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태리 음식은 설렁탕이다

2015.06.19 06:28

nadju 조회 수:1926

레이먼킴이 엘르 코리아 기사에서 "나의 소울푸드는 '김치국밥'이다"라고 한 것을 보고 갑자기 아는척이 하고 싶어져서 써봅니다. 


요즘 여기저기서 영혼을 달래주는 음식이라는 의미로 '소울 푸드'라는 표현을 쓰는 걸 보게 되는 일이 많은데요,


사실 미국에서 소울 푸드라는 표현은 좀 다른 쓰임새로 사용되거든요. 흑인 음식, 또는 (흑인들이 많은) 미국 남부 음식이라는 뜻으로요.


소울 뮤직이 영혼을 위로하는 음악이 아니라 흑인 음악을 지칭하는 것처럼 말이죠.


위키피디아를 보면 소울 푸드라는 표현의 유래가 60년대 중반에 전반적인 미국 흑인 문화를 soul이라고 묘사하는 경향에서 비롯된 것 같다고 하네요.


참고로, 프라이드 치킨, 그릿, 허시퍼피, 고구마파이 같은 음식들이 대표적인 소울 푸드입니다.


이런 음식들이 대개 기름지고 짜고 당이 듬뿍 들어간 고열량 식품인 경우가 많아서, 고혈압, 당뇨, 뇌졸중 같은 질병이 (미국) 흑인들 사이에서 비정상적으로 발병률이 높은 원인으로 지목받기도 합니다.


'영혼을 달래주는 음식'이라는 뜻에 가장 가까운 영어 표현은 아마도 'comfort food'가 아닐까 싶은데요, 만들기 쉽고, 고향/가족/친구가 생각나게 하는 기분좋은 전통 음식 정도로 쓰이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나의 소울푸드는 김치국밥이다"는 마치 "나의 이태리 음식은 설렁탕이다"처럼 거의 형용모순에 가까운 표현이라는 이야기가 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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