없이 해맑게 그 경험에 대해 친구와 행복한 수다를 떠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줘요. 마치 감독이 관객들에게 '너 방금 그게 변태같다고 생각했니? ㅉㅉ 그런 니가 변태야!' 라고 히죽거리며 훈계하는 듯한 기분이...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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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에 외모는 중요하지 않다며? ㅋㅋㅋㅋ <- 뭐 대략 이런 느낌?)



 - 그리고 영화 전체의 톤이 그런 이야기에 딱 맞춰져 있습니다. 역시 제목에 적은대로 아주 노골적인 동화톤이거든요.

 1960년대 미국이라고 했지만 그 역시 그런 동화톤에 맞추기 위한 선택인 것 같구요. 그 1960년대 미국의 모습도 역시 굉장히 페티시스럽달까. 현실성은 거의 1도 고려하지 않고 사람들 머릿속의 '60년대 미국'의 팬시한 느낌만 와장창 가져다가 짜맞춰서 예쁘게, 어둡고 음침해도 예쁘게 꾸며놨습니다.


 거기에 캐릭터들 성격도 그래요. 정말 전형적인 '가난하고 힘들지만 착하고 용기있는 사람들'과 전형적인 '온갖 악덕들은 다 갖다 붙인 악당들'의 대결입니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뻔해도 되는 거야? 싶은데 애초에 영화가 동화톤이기도 하고, 또 그 캐릭터들을 맡은 배우들이 컨셉을 찰떡같이 이해하고 완벽하게 연기를 해주니 그냥 다 귀엽고 사랑스럽고 좋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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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중충하고 칙칙한 모습을 이렇게 예쁘게 살리는 것도 참 드문 재주가 아닌가 싶구요.)



 - 마지막으로... 또 매우 21세기스럽게도, 사회적 소수자들이 똘똘 뭉쳐 자신들을 억압하는 자들을 두들겨 패고 엿먹이는 이야기이기도 하죠. 주인공 팀만 봐도 고아에 장애인 & 동성애자 & 흑인 여성으로 조합이 노골적이구요. 악당은 당연히 백인 남성에다가 성차별적, 가부장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놈으로 설정이 되어 있습니다. 악당을 때려잡는 클라이막스 직전에 굳이 옥타비아 스펜서의 남편 모습을 보여주는 센스도 참 노골적이면서 적절했구요. 다른 괴물&여성 연애담들과 다르게 여자가 먼저 적극적으로 괴물에게 구애한다는 식의 전개 역시 '우리들의 21세기!'를 잘 반영한 부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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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펜서님의 저 똘망똘망 눈망울!!!!)



 - 배우들 뭐 다 잘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마이클 섀넌이 맡은 빌런 아저씨가 너무 재밌었어요. 여성분들 보기엔 정말 극혐 스탯만 섬세하게 골라내서 만렙으로 채워 놓은 캐릭터라 '재밌다'는 표현이 좀 위험하긴 합니다만. 근데 너무 웃기잖아요. 특히 처음에 그 화장실 장면은... ㅋㅋㅋㅋ 그리고 이 양반 은근슬쩍 좀 입체적이기도 합니다. 진짜 나쁜 놈인 건 맞는데, 아주 미묘하게 '시대를 그렇게 만나 태어나 너무 열심히 살아 버린 탓'이란 느낌 같은 걸 심어주는 게 있더라구요. 또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양반이 울트라 극 비호감이긴 하지만 영화의 주요 사건들만 놓고 보면 그냥 자기 일 열심히 한 사람일 뿐이기도 하고... 사실 주인공들이 잘못한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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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이렇게 성실하고 긍정적인 사람입니다만?)


 샐리 호킨스는 그냥 완벽합니다. 이건 뭐 설명을 덧붙이기도 뭐할 정도인데. 마치 델 토로가 예전부터 샐리 호킨스의 열성 팬이어서 이 분을 위한 이야기에 이 분을 위한 맞춤 캐릭터를 열과 성을 다 해서 짜 넣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더라구요. 제가 본 이 분 영화들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고 또 매력적이었으며 동시에 다채로운 모습이었던 것 같아요. 여우 주연상을 못 받았다니 안타까운 기분까지!



 - 정리하자면요.

 그러니까 '미녀와 야수' 이야기를 21세기 버전으로 개작하면서 거기에 기예르모 델 토로의 취향과 개성을 마구 때려 박은 영화라고 느꼈습니다.

 사실성 같은 건 내다 버린 대놓고 완전한 동화 이야기이지만 거기에 현실 반영 요소들을 넣어서 무게도 잡아 주고.

 또 주인공들이든 빌런이든 할 것 없이 캐릭터들이 다 매력적이고 귀엽게 잘 짜여져서 뭐라 투덜거릴 틈을 안 주더군요.

 왜 그런 것 있잖아요. 영화 보고 나서 '아, 이건 이 사람 인생작일 것 같아'라는 기분이 드는. 딱 그런 영화였어요. 아주 재밌게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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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델 토로와 호킨스의 파안대소도, 마이클 섀넌의 새침한 자세와 표정도 다 너무 마음에 듭니다. ㅋㅋㅋ)




 + 근데 전 요즘 이런 영화들을 볼 때마다 늘 등장 인물들의 기본적인 생리 문제 해결에 신경이 쓰이는 해괴한 습관이 생겼단 말이죠. 우리 양서류맨께선 호킨스네 집 욕조 생활 시절에 도대체 볼일을 어떻게 해결하셨... (쿨럭;)



 ++ 기예르모 얘길 하면서 계속 페티쉬, 취향 집착, 변태... 같은 표현들을 적어 놓았는데. 이 다음에 본 영화는 이 양반보다 더한 변태 웨스 앤더슨의 '프렌치 디스패치'였습니다. 이렇게 보면 세상엔 참 성공한 능력자 오타쿠들이 많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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