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5.10 04:03
영화내내 긴장해서 그런지 영화관을 빠져나오면서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게 되더라고요. 차라리 화려한 휴가처럼 만듦새가 조금 어설펐으면. 아니면 전형적이고 작위적 캐릭터가 나와서 영화를 좀 망쳐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캐릭터들이 어쩜 그렇게 비겁한 저를 찌르는지... 금연 포기하고 줄담배를 피우다 겨우 들어왔네요. 잠들지 못하고 영화의 모티브가 된 사건의 기사와 판결문들을 찾아서 낱낱이 읽고 있어요.
다만 한가지 계속 잊혀지지 않는 질문이 있네요. 우리 주위에 한공주들에게 이 영화는 어떤 의미일까요. 천하의 나쁜놈들이라 읊조리고 일상으로 돌아간 선생님 어머니처럼, 영화관을 나선 우리는 한공주를 소비한 것 이상의 무언가를 할 수 있을까요. 옆에 있을지 모르는 한공주에게 이 영화를 같이 보자고 손 내밀 수 있을까요. 왜 영화는 공주의 친구들이 그 영상을 보는 모습까지 담은 걸까요(개인적으로 제일 이해되지 읺은 컷이었습니다 ㅠㅠ)
2014.05.10 10:03
2014.05.10 11:16
그 장면은 철저하게 소외될 피해자를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생각했습니다. 전폭적 지지자이자 동년배이던, 현실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이상적인 인간관계잖아요. 자신은 [잘못 한 게 없는] 사건인데도, 피해자의 삶은 그 사실이 폭로됨으로서 완전히 붕괴되죠. 서사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한다면, 저는 예상하지 못했던 폭력 수준의 영상을 예기치 못하게 보게 되었다고 이해했습니다. 마치 구글에서 이미지 검색 잘못해서 식겁할 때처럼 말이죠.
영화는, 당사자들에게, 대리 발언자로 보였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영화의 충격은 성폭행 자체의 폭력성에도 있지만 상상하기 힘든 부분을 납득가능한 이야기 상태로 관객들에게 제시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예컨대, 영화가 사실이라면 그 극의 주인공과 주인공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을 뿐입니다. 특히 주인공 친구의 죽음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타자와 그걸 주인공이 윽박지르듯 수정하고 나서 밖으로 걸어나가는 부분은, 우리가 피상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문제와 실제 사이의 격차를, 말하여 지지 않은 것들에 대한 영화적 대리 발언을 통해서 접하게 되는 것이죠. 피해자들에게는... 존재자체로 의미있는 영화였으리라 생각합니다. ... 그리고 그걸 생각해보니 제가 감상하면서 몰이해했던 끝맺음 부분의 응원이 무슨 뜻인지 깨닫게 되네요. 피해자들을 위한 것이었군요......
2014.05.10 11:20
2014.05.10 15:00
정말 힘들더라고요. 속이 답답해지고, 이미 바탕이 된 실화가 어떻게 끝났는지 알고 있기에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은진 캐릭터는 마지막 장면에 가서는 미워지기까지 했습니다...;; 아니 진짜 그걸 왜 찾아 보고 있죠.
후반부에서 "사과를 받는 건데, 왜 제가 도망다녀야 하나요." 란 대사와, 초반의 "저는 잘못한 게 없는데요." 는 이 영화의 모든 걸 담고있는 대사들이라고 생각했어요.
모호한 결말을 좋아하진 않지만, 한공주의 결말은 그렇게 끝나는 게 나았으리란 생각이 듭니다. 보고 나서 한참 동안 생각해봤더니, 그런 결론이 나왔어요.
영화에서 한공주가 부르는 Give Me a Smile의 의미는 영화를 끝까지 다 보고 나니 엄청난 여운으로 남았습니다.
2014.05.10 20:38
영화 밖에서 이야기하자면 (영화 안에서는 '그런' 세상을 보여주려고 썼을 테고요)나는 쟤랑 달라, 그러니까 피해자가 될 리가 없어라고 머리로 미리 설정한 뒤에 자신으로부터 분리하는 '행동'에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나와 거리가 먼 사람에 대해서는 죄책감이 덜하죠. 연예인 동영상을 피해자라는 것 알면서도 찾아 보잖아요. 친구의 경우는 완전한 타자화를 위해서 본다고 해야 하나요. 설명이 잘 안 되네요.
2014.05.11 14:35
글 제목에 스포가 써 있으니 편하게 써보자면...
저도 이 영화 보고 나서 후폭풍이 굉장히 강해서 상당히 힘들었는데,
인터넷에서 영화 관련 정보를 이리저리 찾아보다가 이런 말을 봤어요.
감독이 매체들과 한 인터뷰에서 본인은 희망적인 느낌을 염두에 두고 결말 장면을 만들었다고 했더라고요.
그리고 영화를 본 사람들이 대부분 비관적인 쪽으로 해석하는 것에 대해 좀 놀랐다고요.
저도 결말을 비관적인 방향으로 받아들인 사람들중 하나였는데 우습지만 이 사실을 알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어요.
공주가 물에 빠지고 난 직후 화면을 위에서 아래로 거스르며 물 속에서 헤엄쳐 지나간 건 공주가 맞았을 거예요.
공주는 그동안 갈고 닦은 수영 실력으로 물에서 빠져 나와 다시 계속 삶을 이어갔을 거예요.
선생님 어머님도 다시 만나고, 친구들이랑도 다시 만나서 전처럼 지냈을 거예요.
계속 찾아오는 가해자 부모들에게도 씩씩하게 맞섰을 거예요.
그렇게 지금도 우리나라 어딘가에서 잘 살아가고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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