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19 06:28
레이먼킴이 엘르 코리아 기사에서 "나의 소울푸드는 '김치국밥'이다"라고 한 것을 보고 갑자기 아는척이 하고 싶어져서 써봅니다.
요즘 여기저기서 영혼을 달래주는 음식이라는 의미로 '소울 푸드'라는 표현을 쓰는 걸 보게 되는 일이 많은데요,
사실 미국에서 소울 푸드라는 표현은 좀 다른 쓰임새로 사용되거든요. 흑인 음식, 또는 (흑인들이 많은) 미국 남부 음식이라는 뜻으로요.
소울 뮤직이 영혼을 위로하는 음악이 아니라 흑인 음악을 지칭하는 것처럼 말이죠.
위키피디아를 보면 소울 푸드라는 표현의 유래가 60년대 중반에 전반적인 미국 흑인 문화를 soul이라고 묘사하는 경향에서 비롯된 것 같다고 하네요.
참고로, 프라이드 치킨, 그릿, 허시퍼피, 고구마파이 같은 음식들이 대표적인 소울 푸드입니다.
이런 음식들이 대개 기름지고 짜고 당이 듬뿍 들어간 고열량 식품인 경우가 많아서, 고혈압, 당뇨, 뇌졸중 같은 질병이 (미국) 흑인들 사이에서 비정상적으로 발병률이 높은 원인으로 지목받기도 합니다.
'영혼을 달래주는 음식'이라는 뜻에 가장 가까운 영어 표현은 아마도 'comfort food'가 아닐까 싶은데요, 만들기 쉽고, 고향/가족/친구가 생각나게 하는 기분좋은 전통 음식 정도로 쓰이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나의 소울푸드는 김치국밥이다"는 마치 "나의 이태리 음식은 설렁탕이다"처럼 거의 형용모순에 가까운 표현이라는 이야기가 하고 싶었습니다.
2015.06.19 07:53
2015.06.19 08:14
네, 'soul food'라는 표현 자체는 온전한 영어 표현이니까 영어로 말할 때 다른 뜻으로 알고 쓰면 미국 사람이 듣기에는 헷갈릴 수도 있을 거에요. 그런데 사실 난감한건 '컴포트 푸드'로 바로잡기는 어려울 것 같고 '영혼을 달래주는 음식'은 너무 길고.. 그리고 심지어 원래 의미가 따로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소울 푸드'라는 표현이 (아마도 저를 비롯한 한국어 사용자들의 언어 감성에) 너무 착 감기는 표현이라.. 왠지 몇년 지나면 저 스스로도 별 불만없이 사용하는 콩글리쉬로 자리잡아 있을 것 같네요.
2015.06.19 08:08
2015.06.19 08:12
저도 그 사건 이후로 좋게 안 보이더군요.
근데 본문 중 뇌졸증(X) 뇌졸중(O)
2015.06.19 08:14
아하 감사합니다.
2015.06.19 08:21
2015.06.19 08:40
2015.06.19 08:43
네, 이미 인터넷에서 꽤 자주 보이고, 결국 그렇게 될 것 같아요..
2015.06.19 08:45
음 그런가요.. 소울푸드 라는 말 자체가 왠지 좋아서 나도 한번쯤 써볼까 생각했었는데요. 그리고.. 지금 배가 고픈 상태라서 이태리 음식이랑 설렁탕이 너무 먹고싶어졌어요....
2015.06.19 08:52
맞아요, 착착 감기는 표현이에요.. 뭐 아는척과 곁들여서 써 보시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배가 고프네요ㅜㅜ
2015.06.19 09:20
설렁탕은 줘도 먹지를 못하는 클리셰가 있지요
오라질!!
2015.06.19 09:34
으음.. 죄송한데 이해가 안가요... 설명을 부탁드리면 이인님 유머에 대한 지나친 결례이려나요ㅜㅜ
2015.06.19 09:36
아마 <운수 좋은 날> 말씀이신듯?
2015.06.19 10:14
어쩐지 운수가 좋더라니요 . . .
2015.06.19 10:24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 같은 그런 건가염?
2015.06.19 10:32
뭐, 비슷하네요~ '~'
2015.06.19 11:36
2015.06.19 09:35
그런 단어 최근에 하나 더 발견했어요. 마스킹 테이프. 옛날에 마스킹 테이프는 페인트 같은 거 칠할 때 묻지 않아야 할 면을 가리는 데 편하게 찢어 쓸 수 있는, 뗄 때 자국이 남지 않도록 점착력이 약한 미황색의 종이테이프를 일컫는 단어였죠. 이 마스킹 테이프 업계의 강자였던 일본 mt(네, 사명 자체가 마스킹 테이프예요)사가 10년쯤 전에 컬러 마스킹 테이프를, 연이어 알록달록 패턴이 들어간 것들을 개발하면서 이제 마스킹 테이프는 더이상 마스킹용으로만 쓰이지 않습니다. 적어도 한국과 일본의 젊은 층은 마스킹 테이프란 단어를 장식용 테이프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이미 '마테'라는 줄임말도 있어요.
2015.06.19 09:48
아하 신기하네요. 장식용으로 나오는 테이프를 마스킹 테이프라고 부르는 이유는 잘 떼어진다는 공통점 때문인가요?
2015.06.19 10:20
네. 재질이 같기도 하고, mt사에서 자사명을 일반명사로 밀고 있는 거 같은 느낌이에요. 호치키스가 되고 싶은 거겠죠?
2015.06.19 09:55
2015.06.19 10:36
네 결국 그렇게 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그냥 아는 척이 하고 싶어서요ㅎㅎㅎ
2015.06.19 10:13
2015.06.19 10:34
귤이 탱자가 되는 것하고는 좀 다른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뭐 한국사람들끼리는 바티칸 음식을 소울 푸드라고 부르기로 한들 별 일 있겠어요. 그런데 아마 미국에서는 다른 뜻이라는 걸 인지하기가 어렵지 않을까 싶네요. 애초에 소울 푸드라는 표현이 한국에서 다른 의미로 널리 쓰이게 된 이유 자체가 사람들이 단어를 배울 때 뜻을 정확하게 확인하지 않고 문맥과 어원을 통해 짐작으로 습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텐데, 문맥이 영혼을 위로하는 음식으로 통일되고 나면 원래 뜻을 짐작하기가 훨씬 더 어렵겠지요.
2015.06.19 10:17
2015.06.19 11:03
ㅎㅎㅎㅎㅎㅎ 그렇다면 저의 써울 푸드는 평양 냉면!ㅋㅋㅋㅋㅋ
2015.06.19 11:30
2015.06.19 11:36
아.. 곱창하니 떠오르는 순대.. 둘루스에 맛있는 평양냉면이 없는 건 그나마 이해가 가지만 맛있는 순대집이 없는건 이해가 안갑니다ㅜㅜ
2015.06.19 11:37
2015.06.19 11:58
앗, 돈수백 순대 맛있나요? 그럼 한번 가봐야겠네요
2015.06.19 10:38
그냥 '저는 우울하고 힘들 때 김치국밥 먹어요' 그러면 되지 않은가...
2015.06.19 11:34
제 생각에도 굳이 왜 영어를 써야 하나, 소위 말하는 '보그ㅂㅅ체'같은 것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소울 푸드'가 (아마도 주로 한국인에게?) 주는 어감은 좀 특별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아래 보니까 (언어 구조가 유사한) 일본인에게도 그런 모양이네요.
2015.06.19 11:12
2015.06.19 11:21
맛의 달인이라는 일본만화에서 그런 에피소드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리스 가수가 해외 장기공연 중 컨디션이 나빠졌는데 '소울푸드'로 생선구이에 올리브유를 듬뿍 뿌려 먹고 기력을 회복했다는. 단어의 유래도 설명이 돼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2015.06.19 11:43
일본식 유래인가요? 어떤 설명이었나요?
2015.06.19 18:53
원래 미국 남부지방 흑인 음식을 가리키는 말이라는, 본문과 같은 설명이었어요.
2015.06.19 11:37
일본에서도 다른 뜻으로 쓰이는군요! 그런데 향토 음식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것하고 한국에서의 쓰임하고는 어느정도 연관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기억하기로는 언어학 공부하시는 분이었던 것 같은데, 한국어와 일본어의 구조가 유사한 것하고도 관련이 있을까요?
2015.06.19 12:01
어느 언어든 차용어는 원어와 어떻게든 달라지기 마련인데 한국어의 서양어 차용어는 일본어를 통해서 들어온 것이 많고 두 언어 자체의 유사성보다는 역사, 지리, 문화적으로 가깝다 보니 우연이든 필연이든 외래어가 비슷하게 변용되는 경우가 많이 보이며 소울푸드는 뜻이 다르니 서로 독립적인 듯합니다
2015.06.19 12:34
흠, 그런가요..
2015.06.19 13:07
언어 '구조'와는 큰 상관이 없다는 얘긴데 예컨대 영어 원어와는 뜻과 꼴이 다른 차용어가 독일어나 프랑스어, 한국어나 일본어에서 우연인지 필연인지 비슷한 경우도 있거든요
2015.06.19 18:22
아.. 그렇군요. 신기하네요
2015.06.19 11:15
ㅋㅋ 웃겨염
2015.06.19 12:00
기쁘네요. 감사합니다^^
2015.06.19 12:33
ㅎㅎㅎ 남부가 제 2의 고향이 되셨군요. 저는 서부에 좀 있다가 여기에 온지는 얼마 안됐지만 소울 푸드는 여길 떠나고 나면 그리운 것 중에 하나일 것 같습니다.
2015.06.19 13:24
아하 그렇군요. 맞아요 처음 들으면 엄청 이상한 조합이지만 알고 보면 완전 매력있죠ㅎㅎ
2015.06.19 12:55
2015.06.19 13:21
네, 러브귤님이 아틀란타로 오셨다는 글 올리신 것 보고 반가워하고 있었어요. 저도 언젠가 꼭 마주치길 기대합니다^^
2015.06.19 13:10
소울메이트는요? 감자기 궁금. 제 컴포트푸드는 오로지 맥주입니다.
2015.06.19 13:25
ㅋㅋㅋㅋㅋㅋㅋㅋ 소울메이트는 흑인 친구 절대 아닙니다
2015.06.19 13:29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랫 댓글 보고 한참 웃었네요(나만 웃긴가-)
저도! 근데 하나 더 추가. 소주도요. 헤헷.
2015.06.19 18:14
2015.06.19 18:45
ㅎㅎㅎ 유서가 있는 농담이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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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팁이네요. ㅎ
이런건 찝어주는게 중요한데 단체로 착각하다가 네이티브스피커한테 웃음을 사기 때문이죠. 그냥 우리말 쓰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