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라마조프 형제들을 읽을 때 저 문장은 별로 눈에 들어오질 않았습니다.


맥락상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몰랐던 것도 있겠지만 별로 와닿는 게 없었어요.


전 그 당시 스스로를 크리스쳔이라고 생각했고


신이 없는 상황을 느꼈기때문에 그게 얼마나 비참한지 알고 있었고


신이 있다는 걸 느끼는 게 얼마나 좋은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저 문장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신경쓰였던 부분은 죄가 없는 유아가 폭력을 당하는 것을


기독교적 세계관에서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그 부분이었죠.



시간이 흘러서 지금에 와서 저 문장이 와닿았습니다.


기생수 애니를 보다가 든 생각이에요.


나는 나쁜 짓을 한다. ---> 다른 사람들도 나쁜 짓을 한다. ---> 나쁜 짓을 해도 아무런 벌은 없다


---> 신이 이것을 벌하지 않는다면 모든 것은 허용되겠지



아마 본래의 맥락과는 무관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것은 벌에 대한 개념이기 때문에 신이 있다는 게 기쁜 시절에는 신경쓰이던 부분이 아니었습니다.


패널티로 움직이는 게 아니니까요. 신이 없다면 모든 것이 허용된다면서 양심에 어긋나는 일과 벌을 저울질 한다는 건


신념이 사라진 것으로 가정하고, 행동을 저울질 한다는 건 이미 그 신념을 반쯤 버린 겁니다.





사실 신이 없다면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건


신과 도덕을 일치시켰기 때문에 나오는 오류입니다. 신이 없이도 사람들은 각자의 양심, 가치관에 따라 행동합니다.


고등학교 한반에 종교인이 한명도 없다고 해도 그들은 몇몇은 관계에서 타인에게 폭력을 쓰려고 할테고


몇몇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할테고 소수는 그 관계를 더 낫게 하려고 할 겁니다.



[마태복음 5:9]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



대체로 현대인의 도덕이란 건 자신이 받고싶지 않은 것을 타인에게 하지 않는다는


안정적인 황금률일텐데요.


그것을 넘어서 자신이 받고 싶은 것을 타인에게 주는 것, 그런 신념을 가진 사람도 있을 겁니다.


이건 불완전한 황금률이기 때문에 자신이 받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착각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래도 인간은 먹어야하고 잠을 자야하는 건 같고, 관계면에서 충족감을 갖고싶어하기 때문에


그걸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겠죠.



아무튼 전 크리스쳔이 되는 것에 실패했고, 앞으론 어떨지 모르겠지만


어차피 불교인이라고 다 부처가 되는 건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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