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17 09:11
그 혐오는 전혀 사소하지 않다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9905.html)
데이트 폭력 기사에 달린 여성 혐오를 혐오하는 ‘미러링’ 댓글 “언니들과 화력을 연대해 얻은 승리의 경험… 일상의 차별에 ‘설치면서’ 문제제기할 자신감이 생겼다”
최근 듀게를 달구고 있는 '미러링'이라는 주제... '아 이런 흐름도 있구나'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최근 여유가 생기고 관련 키워드들을 검색해보니 상태가 좀 심각해 보이더군요. '일상화된 여성혐오에 대한 무지개반사'쯤으로 표현할 수 있으려나요. 이런 경향이 대두되기 전부터 혐오주의적 표현은 몸서리를 칠 정도로 '혐오'해 왔습니다만 이건 좀 아니다 싶어요.
구글에 '미러링 심리학'을 검색해서 위 기사의 링크를 얻을 수 있었는데요. 이 기사가 '남성혐오에 대한 미러링'을 하는 사람들을 제대로 대변하는 것인지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그들의 논리적 허점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위 기사에 보면 아래와 같은 내용이 나오는데요.
“페미니즘은 여성을 인격적으로 존중하지 않는 가부장적인 국가와 ‘아버지의 법’에 분노를 드러내는 것에서 출발했다. 페미니즘은 여성의 몸과 섹슈얼리티에 가해진 다양한 폭력과 인격 모독에 대해서는 깊이 ‘혐오’했다. 그 결과 페미니즘은 가정폭력, 성폭력, 성희롱, 강간 등 여성에게 행해지는 모든 폭력을 혐오하면서 예방하고자 했다.” // 이때의 ‘혐오’가 ‘여성 혐오’에서의 ‘혐오’와 다름은 중요하다. 기울어진 권력관계에서 강자의 분노와 약자의 분노가 ‘분노’라는 이유만으로 같을 수는 없다. (중략) // 실제 ‘미러링’은 여성들에게 승리의 경험을 안겨줬다.
정리해보면 '페미니즘 = 여성 혐오에 대한 혐오', 그러므로 '여성혐오'와는 다른 종류의 혐오. 여기까지는 어렵지 않습니다. 근데 강자의 분노와 약자의 분노가 '분노'라는 이유만으로 같을 수는 없다'라는 부분은 이해하기 힘들어요. 강자의 분노를 여성혐오에 대입시키면 이에 대응되는 약자의 분노는 페미니즘, 즉 여성 혐오에 대한 혐오에 대응돼야 하는데, 은근슬쩍 여성혐오에 대항하는 남성혐오를 정당화시키는 문맥으로 흐르는 느낌입니다. 비유가 적절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이슬람에 대한 서방진영 사람들의 태도와 비슷한 것 같아요. '이슬람 세력이 우리에게 테러를 가하니까 우리도 이슬람을 증오하고 쓸어버리겠다'와 '남성들이 여혐표현을 남발하니까 우리 여성들도 남혐표현으로 대항해 주겠다', 비슷하죠.
근데 문제는 테러를 일으키는 이슬람 세력은 극히 소수라는 것이죠. 일부 지각없는 남성의 여혐적 표현이 여성들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도 증오하고, '미러링'에 따른 남혐적 표현에 상처를 입기도 싫어요.
(미 교사 "폭탄같은데"…무슬림학생 "시계일 뿐입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01&aid=0007860939)
위 기사의 무슬림 학생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는, 여혐을 증오하는 다수 선량한 남성들은 무슨 죄죠?
(한없이 모자란 글솜씨 탓에 글이 지나치게 늘어지는 느낌이 있습니다. 죄송;;;)
그러니까 제 생각을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1. 여성혐오는 나쁘다. 나는 여성혐오를 증오한다.
2. 그러나 남성혐오 역시 나쁘다. '여성혐오에 대한 혐오'와 '남성혐오'는 다르다.
3. 나는 남성혐오를 증오하며, 미러링은 정당화될 수 없다.
4. 결과적으로 미러링은 페미니즘에 도움이 되지 않는 새로운 종류의 폭력일 뿐이다.
음.. 저는 유리멘탈입니다. 제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부분은 악플보다는 따뜻한 가르침으로 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5.09.17 10:11
2015.09.17 11:20
저는 여성의 분노가 섞여있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백번 양보해서 그렇다 쳐도 그 행위가 폭력을 함유한다는건 변하지 않아요.
저는 많은 지각있는 남성이 성차별적 사회에 저항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있구요. 애초에 그 "ㅆ..남"이라는 말 정말 상스러워요.
마지막으로 "남성은 가만히 입닥치고 있는게 소추를 면하는 길"이라니 말씀하시는게 꼭 그쪽 대변인 같으시네요. 행위에 대한 비판 자체를 차단하고자 하는 시도라면 그야말로 소위 '미러링'이라는 것이 얼마나 야만적인지를 자인하는 꼴이죠.
아 마지막으로 더해서.. 정말 소수 테러리스트 때문에 무슬림이 차별받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시는거에요? 급진적인 세력들이나 테러의 순간 알라를 외치지, 보통 무슬림들은 테러를 혐오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계시네요.
2015.09.17 12:11
그 함유된 폭력도 원래 남성의 것이요, '씹치X'란 표현도 원래 남성의 것이라는 논리이죠.
탈씹치 논란도 소위 개념녀 논란의 미러링이라는 논리이구요. 상스러움과 야만성도 미러링의 결과겠죠.
여성차별 사회와 마찬가지로 무슬림 사회도 자체 모순에 먼저 반발하지 않은 무슬림은 이미 그 사회의 방조자이며 왜 서구의 비판에만 부들부들하느냐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다는 논리겠죠.
대변인같습니다만... 무적논리입니다. 이길 수 없어요.
2015.09.17 14:08
분명한 인식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 같네요. 충분히 전달됐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여혐을 증오해요. 그리고 그에 대해 '미러링'이라는 대의명분 아래에 '여혐혐'이 아닌 '남혐'으로 가는 것 역시 증오합니다. 논리는 그럴 듯 하지만 결국 그들은 남혐이 하고 싶을 뿐이지요. 혐오주의를 없애고 싶다면서 거꾸로 남성혐오를 하고 앉아있으면 해결될거라고 생각하는걸까요? 서로에 대한 증오만 커질 뿐일거라고 생각해요. 만약 이 방법이 한국 사회에서 성공을 거두었다고 평가받게 되면 유리멘탈인 저는 그 과정에서 만연하는 혐오주의에 열이 뻗쳐서 이미 죽어있을지도요..
2015.09.17 14:38
그분들에겐 개인인 내가 여혐을 증오한다는 입장이 중요친않죠. 그냥 여혐은 패시브라더군요.
http://www.djuna.kr/xe/index.php?mid=board&search_target=nick_name&search_keyword=%EB%A9%94%ED%94%BC%EC%8A%A4%ED%86%A0&document_srl=12529361
남혐에 대한 증오마저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성차별과 폭력을 통해 겪는 증오의 미러링이요, 혐오주의에 열뻗쳐서 죽을것 같은것도 여성들이 여혐에 느끼는 감정의 미러링이라는 논리도 될걸요?
2015.09.17 14:44
패시브라.. 힘이 쭉 빠지네요. 그냥 그러려니 할래요. 논리적으로 아무리 완벽해도 심정적인 동조를 받지 못하면 결국 그들만의 리그일 뿐이니까 덧없다는 걸 깨닫길 바라야겠어요. 물론 제 생각이 그렇다는거고 그들이 이 방법을 통해서 극적으로 혐오주의를 없애버릴지도 모를 일이긴 하죠ㅋㅋ
2015.09.18 09:10
2015.09.18 10:08
이건 뭐 야바위도 아니고... '소수'와 '소수자'를 막 섞고 거기에 '정교분리' 얹으니 논리완성!
2015.09.17 11:49
절세소년 // skelington님의 댓글은 제가보기엔 비꼬기 위함으로 읽히는 군요.
다른 의견을 덧붙이자면, 아마도 작금의 논란은 소위 '일반남성'이라 불리는 집단을 어떻게 규정하는지 그 바운더리가 애매하기 때문인 듯 해요. 절세소년님 께서도 본문에 언급하셨듯이 메갈리안으로 대표되는 움직임에 대해서 반대하시는 분들이라 하더라도 '여혐혐'을 나쁘다고 하는 분은 없을 겁니다. 골자는 왜 일반남성까지 혐오의 대상이 되어야 하느냐인데, 이 일반남성의 정의가 양측의 입장에 따라 달라진다는게 핵심같아요. 아마도 한쪽에서는 [일베유저 or 혐오발언을 하는 남성]이 아닌 그 외의 남성을 일반남성으로 생각하고, 다른 쪽에서는 여기에 플러스 알파로 자신의 가부장적, 차별적, 특정 성별(혹은 집단에 대한) 타자화 의식에 대해 자기검열이 없는 대부분의 한국 남성을 포함시키죠. 그러다 보니 쳇바퀴돌듯 상황이 반복됩니다. 일베유저만 혐오해->내가왜?->일베유저만 혐오하라구->너도여혐이야->...->반복.. 의 싸이클이 완성되는거죠. 이 간극의 해소를 위해 무엇이 첫째로 해결되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여혐'이라는 단어의 재정립 또는 대체제의 발견은 꼭 필요해보입니다. 같은 단어를 두고 어떤 집단은 지나치게 축소하여 받아들기는 반면 어떤 집단은 지나치게 확대하고 있으니 허무한 싸움만 반복될 수 밖에 없겠죠.
2015.09.17 14:15
제 경우에는 '여혐'의 범위를 메갈리아인들보다 축소해서 받아들이는 편일 가능성이 높군요. 제가 보기엔 그들이 '지나치게 확대'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저는 그들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일까요
2015.09.17 11:59
일베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우글루스 팩트골룸들과 정사갤이 내세운 명분도 2000년대 초중반 인터넷에 퍼졌던 보수혐오에 대한 미러링이에요. 당시에는 '미러링'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아니었을 뿐 논리는 같지요. 심리학적으로 혐오의 원동력은 상대 집단이 나를 위협할 수 있다는 불안입니다. 여성혐오와 남성혐오가 어떤 식으로든 각자의 명분을 세웠을 때, 남성 집단과 여성 집단 중에 누가 더 불안을 느끼고 혐오가 강해질지는 자명한 일입니다. 미러링을 하려면 우선 흉내를 내야 되고, 흉내를 내다보면 사람은 닮아가기 마련이라는 것도 심리학의 기본이고요. 이런 일반론으로부터 예외적인 개인은 있을 수 있어도 집단심리에서 예외를 기대하기는 어렵죠.
강자의 폭력과 약자의 폭력을 구별해야 된다는 논리는 저항권 개념에서 출발합니다. 저항권 개념에서 중요한 것은 과연 약자에게 폭력 외에 다른 저항 방식은 없었느냐입니다. 폭력이 만성화되면 폭력에 중독되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그 폭력중독자들이 폭력 자체를 합리화하면서 저항운동 전체를 무력화시키는 일이 역사적으로 비일비재했기 때문입니다. 남성들의 언어폭력을 흉내 내어 남성들에게 되돌려주는 방식은 일시적으로 유효한 수단이었지만, 장기화된다면 결국 '내부의 망나니'가 되고 말 겁니다. "테러는 테러리스트가 저질렀지만 비난은 '범이슬람적'으로 받는 게 논리적"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듯이, 언어테러는 메갈리안이 저질렀지만 비난은 '범페미니즘적, 범여성적'으로 받는 게 논리적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많으니까요.
2015.09.17 14:26
음 '여성 집단'이 더 불안을 느끼는 약자 집단이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미러링'이라는게 명분일 뿐, 실제로는 감정적으로 여혐에 대항한 남혐을 하고 싶으니까 그럴듯한 논리를 만들어낸 거라고 생각해요. '미러링'이라는 미명 하에 여혐을 혐오하는 남성들이 있다는 사실은 싸그리 무시하고 남성 전반을 욕하고 있는데, 거기에까지 동조해줄 남성은 없어 보이거든요. 그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여혐에 함께 맞서 싸우는 남성 동지들을 전부 떨어내고 남녀대결구도를 만들어내면서 미러링의 효과를 기대한다는건 어불성설이지요. 아 물론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2015.09.18 09:24
2015.09.18 09:31
2015.10.06 14:06
아이고.. 님 짱 드세요. 님 의견이 다 옳고 제 의견이 다 틀린가보죠 뭐. 아주 그 비웃는듯한 말투에 힘이 쭉 빠집니다.
2015.09.17 15:04
공감해요.
결국 비난은 범여성적으로 돌아갈텐데..
2015.09.18 09:27
2015.09.18 09:19
그건 그냥 님의 논리일 뿐이죠ㅋ
혁명운동을 비난하는 보수반동의 논리와 똑같네요ㅋ
" 폭력이 만성화되면 폭력에 중독되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그 폭력중독자들이 폭력 자체를 합리화하면서 저항운동 전체를 무력화시키는 일이 역사적으로 비일비재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논리는 지지난 세기의 프랑스 대혁명을 비롯한 이후의 숱한 시민혁명을 비난했던 논리와 똑같습니다. 수백년 혹은 수천년을 지속되온 기득권자의 폭력은 외면한채, 그에 저항하는 자들의 폭력행위만 비판하고 있죠ㅋ
진짜 웃기는게, 폭력으로 유지해온 시스템을 폭력이 아니면 대체 어떻게 부숩니까? 인권이니 평등이니 사람대접 받는 세상이 뭐 하늘에서 그냥 떨어진 줄 아시나요?
그냥 님은 페미니즘 걱정해주는 척만 할 뿐입니다. 그런데…단순하게 그렇게 볼게 아닌게, 민주화 운동이나 시민혁명 자체를 부정하고 있군요. 여기서 님같은 보수반동주의자를 다 볼 줄이야…미러링이 참 별 사람들 다 커밍아웃을 시키는군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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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허점이 아닙니다.
남성의 분노를 그대로 미러링했기 때문에 미러링 자체에는 여성의 분노가 한조각도 섞여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에 대한 반발이나 윤리적인 비난도 고스란히 남성에게 돌아가게 되어있습니다.
게다가 애초에 그 미러링을 통한 각성대상도 여성이므로 남성은 가만히 입닥치고 있는게 소추를 면하는 길입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일부 몰지각한 남성'이 아니라 성차별적 사회에 반발하지 않은 모든 남성은 씹치남임을 전제로 해야합니다.
이슬람에 관해서도 테러리스트나 무슬림 일반이나 이슬람이라는 종교를 택한 순간 한배를 탄겁니다.
'무슬림 테러리스트도 무슬림이잖아요', '테러의 순간 알라를 외쳤죠' 같은 논리입니다.
테러는 테러리스트가 저질렀지만 비난은 '범이슬람적'으로 받는게 논리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