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4.06 11:30
(스포일러에 민감하신 분들은 안읽으시는 게 좋겠지요.)
문제의 그 곡. 캬라반 입니다.
빅 밴드 음악이라곤 글랜 밀러의 몇곡 정도 밖에 모르는 저로서는 위플래쉬는 좋은 음악 듣고 기분이 좋아진 영화 였습니다. 영화 끝나고 OST 사야겠다...고 생각 한 영화는 오랜만이에요.
그런데 자그마한 부분에 궁금증이 생겨서 그 생각만 머리속에서 맴돌맴돌하네요.
주인공이 처음 플레쳐의 밴드에 갔을 때 드럼 수석이 '음을 맞춰놔'라고 해서 주인공이 음을 맞추는 장면이 있습니다. 되게 혼자서 신기 했던 게 북소리의 '음'이란 걸 한번도 생각을 안해봤거든요.
팀파니 연주자 마다 다 다르긴 합니다만, 클래식 오케스트라 공연을 가보면 팀파니 연주자가 자기 연주가 없을 때 북위로 몸을 바싹 기울여서 통통 튕겨 보는 걸 종종 보는 데 위플래쉬를 보고 나니, 그게 음 틀어진 게 없나 확인 하느라 그런건가... 싶더군요. 만약 그게 맞다면 한번 튜닝 해 놓고 몇분 연주하고 또 튜닝에 신경써야 하다니 되게 예민한 악기네요. 북이라는 건.
그런데 락 밴드 드러머들은 이런 튜닝을 하나요? 안한다면 왜 안하는 걸까요? (음... 이건 재즈 드러머는 왜 음을 맞추나요...가 더 맞는 질문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러고 보면, 락 밴드 드러머들은 귀에 메트로놈을 꽂고 있는 경우도 꽤 있는 것 같은데, 재즈 밴드 드러머들은 전혀 안쓰나요? (한 곡안에서 박자 변화가 있어서 의미가 없나요. ;;;) 박자 세는 학생을 가혹하게 몰아 세우는 장면에서 아니... 애 한테 메트로놈을 주고 이걸로 해, 하면 더 정확할 것을...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거든요.
2015.04.06 11:34
2015.04.06 15:06
네. 저는 그 대목이 너무 신기해서 다른 분들이 말씀하신 여러가지 내용들을 거의 못따라갈 정도였습니다. ^^;
2015.04.06 11:52
2015.04.06 15:07
오. 한번 찾아 봐야겠네요. 음대를 나온 직원 분이 계셔서 메트로놈 궁금증을 여쭤 봤는데 딱히 답을 못주시더라구요.
2015.04.06 12:09
2015.04.06 15:08
몰랐습니다.;;;;; 악기는 모두 어느 정도는 튜닝의 단계가 있는 거군요. 오오. +_+
2015.04.06 14:16
드럼은 공명음의 범위가 넓기 때문에 다른 악기들에 비해서 조성의 영향을 덜 받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12개의 북을 놓고 조성에 따라 선택적으로 치거나, 조성이 바뀔 때마다 튜닝을 새로 하거나, 곡 안에서 전조라도 되면 연주가 진행되는 0.1초 안에 달라진 음계에 맞춰 튜닝을 바꿔내야 하는 웃픈 상황이 연출되겠죠.
보통 북의 공명음 안에 12 음계의 음(과 그 사이의 음들까지)이 다 들어있기 때문에 다른 악기와 부딪히는 일은 잘 없습니다만, 북을 처음 타격한 타격음과 그것의 경과음, 그리고 공명이 끝난 후 수렴되는 끝음은 비교적 명료하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드럼을 튜닝한다는 건 보통 이것을 원하는 음에 비교적 가깝게 만드는 것을 뜻합니다.
튜닝이 장르의 문제는 아니고, 드러머가 선호하는 소리의 상태로 조정하는 것일 텐데, 위에 말씀드린 이유로 보통 다른 악기들과의 관계보다는 드럼 안에서 북들 사이의 상대적인 음의 높낮이가 더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그래서 어설프게 북 한 개 잘못 건드렸다간 전체적인 튜닝의 조화가 엉망이 돼버리는 일이 생기죠. 그래서 튜닝을 안 하는 게 아니라, 처음 튜닝된 상태(보통 북 자체의 고유한 공명음에 맞춰 튜닝해놓습니다)를 그대로 사용한다고 생각하시는 게 맞고요, 재즈도 마찬가지로 트리오나 그밖의 기본 편성의 경우 곡마다 드러머가 튜닝을 다시 하고 그런 일은 잘 없습니다. 그리고 여러 밴드가 한 무대 오르는 상황에선 튜닝을 달리 한 드럼 여러 대를 올려놓고 드러머마다 선택적으로 사용하기도 하죠. 북 개개의 미세한 텐션의 차이를 재조정하는 정도가 아니라 팀이 바뀔 때마다 세트 전체의 제대로 된 튜닝(몇 시간씩도 걸려요)을 무대 위에서 바꾼다는 건 그만큼 무리인 겁니다.
위플래시의 상황도 장르의 문제가 아니라, 일반적인 편성이 아닌 오케스트레이션 안의 드럼이라는 특수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이고, 그렇게 보더라도 네 개, 다섯개의 북의 공명음을 섬세하게 들어야 하는 드럼을 다른 악기들이 여기저기서 불고 치고 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튜닝해내라는 건 고문에 가까울 겁니다. 영화를 본지 좀 돼서 기억은 잘 나지 않는데 아마 주인공도 꽤 애를 먹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2015.04.06 15:16
말씀 감사합니다. 저는 말씀 하신 것 처럼, 장르나 같이 연주하는 상대에 따른 조율이 있나 보다 하고 깜짝 놀랐는데, 그런 건 아니었네요.
영화 속에는 주인공이 차석 드러머 쯤으로 들어간 밴드에서, 수석 드러머가 B 플랫으로 맞춰놔, 라고 하자, 스틱으로 치는 두개의 북 (이름을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의 가운데 소리를 피아노랑 맞춰 보는 장면이 나와요. B 플랫 소리를 내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드러머가 B 플랫 소리 정도가 나는 장력을 원했던 걸로 이해하는 게 맞는 거죠?
(예상하시는 대로 드러머는 B 플랫을 잡는데 굉장히 애를 먹는데, 그게 무리한 요구를 받아서 그렇다기 보다는 오케스트라 멤버들의 배타적인 태도 때문인 것 같이 느껴졌어요.)
2015.04.06 16:42
댓글 읽으니 저도 그 장면 기억나네요. 네, 말씀하신대로, 그 경우 북을 뜯어서 튜닝을 새로 하는 상황은 아니고 스네어(가 맞을 겁니다)의 윗쪽 가죽 부분의 장력을 조정해서 B플랫으로 맞추라는 의미였죠. 첫댓글에 적었듯 공명의 끝음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주위가 조용해야 하는데 아무도 안 도와주는 상황+그걸 예측하면서도 시킨 메인드러머의 의도 등등으로 약간 엿먹이는 :/ 맥락으로 기억합니다.
2015.04.06 14:27
아, 그리고 팀파니는 애초에 텐션을 높이고 공명음을 줄여 단일음을 표현하도록 만들어진 타악기라 일반 드럼과는 경우가 조금 다르다 할 수 있겠습니다.
2015.04.06 14:33
팀파니는 음정이있습니다. 당연히 튜닝도 하구요.
2015.04.06 15:17
처음 알았습니다. +_+ 완전 신기한데요. +_+ 채의 종류가 많은 게 그 때문인가 보군요.
2015.04.06 14:46
몇~~년 전 외국의 모 밴드가 내한공연 시 (단독은 아니고 여름날 페스티벌 공연류였슴다) 공연 시작 시간까지 열심히 잡아먹어가며 1시간 넘게 드럼 튜닝을 한 적이 있어요. ( ")
2015.04.06 15:20
2015.04.06 20:21
예전에 부산 락페에서 스티브 바이가 왔을 때 튜닝하느라 거의 2시간을 까먹고 헤드라이너 공연이 1시간 가까이 늦춰진 적이 있더라죠...=_=;; 원래 공연보고 막차 탈 예정이었던지라 틀어진 계획에 친구와 열심히 성질냈었는데...
첫 곡이 시작되는 순간 "오옷!! 역시 외계인... 튜닝 따위 얼마든지 기다려줄 수 있다능...ㅠ_ㅠb" 모드가 되었더라는 일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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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드럼 가지고 튜닝하는게 신기했어요. 저만 그런게 아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