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2015.03.31 20:08

lonegunman 조회 수:1251



내가 어느 아름다운 소녀를 만나 '함께 가지 않겠습니까?' 하고 청했는데도 그녀가 무심코 지나가버린다면, 
그녀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당신은 명성이 자자한 공작도 아니고, 
인디언 같은 체격에 수평으로 붙은 눈, 잔디밭을 관통해 흐르는 강물의 공기로 마사지된 피부를 지니고 있는 미국인도 아니죠.
당신은 저로선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모르는 거대한 대양을 항해해본 적도 없어요. 
그러니 어여쁜 소녀인 제가 왜 당신을 따라가겠어요?"
"잊고 있군요. 당신은 거리를 달리는 자동차에 앉아 있는 게 아니에요. 
꼭 맞는 옷을 입고 축복의 말을 중얼거리며 당신의 꽁무니를 따라다니는 추종자들도 보이지 않는군요. 
당신의 가슴은 코르셋으로 단정히 감싸져 있지만, 다리와 엉덩이는 그 단정함을 엉망으로 만들고도 남아요. 
당신은 지난 가을 유행이었던 옷을 입고 있지만, 그렇게 생명을 위협하는 것을 몸에 걸치고도 때때로 미소를 짓고 있다니."
"그래요, 우리 두 사람 말이 다 옳아요. 
그러니 우리가 그런 걸 서로 너무 잘 알게 되어 어찌할 수 없는 처지가 되지 않도록, 차라리 각자 홀로 집으로 돌아가는 게 더 낫겠군요."

- 거절 / 프란츠 카프카




같이 듣자는 포스팅이고요




당신은 아마도 안경 없이는 글자가 보이지 않지만
아마도 평소에는 안경을 끼지 않는 걸 거예요
힘겨운 시간도 겪을 가치가 있었다고 말은 하지만
아마도 밤이면 불면증에 시달리겠죠
아마도 당신은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극장에는 종종 가곤 하겠죠
아마도 서로에게 할 말이 남아있지 않다 느끼면서도
여전히 엄마와 자주 싸울 거예요
어쩌면 펑크락에 관심조차 없으면서
아마도 네버마인드 앨범은 갖고 있겠죠
당신은 아마도 낯선 사람과는 대화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늘 누군가 말을 걸어주길 바라왔는지도 몰라요
그러니
아마도 당신에게 말을 걸어보는 게 좋을런지도 모르죠
하지만 아마 전 결국 다 망쳐버릴 거예요
그러니 우리 둘 다에게 최선은
제가 그냥 입을 다물고
여기, 기차의 반대편 좌석에 가만히 앉아있는 거겠죠


probably / kevin devine
translated by lonegunman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61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11490
92684 기사펌)4.16을 맞아 대통령님께서 하신 훈화.. [2] 라인하르트백작 2015.04.16 1794
92683 재보궐 선거운동 시작됐군요. - 관악을 선거벽보 [4] amenic 2015.04.16 1229
92682 고 성완종씨의 폭로로 인하여 새누리당애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 부분 [6] soboo 2015.04.16 2886
92681 손석희는 정말 시청률의 노예인가? [32] skyworker 2015.04.16 5400
92680 잊지 않을게요 [6] 늘보만보 2015.04.16 1353
92679 세월호 합동추모식 취소 [7] 사막여우 2015.04.16 2958
92678 날씨도 애도를 표하는거 같네요. [3] 쇠부엉이 2015.04.16 1026
92677 전주국제영화제(JIFF) 티켓 예매 가벼운계란 2015.04.16 464
92676 장동민 이슈화의 의도성에 대한 의문 [50] catgotmy 2015.04.16 3405
92675 홍준표가 또 달빛처럼 2015.04.16 1248
92674 4월 16일 NC 다이노스 트위터 drlinus 2015.04.16 632
92673 인디포럼2015 뉴스레터 2호 인디포럼 2015.04.16 269
92672 드론이 혼자 날아가버렸다는게... [4] 가라 2015.04.16 1186
92671 리그베다 위키 저작권 논란을 보며 [4] 모르나가 2015.04.16 1174
92670 JTBC뉴스룸 성공했네요 [14] 닥터슬럼프 2015.04.16 3315
92669 "메모 등장 명단은 청탁 거절한 사람들." [8] skelington 2015.04.16 2432
92668 세월호 1주기, 슬픈도전에 관심 가져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13] 칼리토 2015.04.16 1571
92667 씨네21-송강호 특집 기사 여기서 보세요. 수지니야 2015.04.16 1306
92666 세월호 추모곡 내영혼 바람되어. 성악인 147명의 합창 [2] alma 2015.04.16 757
92665 매주 보고하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 순정만화 거장전 강경옥편 [13] 쥬디 2015.04.16 156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