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게임이 아니라 '이상한' 게임.

추천이 아니라 '소개' 라는 걸 꼭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하하.

덧붙여서 셋 다 게임 '실력'이라는 거랑은 아무 관계 없이 키보드와 마우스만 다룰 줄 알면 누구나 짧은 시간 안에 엔딩을 볼 수 있는 게임들이라는 것도.


근데 사실 이미 다 유명한 게임들이에요.

소개를 빙자한 잡담글입니다. ㅋ



1. Gone home - 스팀 세일가 4200원



엄마, 아빠, 딸 둘.

이렇게 오붓하게 살던 가정'집'이 시작부터 끝까지 배경입니다.

비바람 몰아치는 어느 밤, 큰 딸이 여행(이었나 유학이었나;)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집이 텅 비어 있습니다.

그리하야 그 텅 빈 집에서 당최 이 인간들이 다 어딜 갔는가. 특히 동생 녀석은 어째서 집을 나가 버린 것인가... 의 실마리를 찾는 게임입니다.


특이한 점이라면 뭐.

시작부터 끝까지 아무런 사건도 벌어지지 않는다는 점이겠죠.

걍 온 집안을 샅샅이 뒤지며 여기 들춰보고 저기 들춰보며 가족들이 남겨 놓은 흔적들을 통해 이 상황의 진실을 알게 되는 것. 그게 전부입니다.

그리하야 굉장히 지루해 보이겠지만 그게 또 그렇지는 않습니다.

일단 모르는 남의 집과 사생활을 뒤져보는 재미가 


일단 배경이 1995년이고 당시 미쿡의 유행 대중 문화가 요소요소에 잘 녹아 있습니다. 그래서 그 당시 유행 아이템 좋아하는 분들에게 소소한 재미를 주고요.

알고 보면 결국 별 거 없는(...) 가족들의 개인사가 나름 세련된 방식으로 제시됩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와 어머니의 경우엔 둘이 소원해진 이유를 알아내는 게 가장 큰 목적이지만 그것 말고도 자잘한 디테일들이 무심한 듯 시크하게 숨어 있어서 그걸 스스로 찾아내고 해석해서 또 다른 의미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어요. 예를 들면 아버지의 책장에서 다른 책들과 동떨어진 유치찬란한 표지의 '10대들의 최신 유행' 같은 책을 발견하고 플레이어가 스스로 (캐릭터는 말이 없습니다) '아. 여러모로 좀 모자란 양반이긴 해도 자식들 이해해 보려고 나름 애는 썼구나. 그런데 이렇게 유치한 방법이라니 애잔...' 같은 생각을 해 볼 수 있다는 식이죠.

이런 식의 별 의미 없지만 의미를 부여해보면 재밌을 디테일들이 요소요소에 뿌려져 있어서 플레이어에게 스스로 이야기를 구성해나가는 재미를 줍니다.

...아주 많이는 아니구요.

조금 있습니다. 그런 게. ㅋㅋㅋㅋ 너무 극찬이 되어 버리면 안 되기 때문에 적당선에서 끊었습니다. 전 그렇게 높이 평가하지 않거든요. ㅋ


반면에 메인 스토리인 동생의 이야기는... 뭐랄까요.

나름 주목받을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는 스토리이긴 한데 그게 제시되는 방법은 아주 평범합니다.

옛날 일기장이나 편지 같은 걸 하나하나 찾아가며 읽다 보면 마무리되죠. 심지어 엔딩도 일기장 찾기로.


음...

사실 개인적으로 남에게 딱히 추천해주고 싶은 게임까진 아닙니다.

재미가 없진 않긴 한데 세간의 극찬만큼 대단한 게임은 또 아닌 것 같구요.

아마도 소재(스포일러가 될 테니 설명은 생략합니다)의 특수성(?) 때문에 사람들 입에 회자되며 더 격한 찬사를 받게된 경우가 아닌가 싶습니다.


플레잉타임이 고작해야 2시간이라 구입해서 좀 놀다가 벙찌게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지금 이 정도 가격이면 뭐 나쁘지 않겠습니다. 해보고 재미 없어도 iptv로 요즘 영화 vod 하나 봤는데 재미 없었던 셈 치면... (쿨럭;)



2. That Dragon, Cancer - 스팀 세일가 9600원



사연이 워낙 드라마틱하여 전부터 유명세가 있던 게임이지만 특히 한국에선 얼마 전 서프라이즈(...)에서 소개되며 더 유명해진 게임이죠.

간단히 말해 실화입니다.

게임 제작을 업으로 삼고 아들 셋을 키우던 아저씨가 셋째의 암 발병, 악화, 떠나보냄을 겪으며 느꼈던 슬픔과 고통, 고민과 갈등을 게임으로 만들었습니다.

실제 본인 및 가족들이 모두 실명으로 목소리 출연하구요. 심지어 게임 속에 나오는 아들의 목소리도 모두 생전에 녹음한 것이라고 합니다.


근데 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건 뭐 거의 게임이 아닌 수준입니다.

위의 '곤 홈'도 비슷했지만 그래도 그건 정해진 '스테이지'가 있고 정해진 '행동'이 있고 스토리도 시작과 끝이 있고 뭐 그랬거든요.

그런데 이 게임은 그냥 수필 내지는 일기에 가깝습니다.

아들과 이러고 놀았던 기억, 저러고 놀았던 기억, 같이 병원에 가서 상담 받던 기억, 아들이 밤에 잠을 못 이루고 고통스러워할 때 곁에서 함께 절규하던 기억.

이런 것들이 그냥 툭툭 주어지고 플레이어는 그 속에서 아주 짧은 거리를 이동하고 클릭하고 그 반응을 보고. 그게 전부입니다.

말하자면 게임이라기보단 예전에 뭔가 대단한 것이 될 것처럼 기대 받다 사라져 버린 '인터랙티브 무비'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죠.

'곤 홈'도 "이게 게임이냐?"는 논쟁에 휘말렸었다는데 이 게임에 비하면 그건 정말 양반입니다. ㅋㅋ


역시 플레잉 타임은 두 시간 밖에 안 되구요. (근데 더 길었음 못 했을 겁니다. 여러가지 이유로;)

위에도 적었듯이 재미있는 '게임'을 기대하시면 9600원조차도 아까워 눈물을 흘리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화를 바탕으로한 슬프거나 감동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다른 의미로 눈물을 흘리게 되실 수도.


사실 좀 뭐랄까. 퀄리티가 균일하게 유지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 그렇게 잘 만든 물건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주 와닿고 감동적인 장면도 있고 그냥 그런 장면도 있고 이건 좀... 이라는 생각이 들며 지루한 장면도 있고 그렇습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그러한데.


어쨌든 제작자 본인의 일기와 같은 작품이니 와 닿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애 둘을 키우는 아빠로서 이 게임이 다루는 이야기를 시큰둥하게 넘겨버릴 순 없었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엔드 크레딧에 흘러 지나가는 생전 조엘의 사진들을 봐 버렸으니 차마 이 게임에 험한 말을 하긴 어렵습니다(...)


키우는 어린 자식이 진지하고도 심각하게 너무 미워 보여서 고민인 분들이라면 한 번 구입해서 플레이 해보셔도... (쿨럭;)

 



3. The Stanley Parable - 현재 스팀 세일가 3200원



이 게임을 남에게 소개할 때 가장 난감한 점은 게임에 대해 설명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게임의 룰과 스토리에 대해 아주 간단히만 설명하려고 해도 그게 다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되어 버리거든요.

관심 있으시면 걍 이 링크로 가셔서


http://store.steampowered.com/app/221910/


화면 오른쪽에 보이는 '체험판 내려받기'를 통해 무료 데모를 플레이해보세요.


개인적으론 여기 적은 세 가지 게임들 중 유일하게 남에게 '추천'을 하고 싶은 물건인데,

이걸 설명을 할 수 없으니 참으로 답답하네요. ㅋㅋㅋ


힌트 아닌 힌트를 드리자면 '포탈' 시리즈의 글래도스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아마 이 게임도 좋아하게 되실 겁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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