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도 지나갔는데 다시 언급해서 죄송한데요..

현재도 여기저기서 엄청나게 까이고 있죠. 그런데 저는 예상은 했어도 비난의 이유가 이렇게까지 대동단결하는데 좀 당황스럽습니다.

 

분명 이 프로그램이 가지고 있었던 장점이나 가능성도 있었지만 그 방식에 적지않은 문제가 있었기에 저는 태생부터 잘못된 프로그램이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탈락자가 발표된 순간, 그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었다고 생각합니다.

 

출연한 가수 모두가 실력으로는 검증은 되었지만 모두 암묵적으로 의구심은 있었죠. 뭐 그건 '한물갔다' '대중적이지 않다' '외모가 안된다' '지나치게 오버한다' 등등 다양했었고요..

 

사실 누구라도 탈락될 수 있었죠. 그런데 하필 김건모 였습니다. 김건모 하면 라인업의 네임밸류를 높이는 데 가장 큰 공을 돌릴 수 있었지만 동시에 '한물갔다'는 혐의를 준다면 가장 유력한 용의자라고 할 수도 있었죠. 실로 결과는 냉혹하더군요. 그냥 그 무대 뿐이었다고 하기에는 가수들의 반응이나 충격은 그렇게 쿨해 보이지 않습니다. 아마 그들이 느끼는 충격이나 영향력은 일반 대중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큰 것 같았습니다.

 

탈락자가 발표된 순간 정엽의 반응은 당시의 느낌을 잘 표현해 준다고 봅니다.  갑자기 깨달은 거죠.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거지? ' '이건 아닌것 같은데'라는 표정이요.

 

저는 이후 가수들의 반응은 그들이 연예인이기 전에 뮤지션이라면 정당하다고 봅니다. 오히려 일면으로는 감동적이기까지 하더군요.  저에겐 일종의 항의같아 보였거든요. 그들은 당장 방송이나 프라임타임에서 자기의 무대보다는 선배 뮤지션의 자존심을 지켜 주기 위해, 또 같은 뮤지션으로서 동료 가수가 느꼈을 충격을 함께 받아들이며 방송국에 항의 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이건 아니지 않냐면서..

 

그때 쯤 상당수의 시청자들은 아마도 가수들에게 감정이입이 되었을 테고요 그대로 김건모를 퇴장시켰으면 아마도 MBC 및 김영희 PD, 또 이 프로그램에 꽤 비난이 쏟아졌을 거라고 전 생각해요. 아마 당시에 PD도 그것을 감으로 알아챈 듯 합니다. 탈락자를 발표한 순간 자신의 기획이 무리였다는 것을 깨달은 것으로 보였어요.

 

그러나 가수들의 소심하고 작은 항의에 대한 PD의 대답은 정말 구역질날만큼 역겹더군요. 자기가 오롯히 받아야 될 비난을 자기가 감언이설로 모았던 출연자들에게 나눠주는 짓을 한거죠. 그건 김건모를 보호하기 위한 것도, 가수들의 자존심을 살려주기 위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방송국과 자기 자신을 지키고 프로그램의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한 수를 둔 것이죠.

 

결과는 저는 어느정도 통했다고 봅니다. 이 프로그램 자체를 비난하던 목소리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많은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의 원래 포맷의 지지자가 된 것 같습니다.

전 여기 게시판에서 본 것 같은데 1위 가수가 퇴장하는 형식을 차용하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그대로 폐지하기에는 나름 외면하기 아까운 가능성도 분명히 있거든요.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그나마 설 자리도 별로 없는 가수들 광장으로 끌어내서 밑바닥까지 뽑아먹는 프로그램 밖에는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회의실에 모여 앉아서 누가 가수가 될지 결정하는 모습도 오만하기 그지 없습니다. 대중들이 누가 진짜 가순지 판단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 줘야 할 방송국이 그런 시스템은 자기 편의대로 막아놓고 이미 자신의 역량으로 대중의 사랑과 인정을 받았던 가수들을 불러내서 이런 식의 수모를 주는 작태는 저에겐 그냥 짜증을 불러일으킬 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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