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종의 사회적인 정신병증이라고까지 누가 그러던데....


 이번 사건에 왜 그렇게 많은 젊은 여성들이 충격을 받고 분노를 하는지 부터 공감이 안되니

 헛소리가 난무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한가지 오래된 일화 하나


 제 측근이 대학생이던 시절 서울로 올라와 4년간 내내 학교 인근 주택가에서 자취를 했었는데 

 늘 가방 안에 볼펜을 들고 다닌다고 하더군요. 아니 학생이 가방 안에 볼펜을 들고 다니는게 뭐?

 필기구가 아닌 호신용으로 갖고 다닌다는 소리였어요. 

 그래서 집으로 걸어가는 골목에 들어서면 가방 안에 손을 넣고 볼펜을 꼭 쥔 채 집까지 걸어갔다는거죠.

 

 제가 남성으로서 여성의 삶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그 무엇을 망치로 두들겨 맞듯이 알게되었던 첫 계기였죠.

 아....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일상적이며 구체적인 공포와 항상 마주하고 있다는 거였구나

 그리고 참으로 지랄맞은 것은 그 폭력의 주체(가해자)가 그 폭력이 발생하기 직전까지 예상할 수 있는 변별성은 '남성'이라는 단서 하나 뿐이라는 것두요.


 

 그런데 이번 사건이 발생한 장소는 한적한 주택가 골목도 아니고 서울 한복판의 번화가였어요.


 1. 수 많은 여성들이 그 곳을 지나치게 되는 그런 장소였다는게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짐을 지고 살아가는 공포를 더 크게 자극하기 충분한 것이었고

    (누구나 여성이었면 사냥감이 될 수도 있었다니 얼마나 끔찍합니까)

 2. 한편 서울에서도 유동인구가 엄청난 강남역 지역이었다는 것이 자연스럽고 빠르게  수 많은 사람들의 추모의사가 행동으로 보여지게 되는 배경이었기도 합니다.


 어찌보면 이미 이런 유사한 살인사건 상해사건이 비일비재한데 유독 이번 사건의 파장이 커진건

 장소가 주는 특성과 살인용의자의 발언이 공개된 것이 큰 이유일 것입니다.


 하지만 앞에 언급한 여성 일반이 느끼고 있던 어떤 문제들 공포...이런게 존재하지 않았다면  장소가 어디건 살인용의자가 무슨 말을 했건

 지금처럼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을거에요.


 그래서 결국은 문제는 나타난 현상을 받치고 있는 여성들이 느끼고 있는 아니 실체적으로 분명히 당하고 있는 이 사회의 폭력성이라는 겁니다.

 물론 여성들도 연령에 따라 자라온 환경이나 경험에 따라 개개인마다 차이는 있을거에요. 


 그러나 서두에 언급한 측근의 '호신용 볼펜'처럼 당하고 난 뒤에 갖게 되는 공포가 아니라 언제든지 당할 수도 있다는 공포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 이번 사건이 딱히 여혐현상의 발현이라고 정의 내리기는 어렵다고 보지만 여혐현상과 연관지어 프로파간다는 만들어내는 여성분들을 비난하기 보다는

 이해하고 싶고 차라리 그 분들이 어설픈 변명을 하는 사람들보다는 사회적으로 유익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치안행정적 대처방안은 별도로 전문가들이 나서서 강구를 해야겠지만

 

 전 그 살인용의자가 내 뱉은 발언에 대해선 많은 사람들이 곱씹어 볼만한 것이 있다고 생각해요.


 "여자들이 나를 무시해서....죽였다"


 이 말에는 다른것들은 몰라도 여자들이 자기를 무시하는건 참을 수 없었다. 죽여야할 만큼 싫었다는것이고

 여자들은 자기를 무시할 건덕지도 없는 것들이라는 인식이 전제되어 있다고 봅니다.


 여혐? 어렵지 않아요. 이런게 바로 여혐입니다.


 니들이 뭔데 나를 무시해?  그 니들이 여성이었다는거죠.

 

 그리고 도대체 여성들이 자신을 무시했다고 느꼈던 동기나 구체적인 사례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세상의 모든 여자들이 자신을 조롱하고 업신여겼을까요?

 아마도 그런 일은 없었을겁니다.

 

 별것도 아닌 것들이 자기 맘대로 자기 좋은대로 자신을 대하지 않은것을 무시라고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인식은 사실 사이코패스들만 하는게 아닙니다.

 남성 패거리들의 일반적인 하위문화에서 종종 보아오던 낯 익은 것들입니다.  딱히 한국에만 국한된 현상도 아니구요.

 


 남성인 제가 강남역 사건에서 피해자에게 미안한 감정을 느끼며

 한편 이 사건을 계기로 다소 과격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동의는 못해도 이해는 할 수 있는 것은 

 이런 상황에 대한 일종의 공감입니다.


 그리고 제가 이런 공감을 갖게 되는건 어찌보면 오래전 측근의 '호신용 볼펜'에 관한 일화가 계기가 되어 

 제가 노력하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많은 것들에 관심을 갖고 주의를 두게 되며 현재에 이른거 같고

 그래서 그 측근에게 무척 감사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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