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이든지 개인차가 있겠지만, 적어도 제 주변의 한국인들, 그리고 여타 다른 아시아 나라들에서 온 친구들의 경우, 모기에 대한 반응이 저와 비슷합니다.

가렵고, 붓고 그렇죠. 전 유독 조금 심하게 붓는 편이고, 가려움의 정도를 수치화 시킬수는 없겠지만 확실히 보통 이상으로 고통스러워하는 편이죠. 깨어있을때야 약도 바르면서 의식적으로 열심히 참지만, 자고 일어나면 자면서 손을 댔는지 더 심하게 부어있고, 피가 날 때까지 긁다가 결국 흉터로 남는 경우가 절반 정도는 됩니다.


그런데, 제 가까운 백인 친구는 모기에 물려도 정말 아무반응도 보이지 않아요. 여름에 한 방에서 자는 경우도 부지기수고, 요 며칠새 같이 자전거 여행을 다녀 왔는데, 전 더운 날씨에도 긴팔 옷도 입고, 모기 방지 스프레이도 뿌리고, 가능한 수단은 다 동원했지만 지금 발등과 심지어 눈썹 밑에도 모기에 물려 고생하는데 이 친구는 이런 저를 이해 못한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거든요.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작년 여름에, 같은 방에서 잠을 자는데 귀에 모기 소리가 웽-하고 울리더군요. 전 아무래도 태연할 수 없었지만, 내색하기는 또 싫어서 그냥 잠을 청했죠. 한 세방 정도 물리고, 결국 벅벅 긁다가 새벽에 잠에서 깼습니다. 어쩔 수 없이 불을 켜고, 모기를 잡는데, 이 친구, 당연히 저 때문에 깨서 이게 왠 난리인가 하더군요.

제 호소에 못이긴 친구는, "그럼 넌 나가 있어라, 내가 다 잡으마"하더군요. 한 삼십분 후, 친구가 모기를 결국 다 잡은 것처럼 보였고, 모기를 잡기 위해 친구가 사용한 방법은...맙소사, 그냥 옷을 다 벗고, 모기가 자기한테 올때까지 멀뚱멀뚱 책을 읽다가, 모기가 자기를 물으려 달라 붙으면 때려 잡았다는군요. 친구는 당연히 그 와중에 몇방을 물렸구요. 그런데도 이 친구는 아무렇지 않다는 겁니다. 정말, 붓지도 않고, 그다지 가렵지도 않대요. 전 그날 밤, 잔류하고 있던 모기들 때문에 겁에 질려 그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불을 머리까지 덮고 자야했구요.


아시아인+백인으로 이루어진 커플들의 경우 모기 물림에 대한 이런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아니, 것보다 더 쉽게 말해서, 제 주변에서 모기를 두려워하는 백인들을 지금까지 거의 보지 못했어요. 얼마 전에, 신호에 걸려 정차하고 있는 큰 오토바이에 타고 있던 덩치 큰 백인 폭주족 아저씨가, 다리를 벅벅 긁으면 'F#%*ing! 모스키토!' 외치는 걸 보고, 그 크고 거친 외모와 대비되는, 모기때문에 받는 고통을 호소하는게 인상적이었던 기억도 있는걸 보면, 백인이라고 다 모기에서 자유로운 건 아닌것 같지만요.

아쉽게도 지금 당장 물어볼 수 있는 흑인, 남미인 친구들이 없어서 더 다양한 인종들의 모기물림에 대한 반응은 모르겠지만, 우선 아시아인 vs 백인의 경우에서는, 확실히 아시아인들이 더 많은 반응을 일으킵니다.


잠깐 구글링을 해봤는데도, 이렇다할 정보는 못찾았는데, 이거 정말 왜 이러는 걸까요?

그냥, 지금도 오늘 자전거 타다가 물린 자국들을 긁지 않으려 참느라 고통받는데, 옆에 친구가 (으례 그렇듯) 웃통을 벗은 채로 휘파람을 불어제끼며 모니터를 보는 모습을 보니 울컥해서 그만...


다음에 쓸 계획인 글로는, 자매품 '비염은 왜 한국인들에게 유독 많은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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