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악평을 많이 들어서 그런갑다하고 봤는데요.

기대 없이 봐서가 절대 아니고 그냥 정말 재밌었고 감동적이었어요.

뭐 안좋게 보신분들을 설득할 생각도 없고 글도 잘 못쓰고요

글들 찾아보니 좋게 보신 분들하고도 접점이 다른 것 같긴하지만...

암튼 넘 좋았네요.

이 감독분 제발 다음 영화 준비에 차질 없으셨으면 좋겠어요. ㅠㅠ


일영이 일탈을 한 이유는 달콤한 인생에서 딱 성 전환만 했을 뿐이고,

남자 역할은 신민아 만큼 동떨어져있고 연기도 못했지만

신민아가 그냥 어두컴컴하고 의리에 살고 폼샘폼사하는 세계 속의 외형적인 대비로 그저 싱그러움만 보여준 거라면

차이나타운의 그 남자 역할은 똑같이 어둠에 대한 대비로 쓰이지만 외형적인 게 아니라 

진흙 위에 핀 연꽃같은 그런 인생같은 대비라서 더 와닿고 너무 슬펐네요.

이 시대에는 뭔가 전통적이고 숭고한 것의 의미에 대해 촌스럽다거나 작위적이라거나 하는 식으로 쉽게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세상이 혼탁해서일까요. 그렇겠죠?

말이 안 되는 착함, 순수함을 보면 정말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게 되니까요. ^^;;

그래서 더 작위적으로 보였을 것 같아요.

그래도 전 스타일에만 심취해서 말그대로 도구적으로 사용하면서 영화 전체적으로는 때깔과 분위기를 웰메이드하게 풍기는 것보단

차이나타운이 훨씬 낫네요.


차이나타운이 분위기와 때깔이 좋다고 하신 분들도 계신데

전 오히려 힘 쫙 뺀 느와르라고 느껴졌어요.

생각해보면 로케이션도 적고, 둘러앉아 밥먹는 장소가 약간 중국식 소품과 컬러로 비일상적으로 꾸며졌고

분장도 김혜수 혼자만 좀 신경 썼는데 대신 뱃살도 넣어줬고, 엉덩이도 뭘 넣었는지 아님 옷을 그렇게 보이게 입은 건진 모르겠지만

망가지게 잘 해놨구요.

그 외엔 모든게 다 일상적이고 풀샷 잡히는 씬도 별로 없고 그렇네요.

촬영이든 편집이든 장난질 안치고 또 일부러 과하게 자의식 넘치는 롱샷이나 원테이크 쪽으로 간 것도 아니고

말그대로 힘 쫙 빼고 찍은 것 같아요.

연기도 그냥 다 좋고요. (그 남자 요리사 빼고요...;; 고경표도 좀 놀랐네요. 장진이 그렇게 밀어줘도 못뜨네, 연기는 잘하나 싶었었는데

굉장히 전형적인 역할이지만 딱 필요한만큼의 비중이었지만, 나름 존재감이 있네요. 나머지 배우들도 다 너무 좋죠.)

각본도 전 그렇게들 악평하는 생략된 부분이 너무너무 좋습니다.

제가 너무 대중적인 시선이 아닌가봐요. 왜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한지 모르겠어요.

이 이상 설명하면 진짜 너저분해지고 난잡해지는데...

엄마가 일영한테 왜그러는지, 일영이 남자 요리사한테 반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설명이 있었다면?

아무리 어떠한 좋은 구실과 각본적인 연결로 이어준다한들 지금 이 맛은 없을 것 같아요. 그건 필요없는 거죠.. 물론 저한테는요. ㅎㅎ

그림자 아래서 살아남기 위해 살고 찌르라해서 찌르고 썰라해서 썰다가 그냥 저쪽 편을 봤는데

그림자 지지 않은 양지에서 다 부서져가는 둥지를 빠져나오려고 쨱짹거리는 새끼 새가 너무 환하게 빛나고 있는 거죠.

프랑스 얘기 나오고 어쩌고 할 때는 정말 눈물이 핑 돌더군요.

뭐 저처럼 이렇게 느껴지지 않으시는 분들이 대다수인 모양이지만요.......ㅠㅠ


암튼 군더더기 구체적인 설명 없이 종반부로 갈수록 오해와 보호와 공격이 뒤섞여서 엄마를 죽이러 온 그 대칭적인 구조가 너무 깔끔했습니다.

각본적으로는 너무 흔하기도하고 단편에 어울릴만한 대칭 구조, 원점 회귀이긴 하지만

앞서 말한 장점들 덕분에 오히려 신선하고, 너무 깔끔한 구조였어요.


저도 느와르 너무 좋아하고 대부 시리즈는 정말 인생의 영화이기도 한데요.

느와르라는 장르는 그 태생적 한계 때문에 느와르를 넘어서기 힘들다고 봐요.

그 이후 아무리 좋은 느와르라고 나와도 뭐 예를들자면 마틴 스코시스 영화라해도

주인공들이 범죄에 발을 들여놓고 성장하고 실패하고 얽히고 설키고 복수와 음모, 결국에는 탕진 패망 이런 과정 중에서

얼마나 더 리얼하고 현실적으로 그 과정과 순간들을 보여주느냐, 마약과 폭력의 세계를 진짜처럼 그려내느냐에 열광하거나

아님 반대로 어떤 장르적 공식, 추리물 스릴러물처럼 복수와 음모 등등의 꼬이고 꼬인 플롯을 얼마나 영리하게 풀어내서 관객의 뒷통수를 치느냐,

아니면 또 첫번째 두번째로도 식상하고 이제 그런 영화들도 많아지니까 다 필요없고 그저 담배연기 자욱하고 목관악기로 멜로디 나지막하게 깔리며 술잔이 오가고 룰렛이나 마작판이 나오고 그런 분위기에 흠뻑 취할 수 있게 해주느냐,

에 집중되어서 소비되는 장르가 바로 느와르가 되어버린 것 같아요.

제 생각엔 대부가 정말 뛰어난 영화인 이유는 위의 모든 걸 다 갖췄으면서도 보다 깊은 의미, 폭력과 범죄의 세계를 표면에 드러내고 그게 정말로 무의미하며 비생산적, 인생무상이다, 이런 걸 드러내준 영화라서 라고 생각하거든요.

그 시대에는 그게 충격적이었죠. 그리고 그만큼 역효과도.... 원래의 의도와는 다르게 대중이 그걸 흠모하기 시작해버렸다는 거...


우리나라에서 보자면 달콤한 인생이나 최근의 신세계도 전 나름 후하게 평을 합니다만 그래도

뭔가 알맹이가 빠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요.

신세계는 특히 너무 아쉬워요. 외관적으로나 플롯으로는 너무 촘촘한데 알맹이가 없어요...ㅠㅠ 팬분들 죄송...

근데요 정말 제 개인적인 감상으론 차이나타운은 나머지가 다 없는데 알맹이가 있다는 느낌이랄까요.

그게 당연히 위에 언급한 대부처럼 뭔가 거창한 그런게 아니라 그냥 정서적으로 묵직해요.

생략미와 힘빼고 말하는 연기 그냥 일상적인 배경 등등이 거기에 한 몫을 하구요.

제가 보기엔 뭐 분위기에 힘주고 그런것도 없어요. 마작 하는 도박장이 무슨 황해처럼 나온것도 아니고

보면 굉장히 넓은 광각으로 찍은 화면도 거의 없어요. 가끔 표준보다 조금 넓은 렌즈로 촬영한 거 같은데...

제 기억이 잘못됐을 수도 있습니다만... 솔직히 화면에 힘줄려면 초광각으로 양식적인 미 쫙 한 번 때려줘야 하는 거 아니겠어요.

암튼 그래서 드라마같을 법도 한데 또 영화같단 말입니다. ㅎㅎ

아 물론 가끔 음악이 오바일 때 있고, 마지막에 카메라 응시는 옥의 티라고 생각합니다만....

암튼 전 너무 재밌게 봤습니다~

급 마무리 좀 할게요~ 나가봐야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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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급 마무리를 해서;;;ㅋㅋㅋ 죄송

감독님 스탭분들 배우분들 정말 감사드려요~~~ 좋은 영화 개봉 때 못봐서 죄송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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