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4.21 02:19
더 나이먹기 전에 제 이름으로 된 책을 한 권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고 살았습니다. 마눌님도 말만 하지 말고 빨리 실행에 옮기라고 닥달하고, 심지어는 초딩 딸까지 언제 책쓰냐 돈벌어서 선물 사줄거냐 묻는 지경에 이르렀네요. 체면 더 구겨지기 전에 올 여름에는 책의 초안을 잡아 보자, 맘을 굳게 먹었습니다. 솔직히 말해 팔리는 책을 쓸 능력이 된다면, 책을 꾸준히 쓰는 작가의 삶을 사는 것도 좋다는 생각을 하지만, 능력이 안되잖아, 이제 첫 도전을 해 봐야 아는 거지요.
이런 저런 생각끝에, 제가 잘 알고 좋아하는 토픽을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첫째는 인터뷰 분야, 특히 구직 면접이라든가 자기소개서나 레주메 쓰는 쪽에 10년 가까운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영어 인터뷰에 강점이 있습니다. 근데 한국에서 영어 인터뷰 관련 서적 수요가 얼마나 되는 지 제가 별로 감이 없습니다 (해외생활한 지 15년이 넘어갑니다). 작년 교보문고에 다녀온 와이프님 말로는 쓸만한 영어 인터뷰 서적이 거의 없더라는데, 어쩌면 수요가 없어서 그런지도 모르는 거 잖아요. 여기 듀게에 오시는 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네요. 쓸라면 쓰겠는데 안팔리는 책을 일부러 고생해서 쓰고 싶진 않거든요.
두 번째로 잘 쓸 수 있는 분야라면 발표, 스피치, 혹은 스토리텔링에 관한 건데요. 검색을 해 보면 이쪽에 더 많은 책들이 존재하는 것같더군요. 제가 별 다를 거 없는 책 하나를 더 얹어 봐야 티도 안날 것같은데, 좀 유니크하게 스탠드업 코미디언에게서 배우는 스토리텔링 스킬, 뭐 이런 주제로 책을 쓴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언젠가는 스탠드업 코미디에 관한 책도 써 보고 싶은데, 한국에서 스탠딩 코미디가 워낙 미미한지라 읽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어요. 하지만 스토리텔링이나 스피치 쪽으로 연결시켜서 스탠딩 코미디를 다룬다면 나름 한국 독자들에게도 먹히지 않을까 싶은데, 어떨까요?
둘 다 책을 쓸만큼의 애정과 컨텐츠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둘 다 한 번에 할 수는 없으니 일단 한 쪽부터 우물을 파야 하겠지요. 이쪽에 조금이라도 관련 경험이나 식견이 있으신 유저 분들의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좋은 의견을 주신 분들에게 혹 압니까? 내년에 제 책을 선물로 보내드릴 수 있을 지... 미리 감사합니다.
2015.04.21 02:46
2015.04.21 02:55
말씀하신대로 블로그 개설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보겠습니다. 블로그와 책의 글쓰는 방식이 달라야 한다고 믿는 편이라, 어떻게 블로그를 운영할 지 좀더 생각을 해 봐야겠지만 블로그에 드래프트를 올린다는 기분으로 쓰는 것도 괜찮을 것같습니다. 근데 블로그가 주목받는 게 워낙 힘들어서 걱정이 앞섬...ㅠㅠ
2015.04.21 08:59
영어인터뷰 관련 책과 교육 컨텐츠를 기획해 본 입장에서 ㅎㅎ 수요가 많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보통은 기업 면접용으로 공부하게 되는데 그런 경우에는 책으로 차근히(혹은 시간을 들여서) 공부하기보다는 짧은 시간 내에 (정확히 말하자면 면접 제의 - 면접일 사이) 1:1 과외라든지 면접 전문가에게 코칭 서비스를 받기를 원하죠. 비용이 훨씬 많이 들더라도요. 그래서 당시 타겟층으로 잡았던 사람들이 생각보다 책을 많이 사지 않았어요. 예상 고객이 원하는 형태가 어떤 컨텐츠인지 분석해 보는 것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동업 혹은 멀티가) 가능하다면 여러 형태의 서비스를 결합하는 게 팔릴 가능성이 높더라고요.
2015.04.21 09:28
2015.04.21 09:59
제 입장에서는 그저 스피치가 아니고 무엇에 대한 스피치냐를 볼 것 같습니다. 예컨대 제가 업무하는 분야와 관련된 스토리텔링에 대한 세션에 참가한 적이 있었는데 단순하게 스피치 테크닉뿐 아니라 업계의 현실과 효율적인 업무 방식까지 다 다루었기 때문에 도움이 되었지 기술만을 다루었다면 별로였을 것 같거든요. 그 세션 담당한 분도 스피치 전문가(?)라기 보단 그냥 업계 사람이었고요.
2015.04.21 10:22
2015.04.21 11:00
2015.04.21 11:20
어...어...
어떤 글인지는 물론 봐야 알수 있는거겠지만.
말씀하신 얘기가 세일즈 포인트라면...전 그책을 보지 않을 것 같아요;
그건 마치 <자기소개서 쓰기! 개그콘서트를 통해 익히기!>하는 책 같은 생각이 들어서요.
그러니까 발표에서 청중들을 환기시켜주는 유머와 유연한 진행등이 성공적인 발표에 굉장히 중요한 요소인건 알겠는데..그 포인트가 <코메디>가 되는 책은
일단 기피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저같이 그런 발표에 초짜고 잼뱅이인 사람들은 다들 그럴것 같아요.
책을 통해서 유머를 배우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그렇고 난 아주 대단한 발표를 하고 싶어서 책을 찾는게 아니라 그럭저럭 튀지 않고 무난하게 발표를 끝내고
싶어서 책을 뒤적이고 있을것 같거든요.
보다 그런 스피치에 익숙하신 분들은 솔깃하실지 어떨지 모르겠지만..일단 저같은 수준의 사람에게는 내용도 보지 않고 일단 선입견을 가질것 같아요.
2015.04.21 11:39
타겟을 어떻게 잡느냐의 문제로 보이는데, 초짜를 위한 책을 쓰느냐 좀 발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책을 쓰느냐의 선택문제같습니다. 난이도를 어떻게 조절할 지 고민해 보겠습니다.
유머관련해서는, 꼭 웃기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표현력이나 전달력을 향상시키는 데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부터 배울 점이 많아요. 그런 차원에서 보자는 거지요.
2015.04.21 11:27
스탠드업코메디 혼자 보러가서 맥주 마시면서 낄낄거렸던 제 입장(?)에서 한마디 더 덧붙이자면 한국에 이 장르가 거의 없다시피 한 건 말하는 기술과 아예 무관하지는 않겠지만 소재 면에서 금기시되는 게 너무 많아서이기도 하다고 생각해요. 미국 사회 기준으로도 인종, 이런저런 소수자, 비소수자 그룹을 조롱하면서 아슬아슬하게 웃기는 게 이 장르인데 이런 걸 우리 사회에서 하기가 쉽지가 않죠.
2015.04.21 11:35
오, 스탠드업 코미디를 즐기시는 분을 듀게에서 만나다니 겁나 반갑네요. 이쪽이 한국에선 마이너장르지만 유툽 덕분에 그래도 일정 정도의 팬층은 있는 것같아요. 올해는 한국에서도 나름 알려진 러셀 피터스 쇼 한 번 직관하는 게 제 목표에요.
말씀하신대로 금기시되는 소재가 많고 관객들이 웃음에 인색하고 한국에서 스탠드업 코미디가 잘 안되는 이유가 이런 거죠. 선을 넘지 않고 아슬아슬하게 웃기는 것도 오랫동안 축적된 노하우의 일환입니다. 장동민처럼 폭주하는 건 인성도 인성이지만 코미디 내공이 부족해서 그런거죠.
2015.04.21 11:37
넵 저도 반갑습니다. 말로 웃기는 장르는 다 좋아하고 몸으로 웃기면 안 웃어요. 같은 이유에서 일본 만자이도 즐깁니다. :D
2015.04.21 16:00
2015.04.22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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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리는 걸 염두에 둔다면, 10페이지 정도 보고서+초안을 잡아 출판사에 먼저 보내보는 것이 좋을 겁니다. 다 쓰고 난 뒤 출판사 문을 두드리는 것 보다는요. 요즘 실용서의 제일 큰 적수는 아무래도 인터넷이겠지요 인터넷 개인 블로그를 먼저 하다가 출판사와 접촉을 하고 책으로 바뀌는 경우도 많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