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꽤 오래오래 남을 정도로 애절한 사랑 이야기, 영화 뭐 있으셨습니까?


애절한 이야기가 아니라도 마음에 깊게 남는 감흥이 있다면 그냥 보람차고 흐뭇한 사랑 이야기, 웃긴 이야기라도 좋습니다.


애초에 제가 떠올려 보려고 한 것은 영화나 TV물인데, 꼭 그게 아니라도


만화나 소설도 괜찮습니다.


제 경우에 몇 가지 꼽아 보라면,



1.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

텔레비전에서 해 줄 때 아무 기대도 없이 그냥 채널 돌리다가 잠깐 멈췄는데,

흑백영화라서 별로 눈에도 안 뜨였는데,

어째 보다보니 조금 더 보고 또 계속 더 보게 되다가

끝까지 빠져서 보고는 감동의 폭풍에 휘말렸던 영화였습니다.

이후에는 연말마다 한 번쯤은 반복해서 보는 영화입니다.

어째 여러 사람들 사이에서는 "뜨거운 것이 좋아"보다 약간 덜 쳐주는 느낌인데,

저는 이 영화가 빌리 와일더 최고 걸작, 잭 레몬 최고 걸작, 셜리 맥클레인 최고 걸작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 카사블랑카

애절한 사랑 이야기 걸작하면 맨날 언급되는 영화인데,

이 영화도 처음에는 그 느와르 범죄물 같은 느낌에 재밌게 봤는데,

볼 수록 느낌이 달라지는 영화였습니다.

어릴 때 봤을 때는 잉그릿드 버그만이 험프리 보가트를 정말로 사랑했는데,

국가와 민족과 가정의 의무를 위해서 떠나간다는 식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애초에 잉그릿드 버그만의 사랑은 변함이 없었고,

전쟁통의 어긋난 우연으로 잠깐 험프리 보가트와 이어졌다가 다시 떠나가는 것이고,

말을 안해도 험프리 보가트도 그것을 마음 한 구석에서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이 영화 결말 같은 결말이 나온다고 자꾸 생각하게 됩니다.



3. 봄날은 간다

이 영화 포스터 나오고 홍보 하는 거 보고는

그냥 그저 그런 멜로물 내지는 "8월의 크리스마스" 아류작이겠거니,

하고 전혀 조금도 기대하지 않고 오히려 안볼 영화로 생각했는데,

어쩌다 본 이후로 완전히 기대가 바뀌어 정말 재밌게 봤고,

이후 여러 번 볼 때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하게 하고, 상상도 해보고,

인물들의 행동과 대사를 이리저리 비판도 해 보는 등등 마음 속에

확확 새겨져 여러번 반복해 보게 되는 영화였습니다.



4. 현기증

처음에 봤을 때는 반전이 강한 스릴러 영화로 보고,

반전에만 경악을 하면서 놀라서 봤습니다만.

우연히 두 번째 봤을때부터 이 영화의 진가를 알아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야말로 근본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애착을 기막히게 다룬 영화인 듯 합니다.



5. Friends 에피소드 중에서 105 The One with the East German Laundry Detergent

자기 손으로 빨래를 해 본 적이 없던 레이첼이 로스와 함께 빨래 하는 내용이 들어 가 있는

시트콤 에피소드인데,

인물 개성을 잘 드러내면서 장면장면에 순간순간 코미디가 많고

그러면서 배우들 연기도 좋고, 사랑하는 감정이 저절로 새어 나오는 순간을 포착한 내용도 좋아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들 중 하나 입니다.



등등입니다.


요즘 것들이 좀체 잘 안떠오르는 듯 느낌이기도 한데,


또 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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