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존 오리지널 작품입니다. 별다른 스포일러는 없구요.





- 대략 20여년 전부터 미국에서 불쑥불쑥 초능력 아가들이 태어나기 시작했다는 설정을 깔고 갸들이 대략 성인이 된 현재의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입니다. 슈퍼히어로를 통해 돈을 벌기로 작정한 '보우트'라는 기업이 등장해서 초능력자들을 엄선해 지자체와 연계된 치안 활동을 시킴은 물론 이들의 인기를 활용해서 돈을 긁어 모은다는 거죠. 그리고 이 중에서 최고의 능력자 일곱을 선발해 '세븐'이라는 이름을 붙여 무슨 아이돌 그룹처럼 굴리고 뭐 그러는데. 당연히도 이 기업은 물론 히어로들도 겉보기와 다르게 매우매우 구린 구석이 있겠죠.

그 와중에 한 히어로의 뻘짓으로 여자 친구를 잃고도 제대로 사과도 못 받아서 빡친 주인공1에게 역시 히어로들에게 깊은 원한을 품은 듯한 수상한 남자가 접근해서 '니가 원하는 걸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마'... 라며 수상하고 위험한 제안을 막 하는데 당연히 일이 순조롭게 풀릴 리는 없겠구요.

같은 시기에 오하이오 시골 마을에서 자란 독실한 기독교 소녀 하나가 순진한 꿈과 희망을 가득 품고 '세븐'으로 선발됐다가 그 바닥의 실제 모습을 깨닫고 낙담하던 중 어쩌다 주인공1과 엮이게 됩니다...



뭐 이런 이야기에요.





- 솔직히 좀 식상한 느낌. 이 드라마를 칭찬하는 사람들 주장처럼 이 내용이 딱히 신선하단 생각은 안 들었습니다.

알고보면 한심한, 힘만 센 막장 양아치 패거리인 수퍼 히어로들이 보통 사람들의 피와 살점을 흩날리며 지구에 민폐 끼치는 이야기라면 이미 '왓치맨'에서 영화판 기준으로도 벌써 10년 전에 본 거구요. 슈퍼파워 없는 현실의 평범한 사람들이 공포감에 사로잡힌채로 부들부들 떨며 히어로 흉내를 내게 되는 이야기는 (사실 디테일은 많이 다르지만) '킥애스'에서 비슷한 구경을 이미 했었구요. 히어로물과 코믹북 세상에 관심과 애정이 있는 분들이라면 분명히 더 적절한 예시들을 여럿 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뭐 비슷한 이야기의 반복이라는 건 엄연히 소속 장르가 있는 드라마에서 당연히 문제가 아닙니다만. 이런 '전복적인 발상!!'류의 이야기는 아무래도 특별한 아이디어 첨가 없이 반복될 경우 신선도가 많이 떨어지는 느낌이 드는 법이죠.

뭐 이 드라마도 나름 히어로들 배후의 사악한 대기업을 진짜 보스로 설정하면서 차별점을 만들어 내긴 하는데, 그게 특별히 신선한 것 같지는...



게다가 그 대기업이 좀 문제에요. 이게 슈퍼히어로 세상이라는 것, 그리고 후반에 반전을 통해 나름 설명되는 부분이 있다는 걸 감안해도 이 드라마 속 세상에서 그 대기업이 음모를 수행하는 모습은 그다지 말이 되질 않습니다. 스포일러라서 여기에다 적을 순 없지만... 좀 심해요.

사실 세계관 자체가 괴상하기도 하구요. 뭐 간단한 예로 이 세상의 히어로들은 복면도 안 쓰고 맨 얼굴 다 까고 활동하거든요. 수퍼 물건들 절반에 본인들 얼굴을 도배할 정도로 유명, 인기인들인데 정말 그냥 막 살아요. 한국 인기 아이돌 그룹 멤버가 여기 나오는 히어로들처럼 행동한다고 해 보세요. 24시간도 되기 전에 다 소문나서 이미지는 땅바닥에 처박히고 눈물의 사죄 영상 올리다가 탈퇴당하고 그룹 해체되고 회사 주가는 폭락해서...





- 그런데 또 그럭저럭 재밌게 봤습니다. ㅋㅋㅋ

위에서 말한 부분들, 신선함이 부족하고 개연성 측면에서 보통 히어로물들 보다도 좀 더 모자라다는 걸 접고 그냥 이야기의 내용만 보면 스토리 전개는 나름 괜찮습니다. 주인공1의 처절한 복수심과 주인공2가 겪는 심적 갈등이 꽤 설득력이 있어서 일단 관심을 갖고 보게 되구요. 주인공1의 동료들이나 주인공2의 직장 동료들도 각각 개성있게 캐릭터가 잘 잡혀 있는 데다가 캐스팅도 좋고 연기도 대부분 괜찮아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요.

뭣보다도 첫 회를 딱 보고 나면 과도하게 뼈와 살이 난무하는 위악적인 코미디를 예상하게 되는데, 예상 외로 그런 장면의 비중은 꽤 작고 주인공들의 소소하고 개인적인 드라마들이 생각보다 진지하고 비중도 커요. 그래서 그냥 하이고 저 가련한 청춘들 어쩌냐... 하고 보다보니 8화 끝. 시즌 종료. 그랬네요.





- 배우들이 꽤 맘에 듭니다. 주인공1 역할을 맡은 데니스 퀘이드&멕 라이언 아들 잭 퀘이드는 허술헐랭하면서도 귀여운 동네 청년 이미지가 너무 잘 맞구요. 주인공2와 그림도 잘 맞고 호흡도 잘 맞는 느낌이라 둘이 앉아서 주절주절 수다를 떨고 있으면 괜히 흐뭇한 기분이(...) 정의 사회 구현을 떠들면서 실은 그냥 지 한 풀고 싶어서 주변 사람들 다 불구덩이로 집어 던지는 동료 아저씨는 뭔가 순한 맛 베네치오 델 토로 같으면서 되게 미국 카툰스러운 얼굴이라 클로즈업 될 때마다 이유 없이 감탄했구요. 극중 최강 히어로 홈랜드 역할 배우는... 마이클 파스벤더 가족인 줄 알았네요. 왜 이렇게 닮았는지. ㅋㅋㅋ 근데 자칫 되게 지루해질 수 있는 캐릭터를 잘 살리는 것 같았어요. 별 거 안 하는데 위협적인 느낌? 오랜만에 보는 엘리자베스 슈의 '성실하고 유능한 회사원 빌런' 연기도 좋았고. 사이먼 페그와 앤 쿠삭도 비중은 크지 않았지만 그래도 중요한 역할들로 나와서 든든한 느낌 주고요. 갑작스런 할리 조엘 오스먼트는... 뭐 그냥 반가웠습니다. ㅋㅋ





- 그리고 때깔이 상당히 좋습니다. 이런 자체 제작 시리즈들 중 SF나 액션 장르는 대부분 돈에 쪼들려가며 찍은 티가 확연히 나게 마련인데 이건 액션씬이나 cg, 그리고 기본적인 화면 때깔에서 돈 없는 티가 전혀 안 나더라구요. 이것도 장점이라면 분명한 장점이겠죠.





- 폭력 수위는 상당히 높지만 그런 장면이 그렇게 자주 나오진 않아요. 섹스 묘사도 그냥 상상에 맡기거나 살짝만 보여주는 편이지만 남자 누드는 자주 나옵니다(...) 폭력적인 거 못 보시는 분들은 참고하시구요.





- 이것도 요즘 미국 드라마&영화 트렌드라면 트렌드 같은데. 여자 캐릭터들은 거의 착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납득할만한 부분이라도 있는 반면에 남자 캐릭터들은 몇몇 소수의 선역을 빼면 자비심 없이 찌질하고 변태스럽고 못 나고 그렇습니다. 이 드라마 보고 'pc함에 정복된 넷플릭스보다 낫다!'는 사람도 있던데. 글쎄요... ㅋㅋ 그래도 고작 여덟편짜리 드라마 치곤 '주요 등장 인물'이 꽤 많은 편이라 괜찮은 남자 캐릭터도 적지는 않아요.





- 왓치맨도 그랬듯이 대체로 좀 대체 역사물 같은 느낌이 듭니다. 엄밀히 말하면 거의 모든 현대 배경 히어로물들이 그렇지만 이렇게 안티 히어로 쪽으로 방향을 잡는 작품들이 그런 느낌이 더 강한 것 같아요. 아무래도 보통의 히어로물은 '아무리 쫄쫄이 히어로가 하늘을 날아도 이건 너희가 사는 세계다!' 라는 걸 강조하는 반면에 이런 안티 히어로물들은 '양아치 히어로들이 세상에 넘쳐나면 니네 사는 세상이 이렇게 변할 거란다'는 걸 표현하는데 주력하기 때문... 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





- 적어도 마블, DC라는 회사들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라는 건 확실해 보입니다. 사람들이 그렇게 히어로에 대해 수다를 떨어대는데도 양쪽 출판사 히어로들 이름이 한 번도 안 나오더라구요. 마블과 DC가 있다면 아마 줄소송을 당했겠죠. 특히 '홈랜더'라는 슈퍼맨 카피 히어로는 그냥 딱 봐도 슈퍼맨 복장에다가 캡틴 아메리카 스킨을 입힌 차림새라. ㅋㅋ



- 요즘 다들 그렇듯이 원작이 있는 작품이구요. 호기심에 원작을 좀 찾아봤는데 dc도 마블도 아니고 dc와 마블에 한 맺힌(?) 듯한 작가가 극단적으로 찌질한 히어로들 등장시켜서 조롱하는 컨셉의 만화더군요. 중요한 장면 몇 부분을 아마추어 번역으로 봤는데... 제가 이걸 처음 볼 때 우려했던 게 다 들어있더라구요. 위악&과도한 폭력으로 도배된... 뭐 나름 다른 주제 의식이 있어서 그런 거겠지만 어쨌든 제게는 좀 순화되고 인간적인 느낌의 드라마판이 더 취향에 맞는 것 같습니다.


- 마지막으로 한 가지 아쉬운 거. 클리프행어로 끝납니다. 시즌 내내 끌어온 가장 중요한 사건들이 다 반전을 통한 전기를 맞으면서 시즌이 끝나 버려요. 뭐 지금 이미 시즌2 촬영 중이라니 오래 걸리진 않겠지만 이런 마무리는 역시 좀... 내용을 보면 최소 세 시즌 이상은 나와야 정리가 되든 말든 하겠더만요. 에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22570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30799
99830 제이슨 라이트먼 감독. [3] 사이드웨이 2017.06.08 1014
99829 [EBS1 영화] 도쿄 타워 [10] underground 2019.06.14 1014
99828 팟캐 <전진희의 음악일기> 아시는 분 계세요? [3] toast 2019.02.19 1014
99827 클-라식 계의 록 스타들 [4] 흙파먹어요 2019.02.16 1014
99826 추석의 풍경 [10] Sonny 2019.09.15 1014
99825 [듀나인] 트위터 일시정지 [7] 날다람쥐 2019.09.20 1014
99824 누구나 ‘소울 푸드’ 하나씩은 있죠 [12] ssoboo 2020.01.14 1014
99823 [넷플릭스바낭] 데이빗 린치의 신작(?) '잭은 무슨 짓을 했는가'를 봤습니다 [12] 로이배티 2020.02.24 1014
99822 하하 이렇게 친절할 수가 [17] 어디로갈까 2022.09.06 1014
99821 트위터에 마음이 아픈 사람들 증말 많네요; [9] forritz 2021.03.22 1014
99820 ‘김치전쟁?’의 여파가 저한테까지 미치네요 [3] soboo 2021.03.27 1014
99819 어떤 분이 혼자살땐 그릇위에 비닐 씌워서 드신다고 [19] 추억으로 2022.01.23 1014
99818 학교다니던 시절의 얘기들 [1] 메피스토 2010.11.01 1015
99817 (링크) David Cameron과 The Smiths [1] 자본주의의돼지 2011.02.21 1015
99816 가을은 간이역 가끔영화 2011.09.24 1015
99815 [등업기념] William Henry Gates III cannot be the beast! [2] 행인3 2011.06.30 1015
99814 [듀9]갑자기 생긴 휴가: 조용한 곳(국내) 추천 부탁드려요 [3] 두리번 2011.08.01 1015
99813 설리번 프로덕션의 빨간머리 앤 시리즈 HD로 복원됐다네요 [1] dhdh 2012.02.08 1015
99812 이거 무슨 영화일까요 [5] 가끔영화 2011.09.06 1015
99811 영화 콜롬비아나에 적용된 이미지 검색 기술수준 무비스타 2011.10.08 101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