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잡담....

2015.07.28 23:14

조성용 조회 수:3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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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 인 골드]

 [우먼 인 골드]는 1998년 오스트리아 정부를 상대로 본래 자신의 가족들이 소유했던 예술품들의 반환을 요구했던 마리아 알트만의 실화에 바탕을 두었습니다. 비엔나에 살던 알트만의 부모 그리고 그녀의 삼촌과 숙모는 아르놀트 쇤베르크, 구스타프 클림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등의 여러 유명 예술가들과 친분을 맺기도 한 부유한 유대계 후원자들이었는데, 이들의 여러 귀중한 소장품들 중 하나는 알트만의 숙모의 초상화인 구스타프 클림트의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이었습니다. 알트만이 2차 세계 대전 직전 겨우 오스트리아를 빠져 나온 후 그녀 가족의 재산과 소유물들은 전부 다 나치에게 몰수당했는데, 거의 60년의 세월이 흐른 후 그녀는 최근에 사망한 여동생의 유품들을 살피다가 한 오래된 편지를 발견합니다. 그 편지를 통해 자신의 여동생이 전쟁 직후에 그들이 빼앗긴 예술품들을 되찾으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된 그녀는 자신의 가까운 친구 아들이자 쇤베르크의 손자이기도 한 변호사 랜디 쇤베르크를 통해 클림트의 그 유명한 금빛 그림을 비롯한 다른 예술 작품들을 오스트리아 정부로부터 되찾을 수 있는 지의 여부를 알아보려고 하고, 그리하여 그들의 기나긴 여정이 시작되지요. 국보급 대접을 받아 온 그림들을 순순히 돌려줄 리가 없는 오스트리아 정부의 계속된 태클 아래 이들이 노력하는 동안 영화는 간간히 알트만의 과거를 플래시백을 통해 보여주는데, 젊었을 때 그녀가 겪어야 했던 그 험악한 시절의 이야기와 교차되는 동안 현재 시점의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평탄한 인상을 줍니다. 헬렌 미렌과 라이언 레이놀즈의 연기야 좋지만 알트만에 비해 쇤베르크는 비교적 심심한 캐릭터이고, 조연 배우들은 낭비된 인상이 강한 가운데 후반부에 가서 영화는 상당히 늘어지는 편입니다. 실화 자체야 흥미롭고, 클림트의 걸작들 중 하나를 간접적으로 보는 재미도 없진 않지만 (물론 영화에선 복제품을 썼지요), 전반적으로 무른 기성품 인상을 줍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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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덜리스]

  광고 회사 중역으로 잘 나가는 중이었던 샘의 인생은 어느 날 갑작스러운 일로 산산조각이 납니다. 아들과 통화한 지 얼마 안 되어 아들이 재학 중인 대학 캠퍼스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는 소식이 뉴스에 나오고, 곧 그와 그의 전 아내 에밀리는 아들의 죽음과 함께 매우 힘든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2년 후, 직장도 잃은 가운데 근근이 벌어먹고 살면서 술로 세월을 보내는 중인 샘은 에밀리를 통해 데모 CD들을 비롯한 아들의 여러 유품들을 받게 되는데, 아들의 노래들을 들은 후 그는 이들 중 한 곡을 동네 술집에서 한 번 연주해봅니다. 처음엔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마침 거기에 있었던 그의 아들 또래의 청년 쿠엔틴은 샘의 연주로부터 뭔가 특별한 걸 감지하고, 그를 따라 온 쿠엔틴의 끈질김에 마지못해 샘은 다른 노래들도 들려주게 되지요. 곧 둘은 밴드를 결성하고 그들의 밴드는 점차 인기를 끌게 되지만, 여전히 샘은 자신이 노래들을 작곡하지 않았다는 중요한 사실을 털어놓지 않았고, 당연히 이는 이야기 후반에 가서 갈등 주원인이 되지요. 이게 스포일러가 아닐 정도로 영화는 여러 모로 뻔하고 작위적 구석들이 많지만, 본 영화로 감독 데뷔한 윌리엄 H. 메이시는 좋은 음악과 함께 이야기를 잔잔히 전개해가고, 빌리 크루덥과 안톤 옐친은 직접 노래와 연주도 하는 가운데 영화를 성실하게 이끌어갑니다. 특별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점수는 줄 만한 성실한 감독 데뷔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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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이드 아웃]

  모 블로거 리뷰 인용

 “Smart, Insightful, empathetic, and entertaining, it succeeds in many ways as reaching to various audiences who will process it in each own mind. In short, this is the best animation film of this yea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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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리치]

  원제가 [Beyond the Reach]인 [더 리치]는 롭 화이트의 1972년 소설 [Deathwatch]를 원작으로 한 영화입니다. 에드거 상을 받기도 한 화이트의 소설은 이미 앤디 그리피스와 샘 보텀스 주연의 1974년 TV 영화 [Savages]로 각색되기도 했지요. 보아하니 여러 자잘한 요소들이 변경되었지만, 영화는 기본적으로 원작 소설의 설정에 충실합니다. 부자 사냥꾼과 평범한 동네 가이드 이 두 주인공들이 모하비 사막 한 가운데에서 우발적으로 생긴 일로 인해 위험한 생존 게임을 벌이게 되는데, 전자에 의해 후자가 사막에서 겪을 수 있는 온갖 생고생들을 겪는 모습을 보다 보면 요즘 더운 날씨가 그리 나쁘게 보이지 않을 지경입니다. [워 호스]의 제레미 어바인과 악역 연기를 한껏 즐기는 마이클 더글러스 간의 팽팽한 대립도 볼만 한데, 결말부에 가서 영화가 서투르게 사족을 부리면서 이야기를 끝맺는 게 아쉬울 정도입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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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게임]

 별난 크리스마스 호러 판타지 영화 [산타를 보내드립니다]로 데뷔한 핀란드 감독 얄마리 헬렌더의 다음 작품 [빅 게임]은 전작처럼 황당한 끼가 있습니다. 13살 생일을 앞둔 우리의 어린 주인공 오스카리는 혼자 숲 속에 들어가서 직접 사냥해야 하는 험난한 성인식을 거쳐야 하는데, 마침 그 동네 상공을 지나던 에어 포스 원이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을 받아 추락하게 됩니다. 미국 대통령께선 제 때에 탈출 캡슐을 타고 무사히 숲에 착륙했지만, 테러리스트들이 그를 추적하기 시작하는 가운데 그가 현 상황에서 유일하게 의지 할 수 있는 사람은 우연히 그와 마주치게 된 오스카리밖에 없지요. 줄거리만 들어도 실실 쪼개지 않을 수 없지만, 영화는 상영 시간 내내 진중하기 그지없고, 사무엘 L. 잭슨과 온니 톰밀라를 비롯한 출연 배우들도 상당히 어이없는 순간들 속에서도 시치미 뚝 떼고 진지하게 연기합니다. 유감스럽게도 [산타를 보내드립니다]에 비해 덜 능청스럽고 덜 막가니 상대적으로 재미가 떨어지는 편인데, 그래도 황당한 맛에 간간히 낄낄거리는 수 있다는 건 보장해 드립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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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얼마 전 개봉된 [경성학교]가 [여고괴담]과 [기담]을 절로 떠오르게 한다면, [손님]은 [이끼]와 [웰컴 투 동막골]을 연상케 하는 가운데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를 변주한 이야기를 펼칩니다. 한국 전쟁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가운데 아픈 아들의 치료를 위해 아들과 함께 서울로 가고 있던 떠돌이 악사 우룡은 우연히 어느 외딴 산골 마을에 들어오게 됩니다. 아직도 전쟁이 끝났다는 걸 모르는 이 동네에선 뭔가 안 좋은 일이 있는 듯한데, 우룡은 나중에 촌장으로부터 마을이 쥐 떼들로 곤란을 겪고 있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마침 그에게 좋은 생각이 있기 때문에 우룡은 상당한 보수를 조건으로 촌장과 계약을 맺게 되지만, 그가 자신의 계획을 위해 준비하는 동안 마을엔 쥐들 말고 다른 불편한 문제가 있다는 게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영화의 전반부는 서서히 불편한 기운을 높여가면서 우리의 관심을 잡고, 개인적으로 설치류 혐오증이 심한 제 선배를 질겁하게 할 좋은 장면들도 여럿이 있습니다. 하지만, 숨겨진 어떤 사실이 드러나는 후반부에 가서 이야기는 산만해지고 덜컹거리기 시작하고, 스포일러이니 자세히 얘기드릴 수 없지만 결말은 서늘하기는커녕 오히려 맥이 빠집니다. 류승룡, 천우희, 그리고 이성민 등의 출연 배우들이야 기본기로 영화를 지탱해가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능력이 잘 활용된 건 아닙니다. [라따뚜이]마저도 보기 싫어하는 그 선배는 당연히 본 영화를 볼 생각도 하지 않겠지만, 괜히 끌고 갈 생각도 없습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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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닉스]

 크리스티안 펫졸드의 [피닉스]는 2차 세계 대전 직후 독일을 무대로 하고 있습니다. 유대계 독일 여인인 주인공 넬리 렌츠는 전쟁이 끝나기 직전인 1944년 10월에 체포되어 수용소로 보내졌었는데, 나중에 무사히 빠져나왔지만 얼굴에 심각한 부상을 입은 가운데 그녀의 친구 레네와 함께 베를린으로 돌아옵니다. 다행히 실력 있는 성형외과 의사 덕분에 새 얼굴과 함께 그녀는 곧 완쾌되지만, 예전과 다른 얼굴로 인생을 재시작하는 건 그녀에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텔아비브에서의 새 인생을 계획하는 레네와 달리 그녀는 가수로 활동했던 전쟁 전 과거에 더 매달리고, 그 당시 그녀를 배신했었을 가능성이 큰 공연 파트너이자 남편인 자니를 찾아 돌아다닙니다. 그러다가 피닉스란 한 나이트클럽에서 그녀는 자니와 마주치는데, 이제는 자신을 요하네스라고 하는 남편은 더 이상 피아노를 치지 않는 가운데 아내를 알아보지도 못합니다. 게다가 그는 넬리 가족의 유산을 차지하기 위해 자신에겐 그저 죽은 아내를 유달리 닮은 낯선 여인으로 보일 따름인 그녀에게 대역 역할을 할 것을 요구하지요. 알프레드 히치콕의 [현기증]이 절로 연상되는 이 아이러니한 멜로드라마 이야기를 건조하면서도 흥미진진하게 굴려가는 가는 동안 감독 펫졸드는 역사와 개인사를 이야기 속에서 절묘하게 버무려가고, 전작 [바바라]에서 무척 인상적이었던 주연 배우 니나 호스는 덤덤하면서도 풍부하기 그지없는 연기로 우리 시선을 잡아갑니다. 이미 [바바라]에서 호스와 공연한 적이 있던 로날드 제르펠트도 본 영화에서도 호스와 좋은 연기 호흡을 보여주는데, 그들이 자아내는 조용하면서도 강렬하게 먹먹한 어느 한 순간은 올해의 명장면들 중 하나로 뽑아도 될 것입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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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코드]

 현지에서 쪽박을 찬 뒤 국내에서 바로 다운로드 시장으로 직행한 마이클 만의 사이버 스릴러 영화 [블랙코드]는 생각보다 많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허술한 각본으로 인해 간간히 발목 잡히면서 덜컹거리는 가운데 캐스팅도 그리 효과적이지 않지만 ([토르]에서의 그 단순무식한 인상 때문인지 몰라도 크리스 헴스워스는 영리한 해커 주인공으로썬 설득력이 좀 떨어지는 편이지요), 영화는 마이클 만의 그 익숙한 하드보일드 스타일로 전문가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우직하게 밀고 가면서 여러 좋은 순간들을 제공하니 지루하진 않습니다. [인사이더]나 [콜렉트럴]에 비해 그리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지 않지만, [마이애미 바이스]가 공리를 비롯한 나름대로의 장점들이 있듯이 본 영화도 탕웨이와 바이올라 데이비스를 비롯한 여러 장점들 때문에 살짝 봐줄 만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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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프 엑스레이]

 관타나모 수용소를 소재로 한 영화인 [캠프 엑스레이]는 수용소에 배치된 한 젊은 여군의 시점을 통해 이야기를 펼쳐나갑니다. 대부분 무슬림 신도들인 구금자들은 별 놀랄 것도 없이 그녀에게 그리 우호적이지 않은 가운데 기지 내 몇 안 되는 여군들 중 한 명으로써 개인적인 부담도 상당하지만, 콜 일병은 맡겨진 의무를 다하고자 여러 모로 노력합니다. 그러다가 그녀는 자신이 관리하는 구역의 구금자들 중 한 명인 알리와 대화가 트이게 되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그들은 서로에게 익숙해져 가지요. 한 인간관계를 통해 자신이 속한 시스템에 대한 회의를 가지게 되는 그녀의 이야기를 함부로 밀어붙이지 않으면서 영화는 화면 속의 상당한 사실감과 함께 감정 이입을 서서히 유도하고, 두 주연배우들의 연기도 탄탄합니다. 작년 말에 국내 개봉한 [클라우즈 오브 실즈 마리아]에서처럼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금세 잊어버릴 정도로 알찬 연기를 선사하는 가운데,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의 중요 캐릭터들 중 한 명이었던 페이만 모아디도 스튜어트와 척척 맞는 호연을 보여주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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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살]

  전작 [도둑들]에서 그랬듯이 [암살]에서 감독 최동훈은 여러 가지 것들을 동시에 이리저리 굴리려고 합니다. 그 결과는 그럭저럭 볼만한 동시에 모자란 감이 듭니다. 기술적 면에서는 잘 만든 시대극인 가운데 전지연, 이정재, 하정우, 조진웅, 오달수 등의 출연 배우들도 각자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짜임새가 흐트러지면서 영화는 동력을 잃기 시작하고 에필로그 장면은 사족에 가깝습니다. 재료들 넣을 건 다 넣었으니 입장료 값이 아깝지는 않은데, 이들 간에서 뭔가 빠진 듯한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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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 더 쉽]

 군말하지 않겠습니다. 아드만 애니메이션 작품들을 좋아하신다면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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