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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사라 워터스의 원작 소설 [핑거스미스]를 읽어본 적이 없는 저에게도 [아가씨]는 여기저기서 결점들이 보이는 영화였습니다. 분위기와 캐릭터에 공을 들인 다음 이를 재조립하고 전환하는 과정은 흥미진진했고 간간히 관객들과 함께 낄낄거렸는데, 후반에 가서 영화는 중심을 잃어가면서 덜컹거리고 엇갈리는 인상을 주지요. 하여튼 간에 [아가씨]는 박찬욱 작품에서 기대할 만큼의 재미를 선사하는 가운데, 김태리와 김민희는 올해의 한국영화 커플로 기억될 자격이 충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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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하고인] 

 지아 장커의 [산하고인]은 삼각관계에 놓인 세 젊은 주인공들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1999년, 리앙즈과 진셩 이 두 청년들은 자신들과 자주 어울려 지내온 여주인공 타오에 대한 상당한 감정이 있어왔습니다. 이미 상당히 부유한 가운데 앞으로도 돈을 더 많이 벌 것 같은 진셩이 가난한 동네 광부인 리앙즈에게 타오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은 후 당연히 이 셋 간의 관계는 틀어지고, 타오는 이들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결국 진셩과 결혼하게 됩니다. 초반부인 1999년에 이어서 영화는 중반부인 2014년으로 훌쩍 넘어가서 이제는 더 이상 젊지 않은 그들을 씁쓸하게 둘러다보고, 그런 다음 후반부에 가서 타오의 아들을 통해 2025년 오스트레일리아로 배경을 옮기는데 이 시점부터 영화는 평탄해진 캐릭터와 이야기 탓에 상대적으로 많이 심심해집니다. 의도한 만큼이나 성공한 건 아니지만, 다행히 후반부의 결점들은 다른 부분들의 장점들에 의해 보완되는 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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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레셔널 맨]

 본 영화를 보는 동안 우디 앨런의 전작들인 [범죄와 비행]과 [매치 포인트]가 자동적으로 떠오르지 않을 수 없는데, 유감스럽게도 [이레셔널 맨]는 이 둘에 비하면 한참 떨어지는 범작입니다. [범죄와 비행]에 비하면 한없이 얄팍한가 하면, [매치 포인트]에 비하면 한없이 무딘 편이고, 그러니 결과물은 어정쩡하기 그지없습니다. 이에 못지않게 맹맹했던 [카산드라 드림] 이후로 가장 재미없는 우디 앨런 영화인데, 어쨌든 간에 영화는 우디 앨런이 바닥을 쳐도 실망스러울 따름이지 그리 끔찍하지 않다는 걸 확인해주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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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윈으로 가는 택시] 

 호주 영화 [다윈으로 가는 택시]는 실화에 영감을 받은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1995년 호주 북부 지역에서 안락사 법안이 통과되자, 시한부 선고를 받은 한 노년 택시기사가 안락사 허가를 받기 위해 자신의 택시를 직접 몰고 그 지역 수도인 다윈 시까지 갔다고 하지요 (참고로 이 법안은 논란 끝에 2년 후 무효화되었습니다). 영화는 전형적인 로드 무비의 형식을 취하면서 시한부 노년 주인공을 따라가는 동안 이야기에 지역적 개성들을 틈틈이 버무려 넣는데, 후반부에 가서 이야기의 심각한 주제 앞에서 주춤거리다가 결국 감상적으로 옆길로 새는 게 전 별로 마음에 안 들었지만, 주연 배우인 마이클 카턴의 성실한 연기 덕분에 상영 시간은 잘 흘러갑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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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l the Way]

 우리에겐 주로 [오스틴 파워스]와 [미트 페어런츠] 등의 코미디 영화들로 알려진 제이 로치는 최근 들어 [리카운트]나 [게임 체인지]와 같은 HBO TV 영화들이나 얼마 전 국내 개봉된 [트럼보]을 통해 더 진지한 영역으로 들어왔었는데, 그의 또 다른 HBO TV 영화 [All the Way]도 그런 경향이 뚜렷한 작품입니다. 2014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되어 토니 작품상을 받기도 한 동명희곡을 원작으로 한 본 영화는 1963년 11월 22일 케네디 암살 직후 바로 대통령직을 승계한 린든 B. 존슨의 백악관에서의 첫 1년을 다루고 있는데, 보다 보면 스티븐 스필버그의 [링컨]과 에바 두버네이의 [셀마]가 절로 생각납니다. 미국 의회에서 민권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갖은 수단들을 동원하면서 여러 정치 집단들을 능란하게 조율하고 조정하는 존슨을 보다보면 전자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고, 존슨과 마틴 루터 킹 주니어 간의 끊임없는 정치적 줄다리기는 자동적으로 후자와 연결되지요. 간간히 무대 연극 티가 나는 가운데 후반부에서 존슨의 재선 과정을 그리 깊게 다루지 못한 게 좀 아쉽지만, 브로드웨이 초연으로 토니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브라이언 크랜스턴의 연기는 정말 근사하기 그지없는 볼거리입니다. [트럼보]에서도 좋았지만 여기선 훨씬 더 입체적이고 개성 철철 넘치는 압도적인 연기를 선사하니, 본 작품이 TV 영화인 게 좀 아쉬울 지경입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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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컨저링 2] 

  전편만큼 꽤 볼만한 기성품 종합 세트 호러 영화이지만, 슬슬 반복 티가 나기 시작하는 가운데 상영 시간이 너무 좀 길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패트릭 윌슨과 베라 파미와 같은 좋은 주연 배우들에 의해 잘 지탱되는 가운데 주인공들인 로레인과 에드 워렌 부부가 관련된 초자연적 ‘실화’들이 여러 개 또 있으니 앞으로 속편 한 두 개쯤 만들어도 괜찮겠지만요.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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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글북]

  이미 1967년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가 있는데 굳이 실사 영화 버전으로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정글북]은 의외로 많은 재미들을 선사해주는 가족 영화입니다. 기본 줄거리는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이야기와 캐릭터에 나름대로의 작은 개성적 변주들을 시도하고 있고, 영화 속 특수효과는 내년에 오스카 후보에 오르지 않으면 정말 이상할 것입니다. 감독 존 파브로는 [아이언 맨]의 성공 이후로 좀 부진했었는데, 본 영화에서의 성취도를 고려하면 전작 [아메리칸 셰프]에서 정말 유익한 휴가를 보낸 것 같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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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은 없다]

  이 엄청 튀는 스릴러 영화는 감독 이경미의 전작 [미쓰 홍당무]만큼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손예진이 이만큼이나 잘 활용되고 능력 발휘한 적이 있었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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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투 비 블루]


 모 블로거 리뷰 인용

 “As a music drama loosely inspired by Chet Baker’s life, “Born to be Blue” tries a little different thing. While mainly focusing on a melancholic late period of this legendary American jazz musician’s life, it freely mixes reality and fiction via its unconventional storytelling approach akin to jazz improvisation, and it is interesting to see how this unconventional approach works with its bluesy mood, sound, and texture. Although it eventually feels conventional as arriving at its predestined finale, it still looks and sounds good, and it is also supported by two solid performances worthwhile to watc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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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소박하지만 가슴 뭉클하기 그지없는 이 근사한 성장영화 속 아역 배우들 연기에 감탄하는 동안 문득 몇 년 전 로저 이버트 옹이 한 말이 떠올랐습니다. “Maybe we are all born as great actors, but after a certain age, most of us morph into bad ones.”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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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러제트] 

  [대니쉬 걸]의 경우처럼, [서프러제트]는 소재를 고려하면 무척 적절한 시기에 나왔지만 정작 결과물은 비교적 평범한 인상을 남깁니다. 캐리 멀리건, 헬레나 본햄 카터, 앤-마리 더프, 메릴 스트립, 로몰라 가레이, 벤 위쇼, 그리고 브렌단 글리슨이야 든든하지만, 영화 속 픽션은 반영하려는 실화를 바라다보기만 하지 깊게 파고들지 않았다는 인상만 남깁니다. 추천은 할 수 없지만, 영화 밖에서 벌어진 최근 국내 사건을 고려하면 적어도 한번쯤은 봐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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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스페셜]

  제프 니콜스의 신작 [미드나잇 스페셜]은 [미지와의 조우], [스타맨], 그리고 [X-파일] 등이 자동적으로 연상되는 SF 스릴러 영화입니다. 로이와 그의 아들 앨튼은 텍사스 주 한 동네의 종교 집단에서 도망쳐 나온 후 로이의 옛 친구 루카스와 함께 주 경찰의 추적을 피해 다니고 있는데, 여기에 정부 기관이 개입하면서 상황은 더욱 더 심각해집니다. 앨튼의 초능력 때문에 그 종교 집단뿐만 아니라 정부 기관 사람들도 앨튼에게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는데, 로이는 이들로부터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그를 어떤 장소로 데려갈 계획이 있지요. 별 다른 설명 없이 바로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이미 [테이크 쉘터]와 [머드]로 상당한 내공을 보여준 니콜스는 흡인력 있는 시각적 순간들로 관객들 시선을 잡아가면서 이야기와 캐릭터를 간결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니콜스의 단골 배우 마이클 섀넌을 비롯한 출연 배우들의 호연도 한몫 합니다. 유감스럽게도 국내에서는 다음 달 DVD/블루레이로 직행될 예정이지만, 올해의 수작들 중 하나이니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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