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에서 윤지운 작가 [안티 레이디] 무료 보기가 있어서 그냥 심심풀이로 들어가 봤는데 이거 생각보다 재미있네요.

윤지운 작가님 약간 과소평가 되었다고 생각한 만화가세요. 이 분 대표작인 [시니컬 오렌지]를 비롯해서 주로 밍크에서 활동을 하신 분이시죠.(밍크 공모전 출신이시고)

잡지 밍크가 같은 서울문화사의 윙크에 비해 저연령층을 타켓으로 해서 사랑받았던 잡지인데요.

[허쉬], [시니컬 오렌지]같은 밍크의 대표작들을 많이 그려내셨지만 이 분 작품 읽다보면 만만치 않은 내공이 느껴지곤 했거든요.

[시니컬 오렌지]도 초절정 미소녀가 외모 때문에 받는 피해를 그린 로멘틱 코메디 같았지만, 갈수록 밝혀지는 꼬여있는 인간 관계도가 단순한 소녀 만화 수준이 아니었거든요.

소녀스러운 그림체와 달리 더 날카로운 이야기가 가능한 작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제가 본격적으로 이 작가에게 애정을 갖게된 건 파한집.

환타지 사극인데요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탄탄한 스토리. 가끔씩 등장하는 절절한 심리묘사와 유머감각까지. 정말 재미있게 본 작품이었어요. 만약 이분이 밍크가 아닌 윙크에서 활약하셨으면 어땠을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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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이 너무 길어졌는데 [안티 레이디]는 사실 처음 보았을 때 그다지 끌리지 않았어요.

저는 어느 순간 유행한 [달콤한 나의 도시]류의 현대 직장 여성의 자아찾기류 스토리에 거부감이 있거든요.

일단 그녀들의 고민사가 비슷합니다. 남자 문제, 일 문제, 결혼과 사랑...친구들과 술 마시고 수다떨고, 직장일로 스트레스 받고. 현실적인 문제들이기는 하지만 구질구질 해요. 이런 걸 허구한 날 드라마에서 봐야하나 이런 생각이 들곤 했어요.


[안티 레이디]도 친구들과 수다떨고 직장생활 때문에 골치 썩는 이야기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안티 레이디]가 신선했던 것은 주인공 이원은 마냥 징징거리는 여자가 아니예요. 그녀는 친구들에게 '차도녀 코스프레'한다고 놀림 받을 정도로 자기 일에 철저하고 똑 부러지는 여자입니다. 선임은 능구렁이과로 자기 일 남에게 떠넘기기 일수이고 후배라고 들어온 아이는 할 줄 아는 건 아무것도 없으면서 힘들다고 징징거리며 선배 뒷다마나 합니다. 이원의 스트레스는 꽤 리얼해요. 그렇게 하루하루 힘들 날을 보내던 이원이 몇 가지 사건과 부딪히고 나서 '풍선에서 조금씩 바람이 빠져나가듯, 나에게서는 의욕같은 것이 흘러나가고 있다.'라고 독백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툭툭 튀어나오는 예리한 묘사가 상당해요. '이 세상에 진짜 내 편을 들어줄 사람이 몇일까?", '세상을 상대하는 것에 자신이 없어진다.' 같이 남자나 연애 문제가 아닌 진짜 현실을 살아가야하는 여성으로서의 고민이 와닿는 것 같아요.


비중이 많은 캐릭터에서 작은 캐릭터까지 개성이 있는 것도 매력적이에요. 진상 상사에게 시달리다가 가끔 속시원하게 한 번씩 날려주는 욱하는 성격들은 대리만족하기 좋구요. 눈치없듯 고단수인 눈치삼단 김세무사, 노는 언니 포스지만 모태솔로 친구 지유, 얌전한 듯 하면서 기어오르는 학생은 제대로 응징하는 교사 친구 미경. 

25화까지 무료로 공개되어 있는데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결재했지만 사실 결재한 부분은 초반만큼 재미있지는 않았어요. 뭔가 좀 비현실적인 신데렐라 이야기로 흘러가는 느낌인데요. 하지만 초반부는 모처럼 만난 괜찮은 작품이었습니다. 여전히 예쁜 그림체로 그려주시는 주인공들 옷구경하는 재미도 있구요.


결제 금액이 남아서 작가님 단편 [월궁]도 결재했는데 [파한집]의 프리퀄 같은 작품으로 괜찮습니다.

[파한집] 좋아하시는 분들 한 번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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