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없는 커피를 어떻게 할까요

2011.10.17 17:31

해삼너구리 조회 수:3531

휴; 저는 아주 질 좋은 원두와 고급 기계로 숙련자가 내린 진한 에스프레소 아니면 못 마시는

...그런 입맛 까다로운 사람은 아니고요. 그냥 대충 멍충하게 내린 드립 커피도 아아 맛있는 카페인이다 하고 마시고

커피는 역시 질보다 양이지 하며 스타벅스 벤티 사이즈를 애용하는 수준의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원두의 생명은 신선도에 있다고 철썩같이 믿어 의심치 않는 평범한 커피 중독자입니다.


저희 어머니는 커피를 전혀 드시지 않는데 주변에 가까운 분이 제가 커피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자꾸 커피를 가져다주세요.

문제는 이분이 옜날 분이시라(어머니들 많이 마시는, 필터 드립 기계에 한스푼쯤 넣고 한주전자 내려 마시는 그런 정도의 느낌;)

저랑 커피 선택의 기준이 너무 다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에 나갈 때마다 커피를 사오셔서 딸이 좋아한다니 가져다주세요 라고 한다는 겁니다.

어머니께는 이러저러하다고 설명을 드리긴 했지만, 어머니도 그분이 호의로 주시는 건데 거기다 대고 뭐라고 할 수 있니 하시면서 그냥 계속 받아오시고

그러면 전 받아서 이걸 먹을 수도 없고 안 먹을 수도 없고;

전에는 그래도 홀빈이라서 맛은 없지만 카페인이구나 하고 먹었어요.

그렇지만 그 뒤에 가져다주신 건 무려 KIRKLAND(코스트코 브랜드죠) 그라인드빈;; 이건 한번 맛만 보고 멀리 던져버렸습니다. 조금도 아쉽지도 않았어요.

이번에 가져다주신 건, 무슨 Gourmet니 Organic이니 호기로운 표현은 잔뜩 써 있고, 비싼 커피라고 하시면서 주셨지만 그라인드 빈

역시나 맛? ...없어요

봉지를 뜯자마자 이게 커피 원두 냄새인지 미숫가루 냄새인지 모를 약간 구수하면서도 텁텁한 향이 가득 퍼지고

그나마도 이제 봉지를 뜯었으니 곧 사라질 마지막 향의 그림자겠죠. 

이 남은 커피는 어쩌면 좋나요. 아니 대체 왜 그분은 외국 여행 중에 그라인드 커피 원두를 사오시는 걸까요. 

사오시더라도 본인이 맛있게 드시면 괜찮은데 굳이 저희 집에까지 호의를 배푸시는 걸까요.

대체 이 상황에서는 어떻게 반응하는 것이 가장 현명할지, 커피를 받을 때마다 너무 고민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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