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도 안오고 잡생각이 둥둥 떠다니다가 하나 캐치 해서 글 써봅니다.


먼저, 저는 술을 좋아 합니다.

한창 마실 때에는 거의 매일 한 100일 넘게 연속으로 마셔 본 적도 있어요.


술을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로 주량은 그렇게 쎄진 않습니다.

소주로 따지자면 맥시멈 2병 ~ 3병 컨디션에 따라 매일 매일 달라요.

컨디션 정말 안 좋은 날에는 세 잔에 토끼 올라오고, 그 날은 마시더라도 맥시멈 한 병을 넘지 못해요.


제일 많이 마셔 본 날은 친구 아버지와 같이 술자리를 가졌을 때.

술이 취하면 안되겠다는 일념으로 소주 여섯 병 정도와 맥주 몇 병을 마셨던 것 같은데

결국은 필름 끊기고 (다행히 주사는 안부렸습니다) 다음날 고생 했습니다.



최근들어 이 술 때문에 고민이 하나 생겼습니다.

여자친구 집안은 술을 거의 못하십니다.

하지만 여자친구의 아버님 친구분 중 주당이 한 분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여자친구의 부모님께서도 농담삼아 다음에 그 분 만나면 넌 죽었다고 말씀을 하실정도로

두 집안이 친한걸로 알고 있어요.


그 이야기를 들을 때 까지만 해도 만날 일 있을까?

만나더라도 적당히 예의를 갖춰 대해주시겠지..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몇 주 전 그 분을 여자친구의 사촌분 결혼식에서 우연히 뵙게 되었습니다.

그 분께선 만나서 인사가 끝나자 마자 글라쓰 잔을 찾으시더니

소주를 글라쓰잔에 따르시고 강권을 하시더군요.


...


그래도 예의상 술을 뺄 수가 없어, 원 샷을 하려는데

그 날 운전을 하고 간 터이고 오후에도 일정이 있어서

여자친구가 극구 만류를 하였습니다.

저도 눈치를 보다가 그냥 마시지 않고 인사만 드리고 자리로 돌아와서 음식을 먹는데

자꾸 술잔을 주지 않는다고 뭐라고 하시는겁니다.


술 잔을 비우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잔을 드리자니 뭣하고 그래서

고개만 굽실굽실 거리며 양해를 구하였지만 막무가네로 강권을 하시길래

속으로 뭐 이런 예의 없고 무례한 사람이 있냐는 식의 분기가 치밀었습니다.

암만 자신의 절친한 친우의 딸의 사위가 될 사람이라고 해도 

이런식의 취급을 당해야 하나? 싶기도 했구요.


결국 그 자리는 흐지부지 넘어가긴 했지만

다음에 보면 죽여주겠다는 협박 아닌 협박과,

마음 속의 분기만 남아서

그 날 하루종일 기분이 많이 나빴습니다.


글라쓰로 술을 마신 날에는 거의 대부분 필름이 끊겼고,

제 상태를 알기 때문에 술을 마시더라도

초반 러쉬는 자제하며 천천히 페이스를 올리는 스타일인데,

이런식으로 막무가네로 술을 권하는 사람을 

대학교 초반 뭣도 모르는 새내기도 아니고

다 큰 성인이 된 지금 감당해야 하나? 그런 생각도 듭니다.


저도 사회생활 하고, 회식 자리에서 글라쓰 안마셔 본 것은 아니지만

회식자리에서는 절대 복종을 요구하는 의미라도 있지

지금 이런 상황이 생겼을 때 술을 마셔야 할 정당성을 못찾겠습니다.


특히나 회식자리에선 술을 마시고 취해서 인사불성이 되어 실수를 하더라도

상황의 특수성 때문에 서로 어느정도 양해를 해주는 분위기이지만,

이건 사위될 사람이 주사가 있냐 없냐를 알아보는 것 치고는

정도가 너무 심한것 같다고 생각 되어서요.


이것 때문에 여자친구에게 솔직하게 양해를 구했어요.


그 분 너무 무례한 것이 아니냐

아버님께서 직접 주사 테스트를 한다고 하시면

마음에 안들어도 내가 이해를 하겠지만

그것도 아니고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이 이런식으로 나온다면

나는 안참는다고.


아버님의 친우시라면 친우에 걸맞는 예의를 나에게 갖추셔야지

이건 아닌것 같다고.

만약 다음번에도 이렇게 예의 없이 나를 대하신다면

참지 않고 한 소리 하겠다고 말 해놓은 상태이지만


솔직히 고민 많이 되네요.

아버님 입장을 봐서 그냥 숙이고 들어가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판 뒤집어 버리고 씩씩거리며 집에 돌아와서 처가랑 트러블 생길것 인지.



고민고민 하다가 적절한 한 안을 생각해봤습니다.

뭐.. 뒤집는다 어쩐다는 솔직히 현실적으로 처가와의 관계를 생각했을 때 무리인 것 같구요,


그 분 만나서 술자리를 가지게 되어서 그 분이 글라쓰로 잔을 주시면


제가 한 말씀 올려도 괜찮겠습니까? 라는 말로 웃으면서 시작해서

이 술이 사위가 주사가 있는지 없는지 테스트 하시기 위한 술인것 같습니다.

제가 술을 좋아하긴 하지만 안타깝게도 술이 강하지를 않아

글라쓰로 마시는 술은 이 잔으로 마무리 지었으면 좋겠습니다.

만일 술을 더 먹이신다면 앞으로 결혼 생활 하면서 

술 마시고 와이프에게 주사를 부려도 된다는 뜻으로 알아 들어도 괜찮겠습니까?


라고 말을 올린 다음 원샷 하려구요.


이게 제가 할 수 있는 정말 최대한의 예의에요.

욕 안하고 심한 말 안 섞은것만 해도 스스로 대단하다 대단해 느끼고 있습니다.



솔직히 좋게 말 할 순 있지만 마음 상할대로 상해서 좋은 말이 안나올 것 같거든요.


지금 점잖게 쓴다고 썼지만 속으로는 완전 육두문자 남발하고 난리 난 상태입니다.

안그래도 결혼 준비 하면서 스트레스 받아 죽겠는데

그 와중에 언듯 스치다 이 분 생각하면 분화구 분출하기 직전이에요.


아니면 그냥 첫 만남에 이 분 한테만 꼬장 부려서 

첫 만남이 마지막 만남이 되도록 하는게 현명한 일 일까요?







아무것도 아닌 일로 잡설이 길었습니다.

여튼, 제목과 같이 술을 글라쓰로 먹이시는 분에 대한 좋은 대처법이 있으시면 조언좀 부탁 드리겠습니다.


지금 암만 생각해봐도 나쁜쪽으로 밖에 생각이 안되어요.

그냥 술 확 먹고 취할대로 취해서 난장 부리면서 입에서 브레쓰 뿜고 난리 부르스를 춰버릴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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