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4.02 13:24
운동을 하면서 케이블tv를 보는데 무슨 자본주의 강의가 있었어요. 강신주라는 자의 강의였죠. 사실 강신주라는 사람에 대해선 여기저기서 관련 글들이나 반응만 봤지 실제로는 뭘 하는 자인지 잘 몰랐어요. 검색해보니 호불호가 좀 갈리는 사람인 거 같더군요. 어느날 교보문고에 갔다가 책이 눈에 띄었는데, 책 표지에서 잘못 계산된 것 같은 조명을 받으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걸 보니 책을 펴볼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그 강연은 강의라기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늘어나는 것에 가까웠지만...어쨌든 뭔가에 대해 강하게 확신하는 사람이란 건 알 수 있었어요.
강연의 내용은 대충, 강신주가 자본주의는 훈련된 거고 그것은 우리의 본성과 멀다고 디스하는 거였어요. 그리고 끔찍한 자본주의 세상에 대해 꾸지람 같은 걸 좀 던졌어요. 그쯤에서 채널을 돌린 것 같은데...아마 작년에 반팔을 입던 시절에 본 거 같아서 흐릿해요.
그런데...
꼭 자본주의에 대한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예요. 그렇게 아는 게 많지 않기도 하고. 끔찍한 세상인 건 맞지만 그게 자본주의 때문인지는 의문이예요. 늘 소름끼치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상상해 보곤 해요. 어차피 이 세상은 사회주의나 자본주의랑은 상관없이 끔찍한 세상이 됐을 거고 자본주의는 그 중에 차라리 나은 게 아닌가 싶어요. 이 세상이 끔찍한 건 인간이 끔찍하기 때문인 거 같거든요. 사회주의든 자본주의든 다른 외계인에게 주어졌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겠지만 인간은 늘 같은 선택을 하죠. 다른 사람의 인생을 끔찍하게 만들어서라도 자신의 인생을 윤택하게 만드는 거요. 자본주의나 사회주의나 민주주의와는 상관없이 사람은 끔찍한 세상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거 아닐까 싶어요.
위에 말했듯이 강신주는 자본주의는 훈련된 거고 그것은 우리의 본성과 멀다고 디스했어요. 그런데 이건 내가 보기에 정말 다행이예요. 강신주는 무슨, 본연의 모습을 찾자느니 자본주의가 우리의 순수함을 앗아간다는니 하는 말을 하던데 이건 말이 되질 않아요. 규칙이 없던 어린 시절에 느낀 건 본성대로 살게 냅두면 목소리가 큰 놈이 이기거나 몸집이 큰 놈이 이길 뿐이라는 거거든요. 아니면 둘 다 큰 놈이 이기거나. 신기한 건, 어떤 것에도 뛰어나지 않은 그런 사람들끼리는 쉽게 친해져요. 그리고 세력을 불리죠. 정말...맙소사. 그런 사람들과 친하게 되느니 평생 밥을 혼자 먹고 술을 혼자 마시는 게 낫죠. 어쨌든, 어렸을 땐 아무래도 이 세상에선 아무리 한 가지 재주가 뛰어나도 집단에 맞게 조정되기 전엔 존중받을 수 없다는 걸 느끼고 늘 초조했었어요.
차라리 모두가 모두에게 가차없이 행동하는 이 세상이 좋은 거 같아요. 지금까지 존재했었던 상황 중에서는요. 집단에 맞게 조정되는 대신에 비용만 지불하면 존중받을 수 있거든요. 목소리가 큰 놈이나 덩치가 큰 놈들과 같은 편이 될 필요도 없고요. 그야 모든 게 마음에 들 순 없지만, 자본주의 세상은 남들과는 절대로 잘 지낼 수 없는 사람도 한가지 재주만 갖추고 있으면 존중받을 수 있게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좋아요.
어쨌든 괜찮게 코디가 되어 있는 옷과 머리와 피부를 갖추고 관객의 호응을 끌어낼 줄 아는 솜씨와 잘 계산된 표정과 동선을 따라가며 자본주의를 디스하는 강신주 씨의 강의를 케이블TV로 봤었어요. 하지만 재미는 있었어요. 뭔가에 대해 강하게 확신하는 사람을 상대하는 건 좋아하지 않지만 보는 건 나름대로의 활력을 가져다 주죠. 그런 캐릭터를 연기하는 건 강신주씨의 좋은 사업 전략 같아요.
2015.04.02 14:26
2015.04.02 14:28
저도 어디선가 강신주가 그런 내용을 떠드는 것을 봤던 기억이 있어요. 근데 그 내용이, 그러므로 사회주의가 옳다 라는 내용도 아니었고 이 모든 세상의 원흉은 자본주의 때문이지! 하는 내용도 아니었던거 같아요.
그저 자본주의에 대해 아주 신랄하게 까는 내용만 가득했던 기억이.. (아니 그래서 뭐 어떻게 하자는 거야. 어떤 방안을 좀 제시 하던가.. 라고 했던 기억이 -_-;)
얼마 전 부터 많은 경제 학자들과 인문 학도들이 자본주의에 폐헤에 대해서 비판 하는 내용과 크게 다르지도 않았어요.
대표적으로, 단순히 돈 때문에 일어나는 각종 악질 범죄들, 사람 보다 돈이 우선시 되는 사회 풍조, 애나 어른이나 하나 같이 무엇 보다 돈이 짱이야. 하는 물질 만능 주의에 대한 비판이 주 였던 것으로 기억해요.
저 역시 ‘돈은 그냥 돈이지 돈 까짓게 뭐 얼마나 잘났냐’ 라고 생각도 하고 비판 하는 그 내용에 대해서는 동감하는 편 이었습니다. ‘그럼 뭐 어떻게 하면 좋아지는데?’ 에 대한 방향 제시를 못 들어서 더 말은 못 하겠지만요.
2015.04.02 17:11
쩝...세상을 개선할 수 있다고 정말로 믿는 8살보단 나은 것 같아요. 모든 사람이 자기 방만이라도 깔끔하게 치우면 좋을 텐데 그것도 못 하는 사람이 많으니 그 꼴 안 보고 살려면 열심히 돈 벌어서 울타리나 높게 쌓아야죠.(댓댓글을안쓰는버릇이있어서...그냥리플이요)
2015.04.02 17:46
아.. "차라리 모두가 모두에게 가차없이 행동하는 이 세상이 좋은 거 같아요. 지금까지 존재했었던 상황 중에서는요. 집단에 맞게 조정되는 대신에 비용만 지불하면 존중받을 수 있거든요. 목소리가 큰 놈이나 덩치가 큰 놈들과 같은 편이 될 필요도 없고요. 그야 모든 게 마음에 들 순 없지만, 자본주의 세상은 남들과는 절대로 잘 지낼 수 없는 사람도 한가지 재주만 갖추고 있으면 존중받을 수 있게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좋아요."
위에 저 말씀 하실 때도 좀 어...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좀 전에 단 댓글 까지 보니 네.. 좀 그렇네요 그냥 제 느낌 입니다.
2015.04.02 18:15
2015.04.03 07:09
2015.04.03 12:12
난독증 걸렸군요? 본문 안보고 댓글만 보면 강신주 물어뜯는 글 한바닥은 쓴줄알겠어요 하하. 다음에 어디서 '불이야!'라고 외칠 때는 정말로 불이 났는지 한 번 본 다음에 외치세요~안 그러면 우스꽝스러우니까
인문학을 전공하신 것 같던데, 이토록 진지하게 존재와 당위를 헛갈려하시는 글을 쓰시면 곤란하지 않나요.. 세상과 인간이 비정하고 비열하다고 그걸 개선해보려는 시도를 포기하거나 그런 걸 하는 사람들을 비웃는 태도는, 방 치울 엄두가 안나니 '어차피 인간은 더러워!'라고 외치는 미운 8살 같은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물론 강신주같은 뇌보다는 입이 큰 스타일의 학자는 저도 싫어하긴 합니다. 그런데 그 분 옷차림, 피부 모두 괜찮은 편은 아니지 않았나요? 제가 관심을 끊은 사이 큰 발전이 있으셨나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